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절리 - 읍천
2010. 11. 7. 일. 맑음
휴일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읍천 주상절리를 찾아 간 것은 사전답사 개념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지인들을 통해서 알게 된 읍천 주상절리는 우선 그 형태가 특이해서 관심을 끌게 된다.
사진을 좀 찍는, '작가'의 반열에 든 사진가들이 찍은 읍천 주상절리 작품을 보면 정말 환상적이다.
조금이라도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들이 찍은 주상절리 사진을 보면 그 만큼은 아니어도, 대강 흉내라도 내고싶은 욕심이 생길만 하다.
그런데 이른바 작품사진들의 특징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아래 사진처럼 온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면서 정지되어 있는듯 밋밋한 사진이 아니다.
원형을 이루는 주상절리가 절반쯤 파도에 잠긴 형태로 하얀 포말이 부서져서 역동적이며 신비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주류다.
즉 전체를 다 드러내지 않고, 반쯤만 보여주면서도 형태는 다 표현된 사진이 많다.
바로 다음과 같은 형태다. -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하여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이미지 2장을 사용함)
그러려면 바닷물이 주상절리를 적당히 덮고 있다가(밀물) 파도가 높게 일어나는 순간에 주상절리가 드러나야 한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서 일어나는 하얀 포말은 사진을 더욱 역동적이며 아름답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을 다 표현하려면 우선 최상의 촬영조건을 만나야 하고, 촬영장비 및 노하우가 필수다.
이리저리 검색해서 찾아보고 귀동냥한 상식을 정리해보면
읍천 주상절리 촬영조건은 바람과 파도, 새파란 하늘에 흰구름 몇 조각의 배경이다.
거기 더해서 물때(밀물과 썰물)와 빛 방향도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한 장의 작품사진은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과 열정과 기다림, 실력과 운 등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필자는 언감생심 작품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그럴만한 실력도 여건도 되지 않음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아름다운 풍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가능하다면 좀 더 아름답게 담아서 이웃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자족한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앞서 말한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망설임 없이 촬영포인트를 찾아 올 수 있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오늘따라 바람도 파도도 없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게다가 썰물이 한참 빠져나가서 주상절리 일대는 낚시꾼과 탐방객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으니까 좋은 조건이지만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볼때는 촬영조건이 전혀 아니다.
주상절리 전망 포인트에서 본 읍천항 방향
도저히 식물이 자랄 수 없을것처럼 척박한 주상절리 바위틈 곳곳에 해국이 만개해 있다.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을 동안에 금단의 땅이었던 이곳이 비로소 개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절경을 이루는 바위 곳곳에 해안을 경계하던 초소와 참호를 만들었던 콘크리트 흔적들이 제거되지 않고 '옥의 티'로 남아있다.
분단된 현실의 유물이었던 이곳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위절벽 곳곳에는 해국과 노란들국화가 흐드러지게 섞여 피었다.
오늘은 꿩대신 닭이라고 끝물에 다다른 해국을 담는 것으로 첫 주상절리 방문의 아쉬움을 달랜다.(별도꼭지로 소개)
나도 언젠가 촬영조건과 여가시간이 맞아 떨어지면 작가들 흉내라도 내기위한 사진을 찍으러 갈 것이다.
내 사는 곳에서 이곳까지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