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억새길(3)/ 영축산-오룡산
2012. 10. 2. 화. 맑음
나홀로 하늘억새길 세번째 사진산행기는 영축산에서 오룡산을 지나 도라지고개에서 배내골로 하산하는 구간이다.
실은 이 구간은 울주군에서 명명한 '하늘억새길' 종주 코스(총 다섯구간)에서는 벗어난다.
단지 필자가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편의상 하늘억새길(3)으로 표기한 것으므로 이 사진 산행기를 보는 분들은 이점 혼동 없기를..!
첫 구간인 달오름길(배내고개~간월재)과 둘째 구간인 억새바람길(간월재~영축산)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되 이름에 걸맞는 산행을 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늘억새길과도 상관없고, 달 억새처럼 부드럽거나 낭만적인 요소와는 동떨어진 험준한 암릉길을 걸어야 한다.
사진 포커스도 당연히 암릉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너무 삭막함으로 찍사가 찾은 또다른 요소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가을 야생화다.
거쳐가야 할 영축산 마루금을 보면서 간단히 늦으 아침을 대신한 요기를 했다.
혼자 당일 산행을 하면 편리한 것 중의 하나가 주절주절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대로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챙겨도 된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늘은 새벽부터 밤까지 빡신 산행을 염두에 두고 나오느라 비닐봉지에 한끼 정도의 밥과 약간의 반찬, 그리고 과일도 좀 준비를 했다.
다행히 추석을 막 지난 시점이어서 가게에 들리지 않아도 집에 있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새벽에 아내가 깨지 않도록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ㅎㅎ
휴일에 집에 있으면 약먹은 병아리처럼 피곤해서 비실대거나 졸기가 일쑤인데 산에만 나오면 활력이 넘친다.
남들은 나이 생각을 하라고 충고를 하건만 험한 산마루를 보면 걱정이 되기보다는 도전욕구가 살아나는 이 역마살을 어찌해야 할지..!
젖꼭지처럼 솟아오른 죽밧등을 지나 올망졸망한 오룡산까지 암릉길 6km가 넘으니까 약 3시간 거리다.
기차놀이(?)하는 하얀구름
오룡(五龍)산으로 가는 길을 雲龍이 퍼레이드를 하면서 안내하는 것 같다.
채이등에서 만난 꼬마 犬公
녀석이 제 주인을 두고 졸랑졸랑 계속 따라오는 바람에 스틱으로 몇차례 위협을 가하며 쫓아 버리자 돌아갔다.
죽밧등 오르는 길에,,,
멀게 느껴지던 영축산 정상에서 걸어온 거리가 만만치 않다.
시나브로 걷는 걸음이지만 계속 걷다보면 무시 못할 이동거리가 된다.
죽밧등 지나면 오룡산 잠깐이지 싶은데 아직도 멀다.
암릉길을 지나자 가을꽃들을 살펴 볼 여유가 생겼다.
절벽뒷편 뾰족한 봉우리 끝지점 완만한 봉우리가 오룡산
한낮이 되면서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져서 시야가 흐릿하다.
이래서 산행풍경을 찍더라도 해뜰녘 아니면 해질녘을 고집하게 된다.
지리산에서는 꽃봉우리만 실컷 봤는데 활짝 만개한 용담
시살등을 지났으니 많이 가까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룡산을 바라보니 여전히 먼 당신이다.(맨 끝 봉우리가 주봉)
모진 풍상을 이겨내고 삶을 이어가는 소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배내골 건너편으로 향로봉 백마산 행로산(왼쪽부터)
오룡산 주봉은 나무들로 인해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여 주봉 못미친 턱밑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축산 정상에서 부터 걸어온 마루금을 돌아본다.
사진 찍어가며 나름 부지런히 걸은 셈인데 2시간 반쯤 걸렸다.
오룡산 주봉 정상의 전망은 이렇다.
도라지 고개쯤에서 오른쪽으로 하산을 하여 백마산을 거쳐 향로산- 재약봉-코끼리봉-재약산-사자봉-배내고개까지 원점회귀 산행을 예정하고 출발한 길인데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오룡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축산 마루금 전망은 나무에 가려서 제대로 조망되지 않는다.
