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 묻혀버린 금속선거

질고지놀이마당 2009. 9. 23. 12:22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과 기호 2번의 위원장, 수석, 사무처장(위수사) 후보(위수사 3인 런닝메이트 등록)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대자동차 현장에서는 지부장 선거에 가려서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묻혀버린 선거'가 되었다.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는 21일부터 오늘(23)까지 실시하는데 현대차 현장은 오늘에서야 투표를 실시했다.

지부장 선거가 지난 주에 2차투표까지 끝났으면 금속위원장 선거도 막바지 반짝 관심이라도 끌 것으로 기대했으나

설상가상으로 21일까지 재투표 논란에 휩쌓인 바람에 그마저도 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같은 현상은 조합원들의 관심이 워낙 지부장 선거에 쏠려있는 탓도 있지만

작금의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별 관심도 없고 기대도 않는다'는 냉소적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인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폭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이 지부장 선거에 출마한 제 후보 진영에서도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괜히 패키지 후보를 알려봤자 지부장 선거에 득 될 것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지부장 선거에서는 금속노조에 대한 강화론과 금속노조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특히 기호 2번 진영은 금속노조 이대로는 안된다며 '개조론'에 가까운 격한 주장과 현자기업지부 사수 공약을 독점하듯이 내걸기도 하였다.

금속노조에 대한 2번 진영의 이같은 공세적 입장은 현장정서와 부합하는 것이어서 1차투표에서 조합원들 표심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금속위원장 선거는 현대차 내부의 이러한 조건 외에도 선거 구도 자체가 '흥행'을 끌만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돼야 열기가 고조되고 주목을 끌게 되는데 위원장 선거는 2파전, 부위원장 선거는 등록미달로 찬반투표,

각 지부장 선거는 연기된 상태여서 흥행이 될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타가 인정하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최대주주' 격인 '국민파'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민주노조 진영의 양대산맥이라 할 '국민파'와 '중앙파'의 대결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파가 후보를 내지 않은 속사정은 추측할 따름이지만 폭넓게 퍼져있는 금속노조에 대한 곱지않은 여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즉, 국민파는 조직적 세는 많지만 현장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된 이번에 한 호흡 쉬면서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따라서 2파전으로 치러지는 금속 임원선거는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파의 속내가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주요 변수로 전망된다.

(같은 시기에 맞물린 현대차 지부장 선거와의 관련은 따로 아래에 언급할 예정)

 

현재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는 현대차 지부 출신 후보가 두 명 입후보한 상태다.

기호1번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박유기 후보와 기호2번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박상철 후보.

이들은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 후보를 낸 사조직에 속해있다.

 

금속연맹 임원후보(위수사)들의 소속 지부(지회)는  다음과 같다.(위 사진 옆 약력 참조)

 

 기호    위원장 후보 / 소속                  수석부위원장 후보               사무처장 후보             

 1번     박유기  / 현대차 지부               구자오 / 기아차 지부            김영재 / 현대삼호중공업 지회       

 2번     김창한  /  만도기계 지부           박상철/ 현대차 지부             나용곤 / 기아차 지부 

 

<기호 1번(左) 과 2번(右)의 사무처장 후보>

 

박유기 위원장 후보는 현자 지부장 선거에 기호 4번 김홍규 후보를 출마시킨 '민노회' 소속 이고

박상철 수석부위원장 후보 역시 현자 지부장 선거에 기호 1번 이경훈 후보를 출마시킨 '전현노' 소속 이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는 1차투표 결과 기호 1번 이경훈 후보는 결선에 올라가고 기호 4번 김홍규 후보는 결선에 오르지 못힌 상태에서 결선투표를 하루 앞두고 있다. 

