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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승소한 현대차 퇴직자들 소송 이유와 이후 대응

질고지놀이마당 2022. 6. 4. 14:55

2022. 6. 2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봉기)는 노동조합의 위법행위를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퇴직자들이 공동소송단을 모집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접수한 것이 2020년 7월 이었으니 거의 2년 만이다.

 

1심 선고결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로서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노조의 책임만 인정하고 회사의 책임은 기각.
노조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라.
2019. 12. 1부터 2022. 6. 2.까지는 연5 %,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청구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판결이기는 하지만 2019년 단체협상에서 노동조합 집행부가 퇴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의 합의를 회사 측과 체결한 것이 불법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결성에 앞장섰고 위원장도 역임한 필자가 노동조합을 1피고로, 회사를 2피고로 하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합 스스로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말하는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란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노동조건 개선과 산업 안전, 인권 등등의 권익 보호 및 권리 확대를 위한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7대 집행부(지부장 하부영)는 이른바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에 격려금을 받는 합의를 하면서 거꾸로 퇴직한 선배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 

 

이번 소송의 단초가 된 '통상임금 소송'의 출발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사간에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해묵은 갈등이 지속되고 있었다. 당사자끼리 합의가 안되니까 법원 판결에 맡기기로 노사간에 합의(지부장 문용문)를 하여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접수한 것이 2013년 3월이었다. 그리고 이 소송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2013년 대표소송을 제기 할 당시 재직자는 똑같이 적용한다'는 별도 합의서도 2014년에 따로 작성했다.(지부장 이경훈)

 

통상임금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는동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매년 정년퇴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통상임금 대표소송에 관해서는 재직자와 동등한 자격을 갖는 것이 별도합의로 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단체협상을 타결하면서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그 대신에 회사는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퇴직자들은 격려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제외시킨 것이다.

 

회사는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 확보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임금 소송과는 상관이 없고, 따라서 퇴직자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누가 봐도 통상임금 소송취하 댓가로 지급하는 격려금이 분명했고, 그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격려금의 이름만 별개인 것처럼 작명해서 퇴직자들을 배제시키는 것에  노사가 합의를 한 것이다. (참고로 2019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은 격려금과 별개로 따로 지급했다.)

 

이는 대표소송 제기 당시에 공동원고였으나 소송이 길어지면서 정년퇴직을 한 노동자들의 의사와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이며, '2013년 대표소송 제기당시 재직자는 동등하게 적용한다'는 별도합의서 위반이다. 필자를 포함한 퇴직노동자들이 분노해서 현대자동차 노사를 공동피고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다. 즉, 노사간에 별도합의서로 보장했던 권리를 당사자들 의사도 묻지않고 일방적으로 박탈한 노사에 대해 민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따라서 퇴직자들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배상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소송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언론에서 이번 판결을 앞다퉈 보도하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법원 판결이 내려진 2022. 6. 2일 하루동안 이 판결을 보도한 언론기사 제목 모음

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쟁점 다시 보기
2년 전 오마이뉴스 박석철 기자가 쓴 기사에 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쟁점이 잘 정리되어 있다.

기사 다시보려면 주소클릭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77692&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법원 판결을 소개한 언론보도는 수십개가 넘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해서 몇 꼭지만 소개한다.

언론보도가 놓치고 있는 사건의 본질 
그런데 수많은 언론이 이 사건 판결내용을 보도하면서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다.

필자가 이 소송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첫번째 목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 부도덕한 합의를 했다는 것을 법원 판결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격려금 지급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인데 언론보도는 격려금 지급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유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대자동차 경영진은 정년퇴직노동자들에게도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 소송 취하를 댓가로 한 격려금을 주지 않으려고 격려금 이름을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 확보 격려금'이라고 지었다. 

대체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치사한 짓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그럴까?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퇴직자를 대략 2,500명이라고 추산하고, 재직자와 똑같은 조건으로 분류해서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때 그 총 금액은 120억~150억원쯤 된다. 중소기업이라면 엄청 큰 금액이겠지만 연간 수조원의 순익을 내서 성과금 잔치를 하는 현대자동차로서는 회장과 사장단의 1년 연봉보다도 적다. 

 

그걸 안주려고 명분없는 꼼수를 부려서 잃는 신뢰와 기업이미지 실추가 더 클 것이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합의를 함으로써 윤리적으로는 물론, 법적인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퇴직자들은 이런 이유로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노동조합과 회사를 공동피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 상위 1%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김&장 법무법인을 선임해서 대응하고 있다. 힘없는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대응을 하는 것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을 수 있다. 1심 재판부가 노동조합의 책임만 인정하고 회사의 책임은 기각한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양아치만도 못한 꼼수를 부린 현대자동차 경영진의 부도덕함을 알리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 항소를 할 것이고, 항소심도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법원까지 상고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험난할지라도 정의와 진실이 불의와 거짓에 굴복 할 수는 없다. 질긴놈이 이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