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방문보고서 1
전직 노조대표자 일행 해외공장 방문 보고서(초고)
<편집자 주> 이 문건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사견임, 사진과 글을 필자 동의없이 퍼 옮기지 말아 주십시오.
글 소개 순서
1. 추진 과정과 목적
2. 방문일정
3. 방문단 구성
4. 방문보고
4-1. 일정 진행과 관련한 개괄적인 평가
4-2. 방문 단체(공장)별 보고서
5. 방문 소감과 제언
1. 추진과정과 목적
1987년 7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하 현자지부)의 역사가 어느덧 2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대립적이며, 따라서 소모적이다.
이는 상호 불신에서 비롯되는 원인이 가장 크다 하겠으며, 노사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조 내부적으로도 노노간 갈등과 불신이 존재한다.
2015년 벽두 현대자동차 노사간의 큰 현안은 통상임금 갈등, 비 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문제, 해외공장 확대만큼 국내 생산비중이 축소되는데 따른 잠재적 고용불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전직 노조대표자(전직 위원장 및 지부장) 해외공장 방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4대 지부 집행부에서 노동조합의 새로운 기풍을 정립해 보자는 취지로 2014년 말경에 이경훈 지부장이 전 현직 노조대표자 간담회에서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즉, 노사 및 노노간 불신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선진국 노사관계 및 해외공장 실태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활동풍토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전직 노조대표자들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지부장의 의지가 큰 동력이 되었다. 해외방문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앞서 살펴본 현안과 관련하여 민주노조 진영에서 롤모델로 삼았던 독일 금속산업노조 및 자동차 산업의 단체협약 과정과 임금체계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공세적으로 들고 나오는 논리인 생산성, 품질,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 등등의 경쟁력에서 국내공장에 비해 해외공장이 월등하다는 것이 과연 사실인지 실제로 가서 확인해 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2. 방문 일정 및 방문국가
전체 일정 및 방문국가 : 2월 4일~ 14일(9박 11일) 독일, 러시아, 체코, 중국
2월 4일(수) 인천공항 출국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착
2월 5일(목) 오전 독일 금속노조(IGM) 방문
오후 열차 편으로 볼프스부르크로 이동, 자동차테마파크 아우트슈타토 견학
2월 6일(금) 오전 버스 편으로 카셀소재 폭스바겐 오토미션공장 방문 평의회 의장 간담회
오후 현장견학 후에 버스 편으로 프랑크푸르트 이동
2월 7일(토) 오전 호텔에서 아우디 임금체계 전문가 초빙하여 세미나
오후 공항으로 이동 출국,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로 이동
2월 8일(일) 현지 이문화체험, 상트페테스부르크 시내 유적지(성당, 박물관) 돌아 봄
2월 9일(월) 오전 러시아공장 방문
오후 공항으로 이동, 체코 프라하 도착
2월 10일(화) 열차 편으로 체코공장 방문(프라하에서 3시간 반 이동 왕복 7시간)
2월 11일(수) 오전 프라하 현지 문화체험(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가지)
오후 공항으로 이동, 인천공항으로 이동
2월 12일(목) 오후 인천공항 환승하여 중국 북경 이동
2월 13일(금) 오전 북경 근교 만리장성 둘러 봄
오후 현지공장 북경기차 방문
2월 14일(토) 북경~인천공항 거쳐서 귀국
3. 방문단 구성
대상자는 현자노조 전직 위원장과 지부장으로서 총 대상자 9명 중에 5명 참가
이상범(2대), 윤성근(4대), 이상욱(9대), 윤해모(지부2대), 박상철(금속노조위원장)
노조에서 이경훈 지부장, 부지부장, 상무집행 간부 등 6명,
회사에서 문정훈 전무(지원사업부장) 등 3명 총 14명 이었다.
4. 방문보고
4-1 전체적인 일정 진행에 대한 평가
해외공장 방문을 다녀오기까지 준비과정부터 상당한 내부진통을 겪었다.
절차상의 문제, 시기상의 문제를 지적 받기도 하였고, 현장 제 조직에서 회사가 지원하는 경비로 해외방문을 가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장들도 있었다.
