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14. 토 맑음
청목회 모임 2일차 일정
강진 청자도요지 방문을 마치고 강진 읍내에 있는 영랑 김윤식 시인 생가(줄여서 영랑생가)를 방문했다.
다산의 18년 유배지였기에 '오지 고을'로 연상되던 강진은 이제는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자리에 이 고장이 배출한 영랑 김윤식 시인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 버린 날..
.. (중략)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잇슬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생가 진입로 입구에서 대문에 이르는 중간 왼편에 서있는 詩碑
영랑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현재의 맞춤법이 아닌 원문 맞춤법대로 새겨 놓았다.
영랑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처음 접했을 때 한마디로 감전된 듯이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다.
시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잘 몰랐던 시절(지금도 마찬가지지만 ^^) 낭송을 들어보니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마력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어휘 몇 줄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구나..!
이 한편의 詩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거나 '문학소녀의 꿈'을 갖게 했을 것이다.
가슴 설레던 사춘기 시절에 접했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작가가 꿈을 키우고 작품을 썼던 생가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집안이 제법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사랑채와 안채가 있고, 옆에도 별도로 한 채가 있는 등 언듯 보기에도 부유한 집에서 자랐음이 짐작된다.
영랑생가 입구
도시화 된 읍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골집 정취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영랑의 생과 삶을 지켜봤을 은행나무 아래 흙길에 돌담이 정겹다.
영랑생가의 대문
다섯 칸짜리 사랑채 건물의 오른쪽 두번째 칸을 대문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따라서 대문을 통과하는 폭이 꽤나 넓다.(사진에서 보듯이 두 칸에 해당)
영랑생가 중심건물인 안채다.
보다시피 초가지붕을 얹었지만 전체적인 집 구조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로 반듯하게 잘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넓은 집터하며 잘 보존된 집의 형태만 보아도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집안의 家勢가 넉넉했음이 짐작된다.
방 한켠에 놓여진 영랑시인의 젊은 초상화
그 옆 단정하게 놓인 문갑과 장롱 위의 갓이 눈길을 끈다.
신문물을 상징하는 양복을 단정하게 입은 시인의 '젊은 날의 초상화'랑 구문물의 상징(?)인 갓을 나란히 놓은 이유가 뭘까?
은행나무 밑에서 사랑채 너머로 바라 본 영랑생가 안채
은행나무 밑에서 담장 너머로 본 영랑생가 대문
장독대
시골집에는 크든 작든 장독대가 다 있었다.
영랑생가는 역사가 오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보존상태가 좋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중간중간에 세워 놓은 안내 표지판이다.
쇠파이프에 사각형 안내문을 이고있는 표지판이 집안 분위기와 언밸런스를 이루는 것.
미적 감각이 뛰어난 함평군수가 요강 두개를 보더니 냉큼 들어다가 안내판 양쪽에 턱 걸쳐 놓는다.
평이함 보다는 뭔가 색다른 발상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들 공감하면서 웃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다른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니까 다른 탐방객들이 요강 두 개가 걸쳐 있는 모습을 재미있어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단발머리 여학생 모습이 연상되는 영랑생가 안채
영랑생가를 돌아보면서 다산초당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살아난다.
객관적 정황으로 보아 70여년 전에 부유한 집안이었던 영랑생가도 초가지붕이거늘 200년 전에 다산선생이 귀양살이 했던 초막을 기와지붕으로 복원하다니!
뜰안의 우물도 옛모습 그대로(?)
다만 빨간색 우물덮개가 눈에 거슬린다.(원래부터 있어 온 진품이라면 모르지만..)
시인께서 이처럼 서정적인 풍경을 놓칠리가 없다.
마당과 우물을 소재로 지은 '마당앞 맑은 새암을'을 이라는 시를 새긴 시비도 마당 한켠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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