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의 반란(?), 여의도 중앙정치에 도전하다.
'우섭아, 웃어바'
1월 25일 대구엑스코 325호 강당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대구 경북 순회연설장에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3인의 당대표 후보 연설에 이어서 최고위원 후보연설 다섯번째로 나선 박우섭 후보(현 인천 남구청장)가 갑자기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 한소절을 열창한 것
"자~ 떠나자, 고래잡으러어~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연설시간이 5분 밖에 안되는데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노래를 부른 이유는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 경북에서 평생 야당의 길을 걸어오신 당원 동지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실시하고 있는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을 바로 고래잡이 떠나는 어부의 각오에 비유하면서
단순히 고래 한마리를 잡자는 것이 아니라, 당의 개혁과 변화를 통해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라는 거대한 고래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래를 한소절 부르자 잠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오면서 긴장감이 풀리는듯한 분위기도 잠시
박 후보가 결의에 찬 연설을 쏟아내자 장내는 일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 지면서 모든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마력같은 힘이 발휘되었다.
대의원과 각 후보 지지자들로 채워진 관중석은 물론 경쟁 후보들조차 '현직 구청장의 신선한 도전'과 좌중을 사로잡는 연설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섭아 웃어바"
박우섭 후보의 이름을 풍자한 지지자들의 연호도 재미있다.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박우섭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이 웃는다는 것은 당선을 의미한다.
아니 당선을 목표로 뛰는 모든 후보진영의 간절한 바램이기도 하지만 박우섭 후보가 중앙당 최고위원으로 당선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다.
우선 그의 출마는 다른 후보들과 아주 대조적일 정도로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최고위원 후보들이 재선~ 4선의 현역 국회의원인 중앙정치무대의 정치인인데 반해
박우섭 후보는 중앙 정치권에서는 '변방'으로 취급하는 기초단체장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야말로 박우섭 후보가 가장 뚜렷한 출마 명분을 갖게하는 차별성이다.
다른 후보들이 개인 혹은 계파의 목표를 가지고 출마했다면
박우섭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전국기초단체장 81명의 결의로 최고위원 후보로 추대되어 출마했다.
그리고 당소속의 전국 광역 기초의원단 1,500여명의 공식 지지를 받는 후보다.
즉, 한국의 정치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기초단체장이 중앙당 지도부에 출마한 것이 처음일 정도로 '신선한 도전이며 유쾌한 반란'이다.
그만큼 한국 정치의 현주소는 말로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말하지만 여야 모두를 통털어서 중앙정치권의 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을 예속된 부서쯤으로 취급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을 한참 아랫사람 정도로 대하는 인식들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 공천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현역 국회의원이'갑'이라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을'이었다.
따라서 중앙정치인들 입장에서 볼 때 '일개 구청장'인 박우섭 후보가 당지도부로 들어온다는 것은 심기가 몹시 불편할 수 있는 사건이다.
다시말해 여의도 중앙정치권에서 독점해온 정치권력 구조를 허물어 뜨리려는 지방의 반란이 성공한 '혁명'인 셈이다.
만약 당원들이 그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해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이 변화하고 혁신한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박 후보는 이를 두고 '반란, 해방'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사자후를 토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대표주자가 당지도부에 선출된다는 것은 여의도에 갇힌 중앙정치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지금 당대표 후보를 포함해서 모든 후보들은 '이대로는 안된다, 환골탈태의 각오로 변화와 혁신, 계파 청산을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그렇지만 정작,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지방자치는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단식투쟁을 통해서 부활시켰으며,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의지를 가지고 지방분권을 실현했다.
그리고 박우섭 후보는 고 김근태 고문님과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면서 옥고를 세번 치른 민주화 동지이기도 하다.
박우섭 후보의 전국 순회연설을 들어보면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 있는 특징이 하나 더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그 지역과의 연고와 그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예를 들면 강원에선 최문순 도지사, 대구 경북에선 김부겸 전의원) 과의 친분을 강조하지만
박우섭 후보가 일관되게 더 강조하는 것은 고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정신이다.
그리고 새끼를 위해서 스스로 뱀에게 잡아 먹히는 '두꺼비 정신'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한다.
참담할 정도로 존재감이 허물어진 제1 야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당 지도부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두꺼비처럼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박우섭 후보는 출마 명분이나 살아 온 이력과 경력, 어느것으로 보나 5명을 뽑는 중앙당 지도부에 꼭 입성해야 할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대표선수인 것이다.
다만 그에게 부족한 것은 중앙정치인보다 조직과 인지도, 그리고 계파의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박우섭 후보를 최고위원 1순위로 공개 지지한다.
일개 평당원일 뿐이어서 별 영향력은 없지만...ㅠㅠ
사자후를 토하는 듯한 박우섭 후보의 연설을 '저 친구 물건이네~'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목희 후보
필자의 주문에 따라 사이좋게 포즈를 취한 박우섭과 주승용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두분과 친분도 있고, 좋아하며 존경한다.
그러나 단지 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를 공개 지지하지는 않으며, 충분히 검증되고 실력과 경륜을 인정하기 때문에 지지한다.
전국 순회유세 연설을 창원, 울산, 부산, 강원도, 대구 경북 등 5곳에 참가하여 지켜봤는데
이 분들을 알고 지내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주승용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무소속으로 도의원부터 여천군수, 통합 여수시장을 거쳐 3선 국회의원까지 승승장구한 입지전적 정치인이다.
과거 민주당 깃발만 꼽아도 당선된다고 하던 시절에 지연 학연 혈연이 없는 여수에서 도의원과 여천군수 통합 여수시장까지 당선된 저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다른 후보들이 모두 수도권 출신인데 반해 주승용 의원은 유일하게 지방 출신 정치인이며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을 거친 중진급 정치인이다.
당대표 후보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만큼 실력과 경륜을 겸비한, 그리고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어서 최고위원 당선 1~2 순위로 꼽힌다.
이 두 분이 동반 당선되어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