원래는 결선투표가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재투표 논란으로 1주일 지연되는 바람에 금속 위원장 선거는 더욱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같은 변수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전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지부장 선거에 당선되는 조직에 속한 후보가 금속선거에서 탄력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각과

거꾸로 지부장 선거에 당선된 조직의 후보는 다른 조직들의 견제를 받지 않겠냐는 시각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부장 결선투표가 늦어짐으로 인해 가뜩이나 관심을 끌지 못하던 금속 위원장 선거는 끝까지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런닝메이트로 입후보하여 선출하는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약칭 위수사)외에 여성부문 부위원장과 일방부문 부위원장(5명)도 함께 선출한다.

그러나 여성부위원장은 단독 입후보, 5명을 뽑는 일반명부 부위원장의 경우는 2명만 입후보함으로써 경쟁자가 없어 개별적인 찬반투표로 진행한다.

 

부위원장 후보 중에서 현대차 소속은 기호 1번 김호규 후보로서 정공시절 수석부위원장 및 금속연맹시절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기호 2번 이시욱 후보는 대우차 소속으로서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서울지부 부지부장(현) 경력을 갖고 있으며,

여성할당 부위원장 김현미 후보는 세풍전자 출신으로서 금속노조 서울지부 지부장(3,4기 및 현) 경력을 갖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에서 차지하는 현대차노조의 영향력이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통합 금속노조의 임원선거에 현대차 지부 출신은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이번 임원후보만 보더라도 현대차 지부 소속 후보가 위원장 후보, 수석부위원장 후보, 일반명부 부위원장 후보 등 3명이다.

게다가 그룹사인 기아차까지 합치면 금속노조는 완성차 업종이 핵심이며, 현대 기아차가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조선업종이 가세하는 정도인데 아마 현대중공업 노조가 남아 있었더라면 '현대'의 영향력은 더 심화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금속노조의 핵심을 차지하며 임원후보 다수가 출마한 현대차 지부에서 정작 금속 임원선거에 대한 조합원들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현대차 지부 결선투표와 금속선거의 상관관계 분석 및 관전 포인트>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속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박유기 후보는 중앙파이며 현자내 민노회 소속이다.

그런데 민노회는 현자 지부장 선거에서 4위에 머물며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노회 후보는 비록 4위에 머물렀지만 선물비리 및 중징계라는 악재를 안고 출마한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득표'로 선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당초에는 출마자체가 불투명할 정도로 주 객관적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6천표 이상을 득표함으로써 이후 현장활동 토대를 다졌다고 평가된다.

이는 현 지부장 사퇴파동을 겪으며 후보를 내지 않은 민투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중앙파의 현대차 내 현장조직인 민주현장은 지부장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1번 진영과 대결하는 백중열세의 3번 진영이 결선투표에 이기기 위해서는 4번 (중앙파, 민노회) 지지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대로 금속선거에서 박유기 후보 진영은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파' 계열인 3번후보 쪽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외형상으로 보면 서로 상부상조, 윈윈 하기에 딱 맞는 조건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금속선거는 3번 진영(민주현장)이 박유기 후보를 지원하고, 지부장 선거는 4번 진영(민노회)이 3번 진영을 지원하는..

'민주파'를 자임하는 두 조직으로서는 그래야 마땅하고 그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어렵고 곳곳에 암초와 지리가 묻혀있다고 보여진다.

기실 4번 진영이 얻은 6천표는 결집력(=충성도)이 가장 높은 표로서 민주 對 어용, 진보 對 보수의 대결구도에서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 표다.

4번 진영에서 굳이 지지 입장을 정리하지 않더라도 1번 보다는 3번 진영으로 많이 가게 되어 있다.(혹은 기권내지 무효표를 던지거나)

다만 4번 진영이 공개적으로 선언하거나 조직적으로 도와주면 표 결집이 더 강화될 것은 틀림없다.

 

그럼 금속선거와 맞물려서 주고받기가 돼야 하는데 현대차 지부장 선거와 달리 중앙에서의 금속선거 지형은 좀 다르다.

