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문화재&문화탐방

코아 전시회를 보다 -울산박물관

질고지놀이마당 2020. 1. 31. 01:58

언제 : 2020. 1. 22(수)

어디 : 목울산박물관 제2전시실




2020년 벽두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벅차면서도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에서 크리스 조던 특별전을 개최하기 위한 도전인데 실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시작했다.

'준비'가 아닌 '도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만큼 여러 난관들을 해결해야 성사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 이기 때문이다.


우선 울산환경운동연합 재정상태로는 불가능할 정도의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후원과 마땅한 장소대관을 해결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홍보와 관람조직 운영 등 실무작업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 조던 특별전이 뭔데?"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기획안 중에서 맛보기 소개 ^^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이틀동안 서광이 비치는 고무적인 일이 진행됐다.

22일 크리스 조던 특별전 한국 순회전시전 기획사(플랫폼C) 이은진 대표님이 전시관 여건을 사전 답사차 울산을 방문했다.

23일에는 특별전 전시 후원을 협의중인 기업체 담당자들과 실무협의를 가졌다.

울산에서 전시 특별전을 할만한 공간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울산박물관이다.

마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포르투갈의 암각화를 소개하는 코아展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코아 전시회 자체를 보는 것도 감동이지만

크리스 조던 특별전을 하기에 적합한 조건인지, 전시작품 설치에 필요한 비용 견적을 가늠해 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더욱이 이상목 박물관장께서 바쁜 시간을 내어 친절한 안내를 해 주셨다.


이 분야의 두 전문가는 초면임에도 그들만의 감각과 언어로 금방 소통했다.





"암각화는 헤엄칠 수 없어요"

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암각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나섰다고 한다.


선사시대 인류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나선 사람들(주로 학새층)의 시위문화, 피켓과 몸자보는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금 지구온난화로 비롯된 기후위기 문제에 10대 청소년들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전세계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의 원조인 셈이다.


어느나라 어느 사회나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코아강에 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많아서 아이들 등교거부까지 시키면서 댐건설 찬성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코아댐 건설은 그당시 치러진 총선에서 최대 쟁점이 되었고, 댐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

그리고 대통령의 코아 계곡 방문은 코어댐 반대운동의 화룡정점 이었다.



마침내 코아댐 건설은 중단되었고, 코아계곡에 산재한 암각화 문화유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논란으로 십수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9월부터 다음달 하순까지 무려 5개월이 넘도록 장기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아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는코아계곡 암각화


바위에 암각화를 그리는 방법과 사례

쪼기, 새김, 갈기, 긁기, 채색




다양한 기법과 그림의 소재가 되는 동물들

엄청나게 많은 암각화 유산을 사진으로만 둘러봐도 감동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실어 온 코아계곡 암각화를 사진으로만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시로 반복되는 물고문으로 안녕하지 못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우리앞에 남겨진 숙제다.


자, 이제 전시장을 둘러보는 또 하나의 목적인 크리스 조던 특별전를 준비하기 위한 전시공간 구성과 설치물을 살펴볼 차례다.

한 전시가 끝나면 전시관은 완전 백지상태로 철수한다고 한다.


다음 전시를 준비하면서 구성과 배치, 관람동선을 감안하여 가벽을 설치하거나 칸막이, 조형물, 조명, 영상자료, 스크린, 음향 등을 새로 설치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 것은 전문가 몫으로 맡기고, 다만 머릿속은 저게 다 돈이들어야 하는 것이로구나 걱정만 늘어난다.


전시작품에 집중하면서는 몰랐는데,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구조와 배치 자체가 오직 해당 전시를 위한 가설물이었다니!

그 노력과 비용을 생각하니까 숙연하고 아득해 진다.

또한 전시가 끝나면 다 철거한다니 아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사각형 벽만 고정이고 동선과 공간배치를 받쳐주는 모든 시설물이 코아전을 위해서 설치한 임시 가설물이다.

즉, 전시가 끝나면 다 철거를 하는 소모품인 셈이다.

이런 스케일이 그저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코아전 특별전시를 위해서 상당히 많은 예산이 투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기간이 5개월여나 되니까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없는 살림에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니 어떻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까 앉으나 서나 고민이다.

코어전이 끝나고 나서 이 가벽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환경운동 실천도 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겠는데 희망사항이 돼버렸다.


박물관 전시일정을 감안할 때 우리가 추진하는 크리스 조던 특별전은 5월에나 가능하니까 이어 받는 것은 불가능 하다.

2월 하순에 코어전이 끝나고 나면 다른 전시회를 위해 철거를 해야하는데 재사용 가능하게 뜯기도 어렵고, 해체를 한들 보관할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코아전 관람과 전시장 답사를 마치고>

코아전 특별전을 관람하고 사전 답사한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에 대해서도 더욱 명료해졌다.


이상목 박물관장님은 앞서 반구대암각화 박물관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였다.

그만큼 반구대암각화의 중요성과 무엇보다 보존이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이다.

코어계곡 암각화 전시회를 울산에서 개최하기 이전에 코어박물관에서 반구대암각화 전시회를 했다고 한다.


당시 전시장을 찾은 세계인들이 가장 놀랐던 것은 반구대암각화가 수장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지난한 투쟁을 통해 코아계곡 암각화를 지켜낸 현지인들은 경악과 탄식 한편으로 안도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그곳 주민들 중 댐 건설 찬성 데모를 했던 주민들도 보존 결정을 잘했다며 이 지역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에 자부심을 갖는단다.


전시장과 2층 대강당을 둘러보신 기획전시 기획사 이은진 대표님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1층에서 사진전시 관람하고, 2층 대강당에서 알바트로스 영화관람을 하기에 동선도 적당하고

대강당이 영화상영을 하기에 매우 좋은 편이라서 크리스 조던 특별전을 장소로 훌륭하다고...

특별전시가 꼭 성사되도록 디테일하게 검토하고 도울 수 있는 것 최대한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목 관장님도 크리스 조던 특별전을 진작에 알았다면 박물관에서 전시를 유치했을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


23일 후원기업과의 실무적인 미팅도 잘 진행되었다.

'후원을 얼마 하겠다' 라는 확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반영했으면 하는구체적인 의견을 낸다는 것에 함축되어 있음이다. 

이로써 가장 난제라 생각되던 숙제들의 실마리가 잘 풀렸다.

5월을 목표로, 남은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서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은 크리스 조던 특별전을 기대하시라!!

그리고 많이 홍보해 주시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