오룡산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분들이 마침 아는 분들이어서 한 컷!
도라지고개에서 등산로를 잘 모르겠기에 장선마을로 내려가는 임도를 택했는데 무척 지루했다.
산구비를 완만하게 돌아서 내려가는 팍팍한 임도를 한시간 넘게 걸었으니 한 5~6km쯤 되나보다.
하릴없이 걷다가 길가에 핀 들꽃들을 가끔 보아주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언젠가 이곳으로 산행을 한 기억이 떠오른다.
도라지 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있지 싶었는데 확실히 몰라서 내처 무료한 임도를 따라 내려오고 말았다.
그나저나 원 계획대로라면 다시 백마산으로 올라야 하는데 굳이 무리하게 산행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향로산~재약산~사자봉 능선을 걸으면서 노을풍경을 보고, 적당한 어느 전망포인트를 골라 해넘이를 담으려 한 것인데 구름이 2/3쯤 하늘을 뒤덮고 있음이다.
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배내고개까지 이동하여 오늘은 일찍 귀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또한 나홀로 산행의 장점이다.
<편집 후기 - 부부 등산객의 호의에 대한 감사>
하산지점인 장선마을은 행정구역이 양산시여서 배내고개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장선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4km쯤 떨어진 태봉리로 가야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환승할 수가 있단다.
산행을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어느정도 불편은 감수하야 하지만 버스노선과 시간표를 모르니 불편이 더 심하다.
버스시간표를 물어볼 겸 가게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시켰는데 아뿔싸, 그 사이에 마을버스가 휭하고 지나가 버린다.
슈퍼 안주인이 더 안타까워하길래 까짓거 한 30쯤 기다리면 또 오겠지요 했더니 다음 차는 두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단다.
헉..! 하긴 이곳은 시내가 아니고 산골인데 배차 간격 두 시간은 기본일 것이다.
지나가는 차가 지천이건만 남에게 부탁하기는 좀 그렇고, 주유산천 하는 기분으로까짓거 4km 또 걷지 뭐...
그렇게 이번에는 아스팔트 길를 터벅터벅 걸었다.
태봉리 버스 주차장에 도착해서 붙여놓은 시간표를 보니까 언양 석남사 태봉으로 구분은 해 놓았는데 출발하는 시각이 어느 것인지 헷갈리게 써놨다.
대충 짐작되는 시간표가 맞다면 이번에도 두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정류장 앞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보고있는 부부가 있기에 용기를 내서 카풀을 요청했더니 흔쾌하게 태워주신다.
산에 다녀봐서 알지만 산행복장을 한 사람이 픽업을 요청하면 등산객 운전자는 잘 태워주지만 나들이객들은 잘 태워주지 않는다.
이건 나또한 그런 경험을 해봐서 아는데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치다.
내가 받은 호의는 꼭 그 분들에게 갚지 않더라도 또다른 등산객에게 갚게 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이렇게 돌다보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 될거다.
그 부부는 추석연휴기간 3박4일 일정으로 영남알프스를 등산하고 내려온 길이라고 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흔쾌하게 차를 태워줄만한 기본이 돼 있는 부부를 첫 눈에 알아보고, 그 분들도 태워줄만한 사람을 만난 것이라면 자화자찬일까? ^^*
하여간 배내고개까지 이동하는 짧은 시간이나마 산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산을 쏘다니는 나의 산행관록이 부럽다고 했는데 나는 거꾸로 몇날 며칠을 함께 산행하는 취미를 즐기는 그 부부가 부러웠다.
연락처를 나누지 않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인연이 닿으려면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라도 이어질 것이다.
울산에서의 마지막 밤은 잘 보냈는지, 그리고 산행뒤에 둘러볼만한 곳은 좋았는지, 울산에 대한 좋은 추억을 담고 안전하게 돌아갔기를 기원한다.
내게 호의를 베푼 때문만이 아니라 그 부부처럼 세상을 즐겁게 행복으로 채워가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