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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장인어른 방문

질고지놀이마당 2011. 5. 10. 19:53

2011. 5. 8

 

전날(5. 7)은 장모님 기제사를 모시고

어버이날에는 아이들과 온 가족이 예산소재 요양병원에 계신 장인어른을 찾아 뵈었다.

 

기력은 쇠약하셔도 건의 영리를 모두 알아 보셨다.

'얼른 죽어야 하는데 왜 안죽나 몰러~' 하시면서도 외증손녀를 바라보시는 표정에는 삶의 기쁨 환희가 드러난다.

오른 손을 못쓰시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왼손을 잡고 힘을 써보시라고 하니까 꽉 움켜쥐는 손아귀 힘이 젊은이 못지않다.

 

강원도 처제와 동서를 본지 오래됐음을 기억하시는 것이 당신 죽기전에 다녀가라는 당부로 들렸다.

매번 뵙고 올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 하는 생각에 늘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는데 아이들 모두 데리고 찾아 뵙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상범이 아들 건의여?"

핏줄이란 진하게 끌리는 힘이 있나 보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외손자를 알아보셨다.

 

"쟤는 누구여?"

결혼해서 신랑과 아이까지 데리고 나타난 외손녀 영리에 대해서 물으시고, 아들이 설명을 드리는 중이다.

 

영리 신랑인 자니는 장인어른과 초면이 아니다.

자니가 친구하고 둘이서 배낭여행길에 첫 한국방문을 했을 때 처가에 데리고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인어른께서도 기력이 있으실 때였는데 당시를 기억하실지는 모르지만 키 큰 외국인 외손주 사위를 보시고 전혀 어색해 하지 않으신다. 

 

예가 영리 딸이에요. 이쁘지요?

외 증손녀를 보시는 장인어른, 어쩌면 첫 대면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만남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장인어른의 표정이 기쁨으로 충만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동안에 처음으로 접하는 환희에 찬 표정이다.

미례도 낯을 가리지 않고 외증조할아버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핏줄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천수를 누리고 생을 마감해야 할 종착역에 가까운 장인어른과 이제 막 돋아나는 새싹과도 같은 미례를 보면서 삶과 죽음의 덧없음이 대비된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어도 이렇게나마 온 가족이 찾아 뵐 수 있어서 자식된 도리를 한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당신께서는 자식복이 많으신 분이다.

친손과 외손을 합치면 20명이 넘고, 증손도 벌써 9명을 봤으니까..

많은 손주들 중에서 많이 귀여워하셨던 내 아들의 손을 꼭 쥐어 주시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내 아들의 결혼과 손자까지 보시려나 생각하다가 문득 이게 마지막은 아닐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스친다.

아들은 다음 주에 호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