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밥 일 꿈- 도전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보내는 공개서한 2

질고지놀이마당 2012. 3. 21. 08:55

나는 울산 북구 야권단일화경선에서 패배한 이상범입니다.

공천과정에서 공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번째 편지입니다.

아래 내용부터는 경어가 아닌 사무적 표현으로 쓰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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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야권단일화의 대의를 위해 한명숙 - 이정희 두 여성대표가 합의문을 교환하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그 합의서는 국민의 명령처럼 거역할 수 없는 무게로 일선 후보들을 압박했다.

만약 중앙당 차원에서 일괄 합의를 통해 강제하지 않고 지역에 맡겼다면 각 지역마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 단일화 문항에 이르기까지 더 큰 후유증을 앓거나 끝내는 합의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양당 대표의 일괄합의 결단은 매우 훌륭하고 효과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효율성과 통일성에서는 훌륭한 결단이었을지 모르나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

100% 여론조사 경선을 했을 때, 그 여론조사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전문가가 아닌 상식선에서 판단해도 알 수 있는 사항이다.

 

나는 공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당 대표간 합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내가 반발했던 이유는 내가 불리해서가 아니라 불공정하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조직적 개입에 의한 결과 왜곡을 막을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는 10%쯤 접어주고 하는 경선과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지금 문제가 되고있는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서 이정희 후보진영에서 한 것과 같은 여론조작에 의해 승부가 뒤바뀌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다시말해서 양당 대표가 합의한 100%여론조사 경선방식은 통합진보당측에 사실상 10%의 가산점을 주고 하는 경선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선지역 중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는 지역은 영향이 없을지 모르나 5~10% 이내 차이로 박빙승부를 펼치는 지역은 거의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이기게 되는 구조다.

물론, 민주통합당 후보진영에서도 통합진보당 진영처럼 여론조작을 똑같이 한다면 같은 조건이겠지만..

 

따라서 한명숙 대표는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합의를 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상대측이 이렇게 할 줄 몰랐다면 당지도부는 너무나 무능한 집단이다.

당 대표가 순진해서든, 당 지도부 전체와 대표 보좌진이 무능해서든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를 불러온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측이 이런 꼼수를 부릴 줄 알고 있었다면 전략지구를 다 넘겨줄 작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일화 협상 내내 통합진보당 측에서 집요하게 양보를 요구했던 전략지구를 경선지역으로 바꾸느라  다른 지역구를 더 양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에서 요구했던 전략지역구는 무늬만 경선지역으로 바꿨을 뿐, 내용적으로는 다 넘겨주는 합의였던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야합을 넘어 당에 대한 이적행위요,일선에서 뛰는 후보들에 대한  배신이다.

나는 첫번째 올렸던 당지도부에 보내는 서한에서 '당신들은 지금 직무유기를 넘어 배신을 하는 것과 같다'고 썼는데 지금 그보다 훨씬 더 격한 표현이 입안에 맴돌고 있다.

무능의 극치 아니면 야합이요, 배신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당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분노를 참기 어렵다.

 

 

사후 대응도 부실한 지도부

 

이정희 사태'가 터진 후에 당의 대응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선거를 코앞에 둔 비상시국이라서 사태해결은 신속하고 핵심을 찔러야 하는데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다.

이정희 후보가 재경선 수용을 제안했으면 그 제안을 받아서 거부하기 어려운 역제안으로 되감지 못하는가!

 

이정희 후보 선거구만 여론조작이 벌어진 것이 아니고 경선이 진행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 삼척동자도 알만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오차범위 이내로 승부가 갈린 경선지구는 전부 재경선을 요구할 명분이 충분하다.

 

이정희 후보 혼자 사퇴하는 것보다 더 큰 압박이다. 통합진보당에서 거부할 마땅할 명분이 없는 양수겹장이다. 몰라서 안하는가, 통합진보당 봐주느라 안하는가?

대변인끼리 말싸움이나 하다가 후보등록 시작되면 또 어쩔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끝낼 셈인가?

 

 

경선관리위원회 공정성도 믿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은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되는 정보를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여론조사 기관이 어딘지, 연령대별 진행은 고사하고 전체 진행조차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비공개 사항이라며 경선관리위원회에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통합진보당 후보들과 차별을 받았다는 것은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다.

통합진보당 후보진영에서 상세 정보를 알고 시시각각 중계를 했다는 것은 경선관리위원회가 편파적이었거나 여론조사 기관이 정보를 유출하는 두 가지 경우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당지도부가 '이정희 사태'에 대해 상대후보 사퇴 혹은 재경선 실시 다음으로 취해야 할 두번 째 조치는 진상조사다.

임기웅변식 정치적 조치에 그쳐서는 안되고 사법적 고발과 처벌이 따라야 한다.

 

저쪽이 요구하는 원샷 경선, 100% 여론조사 경선, 질문 문항까지 다 합의한 것은 단일화 경선 방식에 관한 한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백지수표를 주고 다 들어 준 것과 마찬가지다.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한명숙 대표에게 묻고 싶다.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경선방식 합의를 체결해서 일선 후보에게 강제한 당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당내에서도 정보공개에 대한 차별

 

지금까지 울산 북구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여론조사 경선결과에 대해 그 어떤 정보를 알려준 것이 없다.

그런데 주요 경선지역에서 반발하는 당내 후보들의 주장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한 여론조사 경선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책임자는 답해야 한다.

 

당대표와 지도부가 무작정 물러나는 것은 더 무책임한 일이므로 여론조작 사태에 대해 통합진보당으로부터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받아내는 것 부터가 일차적인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