세 불리해서 1보 후퇴를 한 다음에 권토중래를 기다리는 국민파 입장에서는 '영원한 라이벌'인 중앙파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탐탁치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중앙파한테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더 강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심증으로 판단되는 것은 기호2번 김창한 후보 진영으로 은근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속임원후보 기호 2번측 박상철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이경훈 후보가 속한 전현노 소속이라는 점이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는 '어용세력'이라고 공격을 하면서 금속위원장 선거에서는 지지를 한다면 이것 또한 세상의 웃음거리다.

만약 그리되면 도대체 국민파의 정체성은 뭔지, 민주와 어용의 구분은 어떤 잣대로 내리는 것인지? 등등 가치관의 혼란이 점입가경 아니겠는가?

이런 고민스러움 때문에 국민파는 기호2번에 대해 은근한 지원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저런 지형상, 현대차 지부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주현장과 민노회가 확실하게 주고 받는 거래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 지부장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현재 현장에는 4번측에서 3번을 지지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으나 4번이 지지를 하든 하지 않든 4번에 투표했던 표심은 그냥 두어도 3번에게로 결집력이 훨씬 강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민주노조 진영의 양대 산맥인 중앙파와 국민파의 공존과 대립각 하고는 별개로

현대차 내에서 민노회와 민주현장만의 '주고 받기'만이라도 성사됐는가도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또 하나, 근소한 표차로 결선진출에 실패한 2번 진영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도 결선투표 결과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드러난 정서상으로는 2번 진영의 1번 진영에 대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서 2번 진영의 기류는 3번으로 쏠렸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번에 대한 지지표는 온건 합리적 성향으로서 4번 표에 비해 충성도가 강하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즉, 2번 진영 선대본에서 3번 지지로 입장정리를 했더라도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이들 온건 합리 성향의 표심 향방은 남양 연구소와 판매라는 특성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결국 현자지부 결선투표 결과는 박빙승부를 점치는 예측이 우세하긴 하지만 

보수 대 진보 성향의 표심이 57 : 43으로 나타난 1차투표의 결과를 토대로 격차가 더 벌어진 승부를 예측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어쨌든 지부장 선거에서 여러가지 악재로 고전한 민노회 소속 박유기 금속위원장 후보의 현대차 지부 성적표는 관심사다.

현대차 현장에서 '선물비리'라는 악재는 현자지부 지부장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상쇄시킬 정도로 박유기 후보에게 불리한 장애물이었다.

어쩌면 조합원들의 관심이 지부장 선거에 집중되는 바람에 금속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러한 연유로 금속선거전에서 '선물비리' 악재가 쟁점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박유기 후보 측으로서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또 하나, 박유기 후보가 감수해야 할 장애물은 금속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이었다.

부정적인 현장여론은 재임시절 금속노조 통합을 이룩한 박유기 후보의 '공적'이 악재로 작용하는 꼴이 돼버렸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기호 2번 진영은 위원장 후보가  현대차 소속이 아니고, 따라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핸디캡이었다. 

물론 박상철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출마했고, 현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위원장과 수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만약 기호2번 위원장 후보가 현대차 지부 소속이었다면 상대 후보의 선물비리 악재에 따른 반사이득을 더 많이 봤을 것이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전현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선전을 했지만 그러한 프레미엄을 금속노조 임원선거와 연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금속선거가 지부장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까봐 '부자 몸조심' 격으로 금속임원 후보로 출마한 자파 후보의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여하간 금속선거는 오늘 부로 1차투표가 종료된다.

이번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는 아마도 가장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래서 투표율도 높지 않은 투표로 기록될 것이다.(현대차 기준)

후보가 2파전이어서 1차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대차 현장에서는 현장의 관심이 없으니 도무지 표심을 점칠 수가 없다.

만약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1번이 승리한다면 1번 진영을 제외한 제조직에서 지원을 했거나 적어도 비토를 하지 않았다고 봐도 될 것같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다른 조직의 견제 보다는 '선물비리'의 악재가 그만큼 컸다는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