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영남알프스

나홀로 영남알프스 1 / 석남터널~중봉~가지산 정상

질고지놀이마당 2011. 10. 17. 01:57

2011. 10. 15. 토. 흐리고 안개, 맑았다 흐림

 

이번 산행 역시 말하자면 꿩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대박'에 가까운 목적을 이뤘다.

설악산 가는 팀에 동행을 하려다가 여의치 않아서 포기하고, 대신에 모처럼 산행과 출사를 겸해 오도산과 별유산 혹은 황매산을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늦게 깨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버렸다.

간밤에 번개모임을 갖고 다소 늦은 귀가를 해서 배낭꾸리고, 초행길이어서 가는 경로 검색 및 돌아 올 코스까지 정리하다 보니까 01시가 넘었다.

오도산 가려면 늦어도 03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알람을 맞춰놨건만 깨어보니 05시였다.

 

도리없이 마땅히 갈 곳 없으면 찾아가는 영남알프스 어느코스를 택해야 하는데 이럴때가 늘 고민이다.

영알의 많은 산과 봉우리마다 능선과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수없이 많음에도 가급적 안가 본 미답구간을 찾으려면 마땅치가 않다.

무작정 출발부터 하고는 가는 길에 코스를 정하는데 '아무데나 가지 뭐'라고 생각하고 나서기는 해도 막상 그 선택은 쉽지않다.

걷는 코스의 난이도와 소요시간, 돌아올 차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원점회귀가 아니면 대중교통이 연결되는지, 그리고 사진을 찍을만한 요소는 어떤게 있을지 등등 이것저것 따져볼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는 한참을 망설이며 행선지를 궁리하다 가지산으로 목표를 정한 것은 신불산 영축산의 억새평원은 얼마전 다녀왔기 때문이다.

 

06:30 석남터널 지난 계곡에 차를 세우고 출발, 해가 뜰 시각이지만 산은 아직 고요하다.

어제 밤까지 비가 내렸는데다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어서 등산객이 보이지 않는다.

산의 적막을 깨뜨리며 나홀로 시작한 산행이 정상에 도착하고, 한동안 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때까지 여전히 혼자였다.

주말 가지산에서 이만큼의 호사를 맛볼 수 있다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선택은 탁월했다.

 

적막강산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오랜 가을가뭄을 적셔 준 가을비가 내리고 맞은 주말아침,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혼자 타박타박 오른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산을 휘감고 있던 날씨가 순간순간 파란하늘을 보이며 햇살이 숨바꼭질을 한다.

날씨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다. 

 

  

나무계단길에 쌓인 낙엽이 오늘따라 정겹다.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딸 알맞은 양을 흩뿌려 놓은 듯한 낙엽을 밟고 올라가려니 누군가 나를 위해 낙엽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비에 젖은 낙엽이 아침햇살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워 수시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무계단이 끝나고 중봉까지 오르는 가파르고 험한길도 낙엽이 덮였다.

계단과 달리 바위가 많은 비탈길에서는 비에 젖은 낙엽이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산을 뒤덮은 안개가 시시때때로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는데 풍경을 제대로 보여주려는지 조바심이 크다.

운이 좋으면 운해를 만나는 대박일 것이고, 운이 닿지 않으면 시계 제로의 쪽박일 거다.

 

 

아, 그런데 하늘문이 열렸다!

그러니까 나무계단이 끝나고 중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비탈길에서 가지산 정상에서 쌀바위로 이어지는 암릉이 자태를 드러냈다.

쪽박이 아니라 대박의 징조를 발견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하늘이 열리는 회수가 잦아지고, 시간도 길어졌다.

그간의 산행 경험에 비춰볼 때, 분명 안개구름이 걷히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윽고 중봉에 올라섰다.

그야말로 시절인연을 제대로 만났다.

오도산을 못간 아쉬움을 가지산에서 넘치도록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아니 오도산을 간다고 해서 기대한 만큼의 운해와 일출을 만난다는 보장은 없다.

실은 가지산에서 운해를 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올라온 것도 아니다.

 

온통 구름바다에 뒤덮인 영알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기위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셔터를 눌러댔다.

이 풍경을 여기서만 담을 것이 아니라 정상에 빨리 올라야 저 너머, 즉 운문산과 운문댐 방향의 운해도 볼 수 있으므로..

 

오른쪽 아래는 백운산, 건너편은 재약산 사자봉과 수미봉.

그 넓은 골짜기를 새하얀 구름이 메꾸고 있다.

신선이 노닐듯한 구름바다의 향연, 그 풍경에 도취된 나는 덩달아 신선이 된듯한 기분이다.

 

쌀바위와 상운산은 이제 막 깨어나고 있다.

 

 

저 머리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까지 겹겹이 이어지는 영알의 무수한 골짜기마다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는 장관이라니!

 

 

뿐만 아니라 하늘의 구름도 예사롭지가 않다. 

 

 

 

 

  

석남사에서 언양쪽 방향, 더 멀리는 울산시내 방향으로의 구름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다음은 가지산 정상에서 보는 운해를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