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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부여행 (가족 10) / 캐피털리프 국립공원 1

질고지놀이마당 2010. 9. 1. 00:40

2월 9일 화요일 날씨가 그런대로 좋았다. 

 

혼자 식전 탐방을 다녀오는 대신에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서둘러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출발을 서둘렀다.

구름위로 해가 모습을 드러낼 무렵에 파노라마 전경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에 도착.

아침햇살을 받은 파노라마 전경은 새벽부터 서두른 보람을 느끼게 해 줬지만 날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기념촬영을 하면서 표정은 웃고 있지만 얼굴에 와 닿는 아침공기는 싸늘했고, 손 발이 금방 시려왔다.

아내와 딸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로 돌아가자고 성화다.

 

 

하지만 아침햇살에 빛나는 파노라마 풍경을 배경으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촬영타이밍을 춥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사선을 이루는 빛 방향과 눈이 적당히 덮여 있어서 절벽과 지표면의 명암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피라미드처럼 삼각형을 이루며 힘차게 흘러내린 지표면과 왕릉처럼 반원을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美가 볼륨감을 더한다.

삼각대 세우고 여러 풍경과 가족들 기념사진, 셀프 인증샷까지 다 찍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방문자센터

24번 도로와 접한 비지터센터를 둘러싼 주위의 풍경도 압권이다.

자연그대로 돌출되고 노출된 바위가 성처럼 빙 둘러서 있다.

서리가 낀 가지가 아침햇살을 받아서 하얗게 빛나는 나무들은 삭막함을 덜어주는 대신에 신비감을 더해준다.

 

마치 난공불락을 이루는 성채와 성곽에 둘러쌓인 느낌이다.

바닥엔 눈이 쌓였고, 깎아지른듯한 성벽 위로는 돔형의 성채가 무수하게 이어진다.

자연이 빚은 이 천연요새는 결코 함락당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비지터센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코압캐년을 가기위해 눈쌓인 바위산을 오르는 중이다.

피크닉에리어를 지나서 말과 사슴이 공존하던 목장의 운치있는 축사 뒷편이 트레일 들머리다.

고도를 점차 높이는 것에 비례해서 24번 도로에서는 주로 절벽만 보이던 주변 바위산의 상단부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얼마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비로서 코압캐년이라 표기된 협곡이 시작되는데 좌우 바위산으로 이뤄진 협곡을 따라서 길이 이어진다.

겨울이라서 탐방객이 거의 없는 탓에 눈위에 찍혔던 발자국은 거의 메꾸어져 있었다.

하지만 골짜기가 이뤄진 형상이 일방통행에 가까워서 초행길임에도 길을 찾아 가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눈이 발목이상 빠지는 구간이 많아서 앞서가며 발자국도 찍어놓고 사진도 찍고는 다시 앞서가길 반복하는 진행이었다. 

 

 

그리고 이곳 코압캐년 좌우로 나타나는 바위산의 모습은 24번 도로상에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단애를 이루는 절벽이 아니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두루뭉실한 형상이 이어진다.

양지쪽은 눈이 거의 녹았으나 응달을 이루는 곳은 눈이 적당히 덮여있다.

따라서 볕이 거의 들지않는 협곡아래 골짜기는 발이 빠지는 구간이 제법 남아 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작은 구멍이 무수히 파여 있는데 기포로 인한 용암과 달리 이곳 바위는 풍화작용 또는 침식작용에 의한 결과로 보인다.

양쪽 바위가 맞닿을듯이 협곡을 이루던 구간을 지나고 시야가 점차 넓어졌다.

바위산의 경사는 더욱 완만해지고 협곡도 개활지처럼 넓어진 것이다.

그만큼 햇볕이 많이 드니까 눈도 많이 녹았다.

 

 

 

 

기온도 많이 올라가서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간다고 투덜대던 아내와 딸도 생각보다 험한 길이 아닌데데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지자 만족스러워 한다.

낸들 뭐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우리 가족이 걸을 수 있는 능력 등, 주어진 조건과 부합하도록 선택할 뿐이다.

그 결과가 이상적일 수도 있고, 오판으로 인해 고생할 수도 있는데 미지의 여행에서 그런 것은 각오해야 한다.

 

 

 

계곡에 이리저리 이어지는 발자국은 산짐승들이 오간 흔적이다.

녀석들도 대개는 길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개활지로 나오자 아내가 눈밭에 벌렁 드러누워 버린다.

쉬었다 가자는 신호다.

사진에 내 모습은 거의 안나타나는데 나는 간식과 보온물통 및 음료, 여벌 옷 몇가지를 담은 베낭을 메고 앞에는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었다.

 

잠시의 휴식 후에 코압캐년 트레일을 계속 걷는 중인데 풍경이 갑자기 달라진다.

버섯모양으로 우뚝 선 바위가 눈길을 끈다.

 

 

코압캐년은 벗어날 무렵, 그러니까 24번 도로가 가까운 지점에서 지형은 평범한 야산처럼 변한다.

다만 24번 도로와 하천이 지나가는 큰 협곡 건너편으로 캐피탈리프 중심에 해당하는 바위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이곳 소개는 다음편에.

주로 붉은색과 간간이 흰색계통의 바위로 이뤄진 이곳에 이색적으로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이 많이 보였다.

 

지름이 약 20~30cm정도로 작은 것에서부터 50~100cm 정도로 제법 큰 돌까지 무수히 깔려있다.

그리고 그 돌은 물흐름에 따라 굴러 내려왔는지 곳곳에 무더기를 이루기도 한다.

이 검은 돌들은 야산에 많이 널려 있었는데 모래와 흙이 유실되면서 비교적 큰 돌들이 드러난 것으로 추측된다.

아내와 딸은 거인이 갖고놀던 공기돌이라커니 거대한 염소똥 화석이라니 카면서 재미있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