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8. 3.30. 일 (비, 안개구름)
누가 : 아내랑 둘이서
코스 : 제일관광농원 - 진달래능선 - 가지산 - 운문지맥능선 전망바위 지나서 구룡소 폭포로 하산(약 6시간)
해발 8백미터 내외에서 눈과 비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안개구름이 걷혀 올라가는 백운산 암릉아래에는 휴일을 맞아 암벽 훈련을 나온 산악인들이 제법 많다.
구름 이동에 따라서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는 백운산 암릉
건너편 가마불 계곡 역시 협곡을 이루는 암릉 위로 난분분한 춘설과 안개구름이 신비스러움을 더해준다.
구름이 걷히면서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호박소 상류의 제일관광농원 너머로 드러나는 영알풍경
오늘 산행은 오른쪽 삐알을 타고 올라가서(진달래능선) 가지산 중봉과 정상을 거쳐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휴일아침, 늦으막하게 우중산행을 나섰다.
사전에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는, 그야말로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번개산행인 셈이다.
비가 그치지 않았는데 무슨 산행이냐는, 눈빛으로 건네는 아내의 질문에 대해
내 자신에게 다짐하고 확인하는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비오는 것 알면서 산에 가면 비 그치지 않아도 본전이고, 재수좋게 비 그치면 그만큼 남는 장사잖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출발하면 너무 늦어, 예측하고 배팅해야지"
산행에 이력이 붙기 전에는 나 역시 비오면 산에 못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생각이 좀 깨치면서 관점이 달라졌다.
준비없이 갔다가 비를 만나면 낭패지만 예측하고 준비해서 가면 가끔은 오히려 '대박'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 우중산행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출발은 좋았다.
주말 밤부터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내린다기 보다는 흩날리는 정도로 가늘어졌다.
뻥 뚫린 가지산 터널을 지나쳐서 구 석남터널로 오르는 고갯길을 절반쯤 거슬러 산행들머리에 도착할 즈음 빗방울이 그쳤다.
갑자기 출발한 산행인만큼 목적지도 영알로 이동하는 도중에 결정했다.
오늘 산행은 가지산으로 하되, 아직 미답코스인 진달래능선이다.
터널 개통으로 눈에 띄게 한적해진 석남터널 고개를 오르는 도중에 눈 맛이 시원하다.
풍광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나홀로 산행의 즐거움이다.
산행 들머리인 제일관광농원을 지나치는데 봄 꽃은 보이지 않고, 빗물 머금은 버들강아지가 보아주길 청하는 것 같다.
용수골 개울을 건너기 전, 오른쪽 된삐알을 치고 올라 능선길에 접어들자 춘설이 제법 쌓였다.
눈쌓인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편 백운산이 건너다 보인다.
안개구름이 시원스레 걷히기 시작한다.
'그래 바로 이런 순간을 기대한 것이라구!'
나 의 탁월한 선택에 흡족해 하면서 삼각대를 펼치며 '대박'의 기대에 젖는다.
봄눈이 쌓인 가지산의 절경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늘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걷힌다고 생각했던 안개구름이 다시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 능동산에서 천왕산으로이어지는 능선은 구름속에 덮여 버렸고, 걸어온 진달래 능선과 건너편 백운산도 곧 덮이기 시작했다.
이후는 오리무중, 그야말로 구름속의 신선놀음일 따름이다.
쌓인 눈이 많아지면서 아무도 가지않은 외진 등산로라 발목까지 빠지고 질퍽거리며 미끄럽다.
아이젠은 챙겼지만 설마하고 스팻츠를 챙기지 않아서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등산화가 축축하게 젖는다.
그러다 중봉을 얼마 남겨두고 일단의 등산객을 만났다.
주차장에 밀양에서 온 관광버스 서너대가 서 있었는데 밀양시내 산방 연합군들이었다.
좁은 산길에 교행을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발목까지 빠지던 등산로는 금새 잘 다져진 신작로 수준이 되었다.
중봉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제나 저제나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으나 헛일이었다.
가지산 정상도 마찬가지, 미련을 떨쳐버리고 하산을 서두른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곳 전망바위에서 보는 풍광이 얼마나 멋졌을 터인데...
고도를 낮아지며 구룡소 폭포에 이르자 어느정도 시야는 확보되지만 더이상 기대할 날씨가 아니다.
진달래 능선에서 진달래는 아직 한겨울이어서 피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눈쌓인 춘설산행에서 만난 봄 꽃은 생강나무꽃이 유일했다.
구룡소 폭포는 장마철에 큰 비가 내리고나서 찾아와야 폭포다운 위용을 볼 수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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