전직 노조대표 누구나 심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여곡절을 거쳐서 대상자 9명 중 5명이 참가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듯 준비과정에서 진통을 겪다 보니까 정작 내용을 충실하게 담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고 출발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즉, 이런저런 현장조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해외공장 방문이었기 때문에 방문일정, 방문단체, 방문결과 모두 ‘최선을 다한 방문보고서를 제출한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비자체가 미흡한 상태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제교류의 경우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두고 섭외를 해야 하고, 통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진행하는 교류모임이나 세미나 등에 시간이 두 배로 걸리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매우 중요한데 거의 전무라 할 정도로 미흡했다.
이러한 문제는 가뜩이나 비용과 시간 투자대비 비효율적인 국제교류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해외공장 방문 일정이나 방문단체 결정과정에 참가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적인 촉박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방문 단체 및 방문공장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사전에 공유하고 숙지하는 노력과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안배하는 노력들도 부족했다.
4-1-1. 독일 일정/ 2월 5일~ 2월 7일
독일 금속노조 및 아우토스타트 방문기 상세보기 (주소클릭) http://blog.daum.net/jilgoji/7163435
독일에서 공식일정 첫날(2. 5. 목) 오전에 독일금속노조 방문은 거리가 가까워서 이동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대신에 오후 일정상 할애된 시간이 두 시간밖에 안돼서 좀 짧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독일 금속노조의 활동과 중앙교섭에 대해서 상식적인 내용들은 사전에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매우 유익한 방문일정이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다음에 이어진 일정이었다.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자동차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토 견학은 꼭 가 볼만한 곳이었으나 점심 식사 후에 이동하는 거리가 멀어서(약 3시간 반 이동) 현지도착 자체가 상당히 늦은 시각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아우토슈타트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에 불과했다. 그조차도 어둠이 내린 뒤여서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나오느라 120년 가까운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한 자동차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나와야 했다.
다음 날(2. 6. 금), 카셀에 있는 폭스바겐 오토미션 공장을 방문하여 공장평의회 의장과의 간담회 및 현장 견학은 시간적으로는 무난한 편이었다.
욕심을 더 낸다면 공장평의회 의장을 만나서 나눌 의제와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를 미리 전달해서 섭외를 했더라면 좀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며, 공장 견학의 경우도 부품공장 보다는 완성차 생산 공장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반면에 셋째 날(2. 7. 토) 임금체계 세미나는 이동시간 없이 전문가를 호텔로 초빙하여 진행함으로써 시간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를 섭외함으로써 시종일관 내용도 알차며 진지하게 진행했다. 다만 다들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로 전체시간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었다.
<독일 일정 추가보기-주소클릭>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의 풍력발전 http://blog.daum.net/jilgoji/7163436
독일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아우토스타토 자동차 전시장 http://blog.daum.net/jilgoji/7163437
새벽산책, 프랑크푸르트 상공 레이져 쇼 http://blog.daum.net/jilgoji/7163438
4-1-2. 러시아 일정/ 2월 8일(일)~2월9일(월)
2월 7일(토) 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공항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구 소련 이미지와 시베리아의 혹한이 먼저 떠오르는 러시아 날씨는 그러나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눈 덮인 도시 위로 백야현상이 남아있어 그다지 어둡지 않은 가운데 눈과 비가 섞여 내리면서 완전 질퍽거리는 진창길로 변한 거리모습이 러시아에 왔음을 실감나게 하였다. 다음날(일) 공식일정이 없는 만큼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어둡지 않은 러시아의 밤 풍경을 창 밖으로 감상하면서 러시아입성 자축파티(?)를 조촐하게 가졌다.
실질적인 첫날 일정인 2월 8일(일)은 왼 종일 이문화 체험으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출발을 좀 늦추거나, 기 정해진 스케줄일지라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는 하루였다. 넵스키대로 좌우편으로 자리잡은 카잔 성당, 뱃머리 등대, 에르미타쥐 박물관 관람, 펠리스 광장, 성 이삭 성당 등을 돌아봤다.
이문화 체험 동선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았고, 사전에 박물관이나 문화유적지에 대한 기초지식을 숙지해서 왔으면 이해도나 수용 정도가 훨씬 나았을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 자체가 회색 빛이라 할 만큼 날씨도 흐리고 거리와 건물들 색조도 그랬다.
