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스국립공원 데블스가든/ 미국서부여행기(35)
2월 11일 목요일 맑음
그간의 흐린날씨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하듯이 쾌청한 하늘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광활한 아치스국립공원을 효과적으로 돌아보려면 시간 안배 및 탐방코스 선정이 무척 중요하다.
소요시간과 중요도, 시간대와 동선을 감안하여 먼곳에 있는 데블스가든과 델리게이트 치를 먼저 돌아보고,
시간을 봐 가면서 에덴정원과 윈도우색션을 들러 나가는 것으로 동선을 잡았다.
그런데 왜 이름을 하필 악마의 정원이라 이름지었을까?
아무리 봐도 데블스가든(악마의 정원)이란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답기만한 풍경이다.
아마도 볼거리가 하도 많아서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찍사 생각일 뿐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악마의 정원 주차장 전방 1km쯤 오른쪽에 있는 스카이라인아치
오른쪽에 눈위로 난 오솔길이 악마의 정원 탐방로 들머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머리를 지나 이곳 랜드스카프아치까지 눈길을 걸어서 오는데 디따 멀다.
이곳저곳 풍경사진 찍느라 먼저 간 두 여자의 뒷모습을 놓치고 말았는데 모녀는 의리없게도 기다려주지 않고 가버렸다.
만약 길이라도 엇갈리면 그 넓은 천지에서 우찌 찾으라고?
더구나 이곳은 악마의 정원인데~ㅠㅠ
오랜 경험과 통박으로 눈위에 찍힌 발자국이 가장 많은 길을 따라서 근근히 찾아 오기는 했지만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는 가족사진을 한 장도 못찍었다.
대신에 돌아 나오면서 찍었지만 역광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산행사진의 경우도 다음에 나오면서 찍지뭐 하고 넘겼다가는 그 길로 안오게 되거나, 기상조건이 달라져서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 지론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인데 가끔은 지키지를 못한다.
랜드스카프아치는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려버릴 것같고, 눈이라도 높게 쌓이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같은 애처로운 모습이다.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황홀함의 극치, 이 다음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때문에 필자는 늘 시간에 쫓겨야 했다.
더 살펴보고 싶지만 아내와 딸의 독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아내와 딸을 먼저 출발 시키고 따라잡기 위해서 냅다 뛰곤 했다.
데블스가든을 다 돌아본 것도 아닌데 여기서 주차장까지 나가는 주위 풍경을 보면 거리가 만만치 않고 주위 경관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알게 될 것이다.
나오는 길에 데블스가든 탐방로 옆볼때기에 붙은 파인트리아치와 터널아치에도 들렀다.
터널아치는 높다란 바위 가운데 구멍이 뻥 뚫여있는 모습이다.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서 먼발치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파인트리아치로 이동했다.
파인트리아치와 터널아치는 그리 멀지않은 곳에 이웃하여 있다.
파인트리아치는 진짜로 길을 내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굴을 뚫어 놓은 것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멀리서 얼핏 보기에 작아 보이지만 막상 밑에 가서 올려다보니 까마득하다.
이름이 파인트리아치여서 '파인트리'라 부를만한 나무가 있을법하여 찾아보니 '명물'로 대접받을만한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뒷편에 몇 그루의 나무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집 뒷곁으로 바라보는 풍경처럼 파인트리아치 뒷쪽에서 조망되는 데블스가든의 원경이 볼만하다.
탐방로 입구까지 돌아나오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자동차가 빙 돌아 나가도록 원형으로 이뤄진 회차지점을 빙둘러선 바위형상들도 한폭의 그림이다.
물개가 앉아있는 것처럼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바위도 있고, 눈이 적당히 덮여있는 바위산 풍경이 파란 하늘과 더불어 환상적이다.
데블스가든만 대략 돌아보는데도 한나절을 거의 다 보냈다.
데블스가든 탐방을 마치고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우리가족이 점심식사를 한 주차장 맞은편의 피크닉에리어.
눈이 발목까지 빠질만큼 덮여있는 캠핑장은 짐승발자국 외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의자와 탁자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고 자리를 잡으니 악마의 정원이 아니라 천상의 정원에 차린 식탁이다.
온통 눈세상인데도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온화한 날씨다.
보온 유지되는 전기밥솥에 담아 온 밥과 챙겨온 코펠 버너로 떡국을 끓여 국 대용으로 따뜻하게 맛난 점심을 먹었다.
피크닉 에리어 건너편에 승용차 예닐곱대가 보이는 주차장이 악마의 정원 탐방로가 시작되는 들머리다.
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도로가 2차선 자동차 도로이고(회색은 오프로드), 녹색 점선이 트레일이다.
왼쪽 상단 모서리쪽이 악마의 정원인데 이곳만 꼼꼼히 돌아보려면 아마 하루쯤 걸릴 것 같다.
우리 가족이 다녀 온 곳은 주차장 옆 트레일헤드에서 출발하여 랜드스카프아치와 터널아치, 파인트리아치, 세 곳만 들렀는데도 약 3시간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왕 랜드스카프아치까지 간김에 이웃해 있는 월아치, 나바호아치, 파티션아치 등은 혼자서라도 욕심을 내서 다녀올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소개할 순서는 아치스국립공원의 상징이자 유타주의 심볼인 델리게이트 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