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마당 5 - 해외공장 보고서
지난 4번째 이야기는 독일 금속노조 및 자동차 회사 방문보고서였다.
다시보기 http://blog.daum.net/jilgoji/7164267
<유첨 관련자료>
독일금속노조 방문 녹취록 http://blog.daum.net/jilgoji/7164269
임금체계 세미나 녹취록 http://blog.daum.net/jilgoji/7164270
5번째 이야기이자 해외공장 방문 보고서 마지막 순서는 러시아 공장 방문기와 해외공장 방문 전체에 대한 마무리 소감이다.
‘기회의 땅' 러시아공장(?)
2015년 2월 9일 월요일 러시아 제2의 도시 상뜨페테스부르크(구 레닌그라드) 교외에 있는 현지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전날 내린 눈을 치우는 중이었다.
러시아공장은 도심에서 약 30km근교, 자작나무숲 천연림을 개간하여 건설했기 때문에 주변으로 울창한 숲에 둘러쌓인 설경이 아름다웠다.
http://blog.daum.net/jilgoji/7163453
우리일행은 우선 브리핑 룸에서 공장현황에 대한 설명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진 뒤, 현장을 견학하고는 곧장 공항으로 이동하여 다음 방문지인 체코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러시아 공장의 특징을 간결하게 정리하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와 경이적인 품질관리를 통한 높은 생산성과 품질수준은 물론
시장 점유율, 소비자 만족도 등에서 절대강자로 등극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성과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조건이라 하겠다.
과연 사실일까, 이글을 읽는 사우님 대다수가 반신반의 할 것 같다.
100% 검증을 할 시간도 방법도 없었지만 방문 당시 확인한 통계수치들은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들이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최단기간에 이룩한 놀라운 성과>
첫째, 필자가 ‘빛의 속도’라고 표현한 것은 자작나무 숲을 밀어서 부지를 조성한 다음 공장을 짓고, 양산 차를 생산하기까지의 시간이다.
대략 5년 정도 걸리는 공장건설 기간을 2년 3개월만에 뚝딱 해치운 ‘현다이 정신’이 과연 놀라울 따름이다.(아래 표 참조)
둘째, 2011년 1월에 솔라리스 1호차 양산을 시작해서, 12월에 최우수 공장 선정, 13년 8월에 50만대 생산 달성
2015년 2월 방문당시 현재 85만대 생산, (이후 2015년 9월에 100만대 생산 돌파!!)
연간 20만대 생산규모로 지은 공장인데 3조3교대로 근무를 하면서 매년 적정 생산규모 이상을 생산해 왔음이 통계로 나타난다.
셋째, 양적인 성장과 속도 못지않게 각종 지표로 나타나는 질적인 내용이었다.
의장라인 가동율 100%, 편성율 90% 이상도 놀라웠지만 품질관리는 혹시 수치가 잘못된 것 아닌가 확인을 할 정도였다.
품질지수 CS 단위를 1만분의 1이 아닌 백만분의 1 목표로 설정 관리한다고 했다.
(즉 품질불량 지수를 관리하면서 1만대당 몇 건의 클레임이 발생하냐가 아니라, 1백만대 당 몇 건이 발생하느냐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한다는 의미)
넷째, 가장 인기있는 자동차 솔라리스(국내 엑센트)는 러시아 소비자들이 선정하는 국가품질대상 2012~2014년 3연패
(이후 2015~2016년까지 5연패 위업 달성!!)
연간 생산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생산실적과 상트페테스부르크에서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자동차 생산점유율
<러시아공장 노동자들 급여와 복지수준>
평균연령 29세로(당시 기준) 젊고 성실한 러시아공장 노동자들의 급여와 복지수준은 다음과 같다.(아래 표 참조)
생산직 초임은 110만원 수준이고(4만1천 루불/ 약 800$), 상여금은 연 100%
퇴직금은 없으며 국가에서 지급(아마도 사회보장제도로 대신한다는 것으로 이해됨)
복지수준 의료보험 100%, 배우자 50%
휴가는 근속 6개월 이상부터 연간 28일(월차가 따로 없음)
직원 자동차 구입시 9~15% 할인혜택
< '무노조 경영(?), 산업평화의 비결>
러시아공장에는 노동조합이 없었다. 방문한지 2년 반이 더 흐른 지금은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았더니 역시 노조가 결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가 없다는 것은 노동조합 결성을 못하도록 회사에서 막거나(탄압), 혹은 직원들이 노조결성 필요성을 못느끼거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당시 브리핑 내용은 러시아 국내기업 노동자는 물론, 외국 자동차회사에 비해 선망의 직장이라 직원들이 노조결성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했다.
실체적 진실이 궁금했지만 짧은 일정 속에서 사실여부를 검증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하여간 어떤 경우이든 그 비결은 국내공장 노사문제를 겪으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학습효과가 아닐까 싶었다.
