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일기(3)/ 민주노총 정치방침
<일러두기 : 하루 일기를 저녁에 마감하고 써야 하는데 잠자기 전에 시작했다가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아예 다음날 아침 맑은 정신으로 쓰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까 날자 개념이 간혹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1)
예비후보 등록 열흘째가 되어 가는데도 아직 선거사무실을 따로 열지 않아서 시당사무실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아니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목좋은 곳은 거의 선발 주자들이 차지했고, 그나마 괜찮다 싶으면 빌려주지 않거나 임대료를 너무 비싸게 부른다.
선거시기 특수를 노리는 것도 있겠고, 이 지역이 여권 강세지역이어서 건물주인이 눈치를 보는 경우, 또는 건물 이미지 관리상 선거용으로 단기 임대는 하지 않겠다는 등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결국 문제는 연줄과 돈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정 안되면 공터를 임대해서 천막사무소라도 차려야겠다는 마음이다.
시당으로 향하는 길 양 옆으로 이팝나무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웠다.
하얀 수술처럼 만개한 꽃을 보면서 오늘따라 저 꽃이 슬픈 모습으로 다가온다.
먹을거리가 항상 부족했던 시절 하얀 쌀밥에 비유됐다는 이팝나무 꽃이 오늘은 하얀 소복의 이미지로 비쳐지는 것이다.
도시의 소음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흐느낌으로 느껴진다.
한동안 그러한 환청과 환각에 사로잡혀 지낸 적이 있었다.
내 나이 열다섯, 중학교 2학년 봄에 그러니까 양력으로 4월 25일 이었으니 딱 오늘이다.
어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 길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셨다.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슬픔,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들려오는 소리들은 죄다 통곡소리처럼 귓가에 맴돌았고,
울긋불긋 산을 수놓은 꽃들은 꽃상여가 너울너울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더욱이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심정을 생각하면 밥을 먹어도 조신하게,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크게 웃는 것을 삼가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코 과하지 않다.
점심시간에 반가운 분들을 만났음에도 다들 이심전심으로 그런 마음을 나눴다.
(2)
선거운동은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운영위원회 결정사항이 들려왔다.
아~~이거 도대체 노동단체에서 정치영역을 어디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도와주려는 취지가 맞는 것인지, 오히려 배타적 횡포가 아닌가 싶다.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단 '내질러 놓고'는 열흘이 지난 지금 와서야 중앙당 중앙집행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단다.
행동부터 하고 난 다음에 검토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그 행동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는 후보들에게 그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지역본부 운영위 결정이란 것이 또 각 선거진영의 피를 말리는 내용이다.
울산지역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건을 통해 결정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민주노총 중집에 새정치민주연합이 포함된 야권연대가 민주노총 선거방침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질의한다.
2.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이 있기까지 야권연대를 중단한다.(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의견으로 권고한다.)
3. 최대한 빨리 중집이 열리도록 노력한다.
4. 5월8일까지 민주노총 중집이 개최되지 않을시 9일(금) 14시 지역본주 운영위를 개최하여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의 문제점은
첫째,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야권연대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벗어난다'고 못박는 기자회견을 열흘 전에 해놓고, 뒤늦게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결정을 하는 절차적 하자와 자기모순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
둘째, 민주노총 중집 유권해석이 나오기까지 야권연대를 중단하라는 것은(비록 권고라고 표현했지만) 갈길은 멀고 한시가 급한 후보진영에서는 감수하기 어려운 족쇄가 아닐 수 없다.
세째, 민주노총 중집이 언제 열릴지 불투명하다. 전국각지에서 모여야 할 중집위원들을, 그것도 정례회의가 아닌 임시회의로 소집하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리고 설사 회의가 소집되더라도 성원이 될지, 사안의 민감성과 운동판 내부의 정파적 입장 때문에 신속하고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다 불확실하다.
네째, 지역본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5월 8일까지라는 시한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5월 15일 등록임을 감안하면 5월 8일까지 기다려 보고 9일 지역본부 중집에서 결정한다는 것은 일정이 너무 늦다.
결국 야권 후보진영은 단일화에 관한 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민주노총의 유권해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인데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내 처지에서는 민주노총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별로 없게 되었다.
연대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면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연대의 대상이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너무 늦어지면 사실상 단일화를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지난 15일과 16일 엇갈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정치방침이나, 4월 25일 운영위원회를 통한 결정사항 모두 울산에서 어려운 선거전을 열어가야 하는 야당 후보들에게는 커다란 제약이다.
어려운 선거전이기에 자연스럽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것인데 그 단일화 논의를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