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민원제보 현장출동/ 의심스러운 소나무 벌목

질고지놀이마당 2019. 10. 17. 19:27

제보 받은 날 : 10. 16. 수

제보자 : 동구에 거주하는 주민

현장답사 : 10. 17. 목. 흐림/ 답사자 : 필자


나이 지긋한 분으로 느껴지는 동구주민으로부터 제보 전화를 받았다.

수십그루의 소나무를 벌목해 놓았다는 제보였다.


즉시 답사를 나가 본 현장은 제보내용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도대체 공사내용이 무엇인지, 공사주체가 어디인지를 알 수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동구청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더니 공원녹지과 녹지담당 공무원은 자기네쪽 부서에서는 모르는 공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설과에서 도로확장 공사를 위한 벌목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늘 현장답사를 다녀와서 건설과 도로개설 담당 쪽으로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들이 부재중이라고 했다.

내 신분과 연락처를 메모로 알려달라고 했다


소나무 벌목이 이뤄진 위치


동구 남목에서 구 주전고개를 넘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왼쪽으로 울산 테마식물 수목원과 쇠평마을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길로 약 400m쯤 들어가면 울산테마식물 수목원 돌비석이 서있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소나무 수십그루가 잘려나간 곳은 이곳 갈림길부터 테마식물 수목원 정문까지다.


행정기관에서 어떤 공사를 하는 경우 입간판이나 현수막 등으로 공사내용을 표시하는데 어디에도 없다.

쇠평마을 갈림길부터 테마식물 수목원 입구까지 진입로를 따라서 벌목이 이뤄진 현장상황을 가지고 짐작을 해보면 테마식물 수목원 진입로 확장공사로 추측된다.



무참히 잘려나간 나무들


그루터기 나이테를 대충 세어보니 30~50년생 소나무가 대부분이다.







벌목은 수목원으로 향하는 방향 기준으로 오른편 한쪽만 이뤄졌다.

현장 상황으로 보면 수목원 진입로 확장공사가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확장공사 주체는 수목원인가? 동구청인가? 


현재 도로상태는 콘크리트 포장으로서 승용차는 교행이 가능하나 버스는 교행이 어려운 넓이다.

그렇지만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가 아니고, 통행량 대부분은 수목원을 방문하는 차량이다.

기능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없고, 사실상 테마식물 수목원 전용도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울창한 숲 속으로 이어지는 운치있는 길가의 나무들을 도로확장을 위해 이렇게 베어 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수목원 통행차량 편의를 위해서 수십년생 소나무 수십그루를 베어낸 것이라면 수목원의 자기모순이다.


도로확장 공사 자체를 동구청에서 시행하는 것이라면 벌목 뿐만 아니라 수목원을 위한 특혜공사가 아니냐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목원쪽에서 자체 경비로 도로를 확장하는 것일지라도 벌목을 승인한 동구청 공무원들에게 문제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 불가, 어처구니가 없다.



공사 주체가 누구인가?

누가 누구를 위한 도로확장 공사인가?

수령 50년이 넘는 나무들을 이렇게 베어내도록 누가 허가를 내준 것이냐?








<추신>

이 내용을 가지고 동구의회 임정두 의원과 통화를 했다.

수목원 옆으로 파크골프장이 들어오면서 진입를 확장하는 공사 내용을 의회에서 보고받은 바 있다고 했다.

그리서 임정두 의원도 도로확장을 할 경우 자연훼손은 최소화 시키고 수목을 최대한 보호하라는 의견을 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동구청 공무원들과 공사를 맡은 공사업체가 자신들 편의 위주로 벌목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나무 한그루를 심어서 그늘을 드리우는 거목으로 자라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아름드리 나무를 이렇게 마구 잘라버릴 수 없는 일이다.

벌목현장을 답사하면서 길을 넓히더라도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도(불가피한 경우 이식) 도로폭을 넓힐 수가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컸다.

조금은 폼이 덜나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수목원과 골프장으로 가는 길이 숲과의 공존을 배려한 길로 조성했더라면 더 운치있고 명소가 되지 않겠는가?


바윗돌이 방 한켠을 차지하도록 그대로 두고 지은 집을 본 적이 있다.

등산로에 데크를 설치하면서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시공을 한 경우는 흔한 장면이다.

불가피한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동구청 담당 공무원과 공사업자는 다음 소개하는 사진을 보고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런지? (사진 : 바다쓰레기 답사를 하면서 처용암 근처에서 6.30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