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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 일기(14)/ '좋은 놈 나쁜 놈'

질고지놀이마당 2014. 5. 9. 14:32

2014. 5. 8. 목. 맑음

 

중앙당 최고위원회 방침으로 야3당 울산시장후보 단일화 합의를 하룻만에 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제 설명했다.

예상한 대로 단일화 번복에 따른 후폭풍으로 곤혹스런 하루를 보냈다.

어버이날이라는 생각조차 염두에 두지 못할 정도로...

 

오전에 시당 집행위원회가 열려서 중앙당 방침에 따라 야3당 단일화 불가 입장을 의결했다.

그리고 후보인 나는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던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급히 단일화 철회 방침을 알리는 사과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던 나는 대중적으로 발표한 약속을 철회하는 것이니만큼 시민들과 두 후보에게 정중한 사과의 뜻도 밝혔다.

갈길이 멀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서 이 일로 받게될 부정적인 영향은 고스란히 후보나 당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귀책사유가 우리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 안되 그 여파가 크지 않기를, 그리고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최선이다.

 

오늘 기자회견에 앞서 단일화 합의를 철회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어제 저녁에 두 후보에게 전화상으로 미리 통보했다.

두 후보의 반응은 대조적으로 달랐는데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공식반응도 그랬다.

먼저 정의당 조승수 후보는 우리 당 최고위원회에서 합의 무효라는 브리핑이 나올 정도로 초강경 입장이었음을 알고 아쉽지만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단일화에 대해 내가 가졌던 진정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후라도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반면에 통진당 이영순 후보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앙당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 합의한 약속을 지키거나 지키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두 후보 모두 내가 중앙당의 '통진당하고는 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울산시당 내에서도 격렬하게 반대하는 의견그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을 무릅쓰고 단일화에 나서는 입장임을 알고 있었다.

이 후보도 나한테 내부사정이 그런 정도인데 단일화에 합의를 해도 괜찮겠냐고 염려(?)를 할 정도로...

 

하지만 막상 중앙정치논리에 내 소신이 꺾이고, 단일화 합의를 지킬 수없데 됐다고 통보하자 그 반응은 완전 대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이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조 후보는 단일화 파기에 유감을 표한 뒤에 그렇지만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통진당과의 2자연대 및 우리와의 2자연대를 동시에 제안했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약속파기에 대해 강한 언사와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뭐 어떤 비난을 하는 것이야 본인의 자유이고, 나는 어떤 비판이든 아니 비난일지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두 후보의 태도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시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울산에서 야 3당 단일화에 대한 현상과 본질을 보면 이렇다.

나는 어느 후보 보다도 진정성과 적극성을 가지고, 게다가 중앙당의 방침과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단일화에 임했고 합의까지 이끌어 냈다.

그만큼 울산에서는 야권 단일화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판단과 지방자치 단체장을 뽑는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가 이정도의 자율성은 가지고 판단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앙당 최고위원회의 강한 반대로 단일화 합의를 철회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단일화를 반대하는 후보로 비쳐지게 되었다.

이러한 속사정을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으므로 그 부담은 후보가 안고가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을 잘 아는 상대 후보들이 강도높게 비난을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두 후보의 태도는 자신의 이미지관리와도 직결된다.

어떤 경우도 단일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조 후보는 통 큰 정치인, 포용력을 지닌 정치인 이미지 즉 '좋은 놈'으로 비쳐질 것이다.

아무리 진정성을 갖가 있었다 하더라도 기 합의한 단일화를 깬 나는 단일화를 반대하는 '나쁜 놈' 이미지를 당분간 감수하게 되었다.

나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통진당 이 후보의 격앙된 심정은 이해되지만 자신한테도 도움되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결국 단일화 합의와 철회 과정에서 나는 '나쁜 놈' 이미지를, 조 후보는 '좋은 놈' 이미지를 얻었다면 이 후보는?

 

출발부터 어려운 선거임을 알고 시작했기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해볼만한 선거구도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중앙당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음을 알지만 공천확정이 첫번째 선물이었다면 단일화를 깬 '나쁜 놈' 이미지는 두번째 선물인 셈이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에는 통진당과의 단일화를 위해 북구를 협상카드로 이용하면서 끝내 통진당이 원하는 방식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강제했던 중앙당이 이번에는 어렵게 어렵게 합의했고, 단일화 경선을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단일화임에도 '무효'라고 무질렀다.

다시 한번 중앙당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물음이 고개를 든다.

 

이런 참담함에도 불구하고 오후에 cbs라디오에서 '울산의 백년을 묻는다'는 후보초청 대담 생방송에 출연해서는 스스로 만족스러울 정도로 선방했다.

선거는 몇 번의 출렁거림이 있으니 이번 악재를 딛고 꿋꿋하게 나가면 만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잘해서 이길 수도 있고, 내가 실수해서 상대방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 후보들도 패착을 두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 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