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울산연안 생물다양성 조사/ 어로행위 실태

질고지놀이마당 2022. 6. 26. 18:22

답사한 날 : 2022. 5. 5

답사자 : 필자

제 3차 울산연안 생물다양성 조사의 일환으로 살펴본 외항강 일대 어로행위 실태 현장답사보고서다.

 

처용설화의 발상지 처용암의 현재 모습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다.

상상 속의 처용암은 규모도 있고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서 실제 모습을 보면 허탈할 정도로 아주 왜소하고 주변 환경이 열악하다.

 

처용암과 개운포에 직접 가 보기 전까지는 매우 신비스럽고 범접하기 어려운 신령한 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생각되었다.

필자는 한동안 개운포성지의 한문 표기를 성인 자로 짐작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개운포성지와 처용암을 연결지어 더욱 신비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인데 후에 알고 보니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이 있었던 자리여서 붙여진 이름인 城地였다.

 

하여간 국가산업단지의 거대한 시설물에 둘러싸인 처용암의 존재는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에 옛날에 이곳에 어떤 건물이 있었다는 것을 표시한 작은 돌비석 존재처럼 왜소하다. 그리고 영남알프스와 문수산 자락에서 발원한 청량천과 두왕천이 만나서 외항강이라는 이름으로 개운포성지와 처용암을 지나 바닷물과 합쳐진다.

농경사회였을 시절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미역감고 물고기 잡으며 놀았을 풍광 아름다운 이곳은 그러나 산업화에 밀려 처용설화의 발상지라는 상징성조차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상전벽해란 이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변한 것은 풍광만이 아니다.

북으로는 울산미포국가산단을, 남으로는 온산국가산단을 끼고 있는 외항강 수질은 4급수 수준이다.

 

해수부에서 연안오염총량제를 시행하면서 가장 먼저 실시한 중금속오염도 조사에서 수은이 4급수 기준치의 570배까지 검출된 오염원을 끼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둘러보면 어로행위를 하고 있는 흔적이 다수 발견된다.

낚싯배가 여러 척 정박되어 있고, 그물을 드리운 것으로 보이는 부표도 다수 보인다.

 

처용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춘도섬이라고도 불리던 목도라는 섬이 있다. 목도는 동백나무 자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섬 역시 산업화로 인해 섬이되 섬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산업단지 속의 고도절해가 되었다.

 

석유화학단지 시설물에 둘러쌓여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고 24시간 소음과 공해에 노출되어 있는 곳, 하늘과 땅과 물이 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다. 따라서 이곳은 물고기를 잡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시 어로행위 금지구역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어로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삼삼오오 낚시꾼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외항강과 온산 앞바다의 중금속 오염실태는 절대로 이곳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유통시켜서는 안될만큼 심각하다.

그럼에도 어로행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어선과 어구가 지천으로 많다. 멸치를 삶아 자연바람에 말리는 덕장도 남아있다. 해안가에는 폐어구와 온갖 쓰레기가 널려있다.

 

중금속 물질로 오염된 환경에서 채취한 해산물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 고기를 잡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는 유통과정을 거쳐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소비자가 된다. 

 

이곳 대기질과 수질이 중금속에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안다면 절대로  어로행위와 유통을 시켜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외항강과 온산 앞바다에서 잡힌 해산물이 혹여 값싸고 싱싱한 자연산이라는 이유로 우리 가족 식탁에 올라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아래는 대정천과 만나는 온산바다에서 지금도 어로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21년 답사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