거대한 도시를 전부 매립해서 건설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지대가 없는 평지에 널찍하게 자리잡은 건축물들은 성당을 제외 하고는 거의 다 직선과 직각이 주로 많았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들인 카잔 성당과 성 이삭 성당은 동방에서 온 이방인을 주눅들게 하기 충분한 규모였고, 스스로 몸가짐을 살펴보게 할 정도로 엄숙함과 위엄이 풍기는 규모였다.
또한 제정러시아 황제가 겨울에 기거했다는 겨울궁전을 활용한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그 규모나 소장 예술품의 양과 질 어느 것으로나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손색이 없었다.
새벽에 나홀로 이문화 탐방 주소클릭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스부르크(구 레닌그라드) http://blog.daum.net/jilgoji/7163441
상트페테스부르크 야경모음 http://blog.daum.net/jilgoji/7163445
둘째 날(2. 9. 월) 일정은 오전에 러시아공장 방문
시내에서 현지공장 가는 길은 외곽 고속도로가 잘 닦여 있었다. 자작나무 원시림이 자라고 있던 자리에 터를 잡은 현지공장은 넓고 깨끗했으며, 적당히 쌓인 눈에 덮여서 그야말로 동화 속 풍경 같았다. 현지공장 임직원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짧은 방문이었지만 상세한 브리핑을 통해서 현지공장 현황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 평가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신화를 만들어가는 현지공장의 놀라운 업적은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일하는 직원들이 무척 젊다는 것(평균 28세 전후라 함)과 근무시간에는 유동인원이 거의 없이 다들 맡은 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원조인 울산공장 노사대표들이 방문한다니까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에 표시되는 각종 숫자들을 보면 일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조작할 수 없는 지표들이다.
노조가 결성되지 않았고, 그런 움직임도 없을 정도로 현지 직원들이 현대 직원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고, 현재의 처우에 만족한다는 설명을 따로 검증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과장된 것 같지도 않았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들은 다 노조가 결성되어 있음에도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노조결성 움직임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회사측에서 노조결성을 못하도록 방해(탄압)하거나, 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거나 둘 중 하나일 터인데 회사 쪽 설명에 따르면 후자라고 한다. 이는 아마도 현지법인 경영진들이 무 노조 경영 전략을 쓰되, 탄압이나 방해공작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립적인 국내 노사관계 하에서 지불해야 했던 비싼 대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직원들에게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파트너 쉽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러시아공장 현황은 별도 자료 참조)
4-1-3. 체코 일정/ 2월10일(화)~2월 11일(수)
체코의 프라하 공항 입국수속 안내판에 우리글로 쓰여진 안내판을 보는 순간 아하 이것이 국력이고 국격 이로구나, 그리고 우리회사 현지공장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입국수속을 마치고 프라하 시내로 이동한 다음 까를교 근처에서 프라하의 밤과 첫 대면했다.
프라하의 구 도시를 가운데로 흐르는 볼타바 강에서 가장 오래 된 까를교 너머에 있는 프라하성 불빛이 강물에 반영되어 더욱 환상적이었다.
다들 탄성을 지르며 포즈를 취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체코라는 나라가 이처럼 문화적 향유가 깊은 나라였음을 미쳐 모르고 있었던 무식이 탄로난 셈이다. 프라하 구도심은 15세기 전후로 건설된 도시여서 대형 관광버스는 진입금지였다. 따라서 프라하 구시가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도시 외곽에서 버스에서 내린 후에 전차를 타거나 걸어서 다녀야 했다.
우리 일행도 전철을 타고 까를교까지 이동한 다음, 볼타바 강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후에 천문시계탑이 있는 올드타운 광장을 돌아 보고 다시 강을 건너 전용버스를 탈 때까지 줄곧 걸어 다녔다.
체코에서의 첫 공식일정은 2월 10일(화) 체코 현지공장을 방문하는 것.
체코공장은 프라하에서 열차 편으로 약 3시간 반을 달려 오스트리바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다시 버스 편으로 40분을 이동하는 노소비체라는 소도시에 있었다.