즉 러시아공장 경영진들은 러시아 노동자들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공장은 작업환경과 임금, 복지수준 면에서 선망하는 직장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가족경영이란 이름하에 5월에 패밀리데이 초청행사 및 가을에 스포츠데이 행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눈밭에서 축구시합을 하고, 마라톤대회를 열고,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며,
미래의 고객인 유소년 초청행사 등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 국격>
러시아공장 방문을 마치고 밤늦게 체코 프라하 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입국수속을 거칠 때 대한민국의 국격을 느낄 수 있었다.
출입국 안내문 마다 한글이 병기되어 있었고, 한국인들의 출입국 수속도 빨리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가 체코에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경제를 도와주는데 대한 배려였다.
중국에서 북경공항으로 이동하다가 우리가 대로를 달리는 택시 대부분이 우리회사 엘란트라 현지생산 차량이었다.
북경시내 한복판 버스정류장을 장식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로고를 보고는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개인적으로 캐나다 여행기회에 토론토 교외 주택가에 한 두 집 건너서 우리 현대차가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자부심을 가질만 했다.
현대자동차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차원 높여주는 민간외교였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샴페인을 터트리고, 이대로 안주해도 되는 것일까?
<해외공장의 시사점>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노조가 경영권 행사에 사사건건 개입하려 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것 한가지,
즉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노조 경영’ 한가지만으로도 신규 투자 시에 국내가 아닌 해외공장을 선호할 이유가 충분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임금 생산성 품질 현지판매 등 중요한 모든 항목에서 해외공장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다면 어느 경영자가 골치 아픈 국내공장을 더 지으려고 하겠는가?
그렇지만 ‘무노조 경영’이 올바른 해결책이어서는 안되고, 다만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의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공회가 있지만 경영에도 공동책임, 파트너쉽 관계가 우선되는 것 같다.
러시아 공장 노동자들 노조결성은 자유지만 결성할 움직임이 없다는 것 등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자들이 젊고, 근무시간에는 유동인원이 거의 없으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차 개발을 해서 설비를 다 지어놓고도 소위 맨아워 협상이라고 해서 노조(사업부 대의원회)의 동의를 못 받아서 제때 투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경영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인원조정 필요 시에 전환배치의 유연성, 한 라인에서 혼류생산에 대해 거부하거나 생산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들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외공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사 모두 변해야 미래가 있다.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의 미래는 물론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걱정된다.
특히,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간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몫을 키우는 문제, 즉 생산성과 품질 원가 면에서는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성차 회사 노사는 소비자의 불만과 협력업체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2~3차 납품업체 경영진이나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 대다수가 완성차 업체에 대해 적개심에 가까운 표현을 서슴치 않는 것은 완성차 업체 노사를 ‘갑’으로 보기 때문이다.
건설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어서 자기들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해서 분양하던 시절이 있었다.
10여년 전에는 진보적인 시민단체에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을 때 웃기는 짬뽕 취급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양가 공개가 제도화 되어 있다.
같은 논리로 앞으로 5~10년 후에 소비자 혹은 시민단체 목소리가 높아져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원가를 공개 하라는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완성차 회사를 향해 자신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고속성장을 누리고,
완성차 노조는 고액연봉을 받는 것으로 ‘갑질’을 담합하고 있다는 반격을 해올지도 모른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비자들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고, 그래서 불매운동이라도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외제차를 살 형편이 안 되는 한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국산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FTA체결로 수입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으며,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무언의 압력을 가했던 국민감정도 거의 사라졌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경영진들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는 위기론으로는 구성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지고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력화 시키고 기대감을 낮추기 위해 위기론을 반복한 결과 진짜 위기가 닥쳐도 믿지 않을만큼 만성이 되었다.
그리고 98년 IMF이후 구가해온 고성장과 매년 고액의 성과급에 취해서 위기에 둔감해 진 것도 사실이다.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으면서도 고도성장을 통한 고임금 고복지 고성과금이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가장 대립적인 노사관계 속에서도 임금과 성과금 측면에서 밀월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 말이다.
진실로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동안 내수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협력업체에 과중한 고통을 부담시킨 결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진 자동차 강국과 견줄 수 있는 기술력과 품질, 현지공장과 수출다변화 전략 등 공격적인 경영의 성과도 크다.)
그러나 이제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우리끼리의 잔치'는 유지해서도 안되고 유지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너그덜 망해봐야 정신차린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악담을 한다고 괘씸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빨리 정신차리라는 충고로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 당하거나 퇴출이 기다리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변화의 출발은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한 노사간 신뢰관계 회복부터다.
노사 양측은 '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내 탓'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경영진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노조를 동반자로 보아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시야를 보다 멀리 넓게 보고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몫은 같이 키우되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동반자적 노사관계라고 생각한다. <끝>
< 부록 1 >- 중국 북경기차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수준(2015년 2월 현재 기준)
<부록 2> - 북경기차공장의 탄력적 작업시간 운영과 전환배치 및 UPH조정 유연화 사례
긴 추석연휴 잘 보내시고 다시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