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국외여행

눈보라치는 브라이스캐년/ 미국서부여행(17)

질고지놀이마당 2010. 8. 25. 14:35

2월 6일(토) 오후부터 2월 7일(일) 날씨는 비와 눈(폭설)

그랜드서클을 도는 현지여행 두번째 방문지는 브라이스캐년.

6일 자이언캐년에서부터 내리던 비는 산간도로에서 눈으로 바뀌었는데 눈은 브라이스캐년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밤새 계속 내렸다.

 

폭설로 덮인 브라이스캐년

 

눈보라로 변한 폭설이 시야를 가릴 정도여서 브라이스까지 갈 수가 있을지, 도착하더라도 발이 묶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되돌아 가거나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일이어서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다행히 이 길을 2년 전에 직접 운전을 해서 왕복으로 다녀간 경험이 있어서 도로사정이 낯설지 않다.

브라이스캐년이 가까워진 레드케년을 지날 즈음이 눈발이 좀 성성해져서 낯익은 풍경을 담는 여유를 부린다.

 

코끼리가 연상되는 레드캐년의 작은 터널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아서 눈 위에 내리는 눈은 쌓이고 있었지만 길 위에는 쌓이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빨랐다.

 

이동하는 도중에 풍경사진도 찍고, 눈보라 때문에 서행을 하면서 쉬엄쉬엄 오느라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그러나 예정대로 4시 이전에 도착했더라도 악천후로 인해서 기대했던 브라이스캐년의 황혼풍경을 못보기는 마찬가지. 

 

주말이라서 다소 비싼 가격(95$)을 감수하고 딸이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숙소는 '베스트 웨스턴'

하지만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시설이 깔끔하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었다.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과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무엇보다도 무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퍼붓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니 미국 동부에는 더 많은 폭설이 내려서 ‘스노우 폭탄’이라는 말까지 등장 할 정도로 온통 난리였다.

폭설로 교통이 두절되면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고, 무사히 이곳까지 도착한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날(2. 7) 아침, 커튼을 젖히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있으나 눈은 그쳤다.

눈덮인 지붕과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서 이처럼 낭만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음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힌들 어떠랴, 얽매이지 않는 자유여행이라서 하루나 이틀 발이 묶이더라도 다음 일정을 조정하면 그만이었다.

 

 

 

바깥으로 나와보니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있고 세워둔 차량마다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그리고 제설작업을 하는 중장비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요란하다.

숙소에서 큰길로 이어지는 통행로는 벌써 제설작업이 진행돼 있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편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마땅히 할 일이 없다.

큰길까지 나가보니까 눈을 치우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겨울에는 워낙 눈이 자주 많이 내려서 그런지 제설작업 장비가 과연 좋은 것 같다.

중장비가 밀고 가면서 한편으로는 흡입기로 눈을 빨아 들여서 길가 멀리로 방출시킨다.

국립공원이 폐쇄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방에만 쳐박혀 있기도 뭣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가 자이언캐년에서 운동화 차림으로 눈쌓인 엔젤랜딩까지 올랐던 딸을 생각해서 먼저 쇼핑센터부터 들렀다.

경등산화뿐이 없었지만 운동화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20$을 주고딸내미 등산화부터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카메라용 메모리카드가 부족해서 알아봤더니 2기가 짜리가 12$씩이어서 두 개를 샀다.

작년에 라스베가스에서는 하나에 무려 70$넘는 비싼 가격이었는데 첩첩산중에서 12$이라니 1년이란 시차를 감안해도 이해가 안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은 다행히 문이 열렸다.

마침 공원에서 탐방객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있다기에 참가 신청서를 내고 기다릴 동안에 여가시간을 즐기며 점심을 해결했다.

 

비지터센터 안에 설치된 브라이스캐년 모형

 

브라이스캐년 탐방안내도

브라이스캐년은 북남으로 길게 20마일이 넘는 탐방도로와 뷰포인트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비지터센터에서 가까운 아래 약도상의 뷰포인트만 돌아본다.

사실상 브라이스캐년에서 대표적인 풍경과 볼거리 및 체험프로그램은 이곳에 몰려있다.

 

 

비지터센터를 나와서 공원안으로 이동했다.

공원내 탐방도로도 아직 제석작업이 진행중이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며 미끄러워서 조심스럽다.

다행히 구름이 벗겨지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쭉쭉빵빵 솟은 나무들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풍경만으도 장관이었다.

그런 풍경 속에 눈덮인 피크닉 에리어를 발견하고는 취사도구를 꺼내서 점심을 준비했다.

러셀을 하듯이 발자국을 찍어 길을 내고, 탁자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자 환상적인 식탁이 된다.

이후 캐년랜드와 아치스캐년에서도 멋진 피크닉에리어를 독차지 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이 곳의 추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공원내 뷰포인트를 운행하는 셔틀버스 정류장도 동화속에 나오는 겨울나라 풍경이다.

 

근사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공원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매우 알차고 유익하며 재미있었다.

폭설 내린 한겨울이라 탐방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설피체험'은 유럽에서 왔다는 관광객 두 커플과 우리가족 3명 등 7명이 참가했다.

 

경험 풍부한 레인저가 설피를 신는법부터 눈위를 걷는 방법 등 기초부터 설명한다. 

 

레인저는 겨울에 산짐승들이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그리고 겨울에 산에 들어갈 때 알아야 할 기초상식 등을 설명해 주었다.

 

쌓인 눈은 생각보다 깊었다.

어제 오늘 내린 눈 말고도 이전에 내려서 쌓여있던 눈까지 합치면 1m 이상을 파 내려가도 땅이 보이지 않았다.

 

설피를 신고 눈위를 걷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색다른 체험이어서 그런지 다들 힘들다는 푸념보다는 재미있어 했다.

설피는 신발의 약 2배 크기라서 걸음을 떼기는 다소 불편해도 체중을 넓게 분산시켜 주기 때문에 발이 깊이 빠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예컨데 그냥 등산화를 신고 걸으면 무릎이상 빠지는 눈길인데 설피를 신고 걸으면 발목정도만 빠지니까 힘이 훨씬 덜 든다. 

 

사진을 통해서 토끼들이 겨울에는 흰색으로, 다른계절에는 회색으로 털갈이를 해서 자신을 보호한다고 설명하는 장면

이밖에도 기타등등 여러가지를 알려 주는데 아무리 자상하게 설명해도 우리 부부는 못알아들으니까 중간중간 딸내미 통역과 대충 통박을 굴려서..

 

체험프로그램 도중에도 변덕스런 날씨는 여러차례 눈보라를 날리다가 개었다를 반복했다.

 

숲을 지나서 브라이스캐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포인트로 오르자 찍사의 시선과 마음은 콩밭으로..

 

다음은 설피체험을 마치고 남은 시간동안 전망포인트 몇 곳을 돌아 본 브라이스캐년이다.

레인저는 눈이 쌓였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멀리까지 가지는 말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이제 내맘대로 자유시간, 눈덮인 브라이스캐년의 겨울 풍경은 다시 가는 수고와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순간순간 바람에 실려오는 안개구름과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신비로움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그랜드캐년에야 비할 바가 못되지만 섬세한 조각품같은 브라이스캐년의 바위협곡도 워낙에 넓고 방대한데 안개까지 덮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가 없다.

 

 

 

 

 

다음 소개 순서는 전망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발아래 보이는 첨탑사이로 직접 내려가서 올려다 보는 풍경이다.

굳이 브라이스캐년을 다시 찾은 이유가 바로, 겨울풍경을 보자는 것과 첨탑사이를 누비는 트레일을 직접 걸어 보고자 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