알기 쉽게 한국에 비유하면 서울에서 울산공장을 방문하는 정도의 거리와 시간이 걸린다. 그런 만큼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다녀와도 다시 프라하 도착은 저녁 8시경으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너무나 죄송하고 민망하게도 필자가 체코공장 방문에 낙오한 탓에 체코공장 방문기는 패스~ㅠㅠ)
둘째 날 일정은 오전에 이문화 체험을 하고 오후에 북경을 가기 위한 중간 환승지인 인천행 비행기 탑승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구 도시는 어디 한군데 뺄 곳이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요 예술작품 같았다. 볼타바강 건너편에 있는 프라하성 방문을 시작으로 프라하에서의 이문화 체험은 할애된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아쉬웠다. 돌아볼 곳은 지천으로 많은데 쓸 수 있는 시간은 한나절 남짓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프라하 성은 체코 대통령 집무실로도 쓰이고 있다는데도 삼엄한 경비 대신에 대부분 개방되어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닐 수 있는 것도 우리 상식으로는 특이했다.
그리고 프라하 성 안에 자리잡은 성 비투스 대성당은 외관건축미도 아름답고 웅장했지만 성당내부 또한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 카잔 성당이나 성 이삭 성당에서 받았던 깊은 인상과 감동 못지 않았다. 또한 프라하 성 한 켠에 자리한 ‘황금소로’에는 중세시대 무기와 갑옷 투구, 창과 방패 등등을 만들던 장인들의 작업장이자 생활공간이 잘 보존 전시되어 있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중세시대 기사들이 착용하던 갑옷과 투구와 무기를 전시한 회랑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이어서 전철과 트램을 갈아타면서 프라하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마치고, 도보로 까를교를 건너 다시 한번 올드타운 광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프라하에서의 짧은 이문화 체험을 마쳤다.
같은 장소임에도 밤에 보는 풍경과 낮에 보는 풍경은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 체코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유적지 조차 자정 이후는 조명등을 끄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개인적으로 새벽 풍경을 찍겠다고 달려갔다가 헛걸음 치고, 체코공장으로 가는 열차를 놓치는 바람에 ‘탈영병’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는 유난을 떨었다. 대신에 공식일정으로는 너무 짧았던 프라하 이문화 체험시간을 개인적으로는 좀 길게 가질 수 있었다.
프라하의 야경 주소클릭 http://blog.daum.net/jilgoji/7163457
4-1-4. 중국(북경) 일정/ 2월13일(금)~2월 14일(토)
유럽에서 북경으로 가기 위해서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것이 보편적인 비행스케줄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허브공항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유럽에서 인천보다 북경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런데도 인천까지 와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북경으로 다시 가려면 비행거리나 소요시간, 그리고 항공요금 등 모든 조건이 다 불리할 것인데도 그렇게 한다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즉 유럽에서 북경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이 그만큼 적거나 불편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최소한 인천공항이 그만큼 편리하거나 선택의 폭이 넓다는 반증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해외공장 방문 일정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북경에서의 첫 저녁식사 자리는 이경훈 지부장 지인들이 몽골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양고기 요리를 선보였는데 그 분들의 정성에 더하여 자유분방한 친교와 민간 선린외교의 자리였다.
지부장과 호형호제 하면서 우의를 다져온 현지인 친구 세 명 모두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지도급에 오른 인물들인지라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긴 여정에서 피로를 풀 겸 단체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하였는데 일행 중에 혹시 퇴폐적이지 않냐고 경계하고 돌다리 두드리듯 확인하고 나서야 따라 나서는 신중함이 있었다.
북경에서의 첫날(2. 13. 금) 공식일정은 오전에 이문화 체험시간을 갖고 현지 합자회사인 북경기차 공장 방문일정은 오후였다.
오전시간 천안문~자금성 일정을 바꾸어 북경 외곽에 있는 만리장성 탐방으로 보냈다. 험준한 산세가 천연요새나 다름 없음에도 만리가 넘는 장성을 쌓은 이유는 ‘북방 오랑케’의 침입을 막고자 함이었는데 실인즉 만리장성이 외세의 침입을 막아 내는 데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조선족 출신으로서 북한 김일성 대학에서 유학을 했다니까 ‘엘리트’에 속하는 현지가이드가 오가는 버스 안에서 만담처럼 풀어내는 역사해설은 해학적이고 시사적이며 다분히 ‘의식’이 담겨 있었다. 황제는 대부분 꼭두각시나 다름 없었을 뿐, 황제를 둘러싼 황후와 환관들의 농락에 의해 국고를 쏟아 붓는 국책사업을 벌인 것이 당시로서는 최대 토목사업인 성곽 건설이었다고 한다.
황제 주변에서 실권을 쥔 실세들은 장성 건설비용을 실제보다 수십 배 부풀려서 착복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계속 잇속을 챙기려면 성을 이어서 쌓아야 하니까 만리장성이 되었다는 것.
부정축재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북방 오랑케’의 침략 위협이 실제로 크지 않더라도 황제에게는 침략 위협을 과장되게 보고해서 대규모 국책사업인 성 쌓는 토목공사를 벌이고 백성들의 고혈을 짠 국고로 사복을 채우는 악순환의 연속… 마치 현대판 북풍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당시에는 황제를 속이면 되는 것이었는데 반해 현대는 관제언론을 동원하여 국민을 속이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것 같다.
이러한 비유는 마치 4대강 사업을 통해서 20조원이 넘는 국고를 탕진하고, 각종 무기를 도입하는 방위사업을 통한 천문학적 리베이트 등등의 부정부패와 청와대의 최고존엄 주위에서 인의 장벽을 치고 있는 소위 문고리 3인방이나 현대판 십상시 측근 권력 등 시대가 바뀌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통쾌하게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아서 오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어쨌든 험준한 산을 따라 쌓은 만리장성이 기마병의 침략을 막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어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던 이유는 장성을 지키는 현지 장수가 적과 내통하거나 막대한 뇌물공세에 매수돼서 성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무혈입성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오후에 북경기차공장 방문은 예상치 못한 그림이 그려졌다.
의전에 큰 비중을 두는 중국이라서 그런지 북경기차는 내빈을 영접하는 방의 분위기나 구조부터가 달랐다.
공장현황 브리핑을 위한 자리라기 보다는 국빈을 극진히 모시는 접견실 같은 분위기였다.
북경공장은 합자회사로서 유럽의 현지 공장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국은 자본주의 요소를 많이 도입했지만 여전히 행정부보다 당이 우위에 있는 나라다.
우리의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공회’라는 조직은 자주적인 조직이 아니라 당에 소속된 기구다. 회사의 투명한 경영을 촉구하고 오너 일가의 제왕적인 권력행사를 견제하는 역할 보다는 공회 주석이 부총경리를 겸직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의 경영책임을 갖는 파트너 쉽이 우선한다.
중국기차 공회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공장방문 과정에서 있었다. 공장현황 브리핑과 간담회가 길어져서 우리 일행이 생산현장을 돌아보는 중에 퇴근시간을 넘기게 되었는데 회사의 요청을 공회에서 즉각 수락하여 연장근무를 실시한 것이다.
과거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에 울산공장에서도 생산이 많이 밀렸거나 아주 중요한 외빈이 방문하여 현장을 돌아보는 경우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에 라인을 연장 가동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즉흥적인 연장근무를 요청한다는 것은 노사 모두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일행의 현장 견학을 위해 즉석에서 라인을 연장 가동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과 중국의 노사문화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투입하면서도(혼류 생산) 높은 편성율과 직행율을 보이고 있는 점은 국내공장과 단순비교를 한다면 경이적인 수치였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중국공장 현황 브리핑을 통해서 듣게 되는 내용들을 공회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확인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아마도 확인을 해 본들 별반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사료된다. 공회 관계자들은 한편으로 현지 출자지분 만큼의 경영자 역할도 동시에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법인 관계자는 공회와 상당부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국내 공장에서 신차투입을 해야 하는데 공장단위 맨 아워 합의가 안돼서 제 때 신차를 투입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은 없다고 했다. 또한 A공장은 일이 없고 B공장은 일이 넘치는 경우에 인원을 재배치 하거나 일감을 나누는 것을 경영층의 판단으로 수행할 수 있단다.
전환배치의 유연성이 중국공장의 강점이라면 반대로 반반씩 출자한 현지법인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의 중요하거나 시급한 결정이 중국측 입장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국내공장의 경우 경영층의 의사결정은 오너의 절대적인 결정권으로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필자의 관심사 견문기록 주소클릭
에너지절약형(?) 지붕설계 북경공항 http://blog.daum.net/jilgoji/7163581
마천루와 판자촌이 공존하는 북경의 두얼굴 http://blog.daum.net/jilgoji/7163480
(계속~~)
방문단체별 보고서 및 개인적인 방문소감은 별도 꼭지로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