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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경이 2/ 죽음의 계곡(데쓰밸리)

질고지놀이마당 2011. 5. 20. 01:58

2월 4일 목요일 흐림(현지시각)

 

대자연의 경이 - 그랜드서클 본격 탐방에 앞서 현지여행을 위한 워밍엎 차원으로 데쓰밸리를 다녀왔다.

데쓰밸리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죽음의 계곡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아래 적지않은 분량의 글과 사진을 보면 의문이 풀릴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고는 전혀 없는 소금사막이어서 여름철의 숨막히는 더위에는 감히 엄두조차 못내는 곳, 마침 겨울이어서 더위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 약 2시간 반을 달려야 하는 거리라서 사막의 일출을 보려면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95번 고속도로 북쪽을 향해 달리다 배티(Beatty)에서 서쪽으로 374번 도로에 접속하여 곧장 가면 된다.

네바다에서 캘리포니아로 주 경계를 넘어가면 도로번호만 C-190S로 바뀐다.

 

가는 도중에 동녘하늘이 붉게 연출되어 멋진 일출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현지 일기예보는 비가 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지에 도착해서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여서 조바심이 났다.

이윽고 도착한 샌드듄은 사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사진으로만 보던 모래사막 풍경 그대로다.

발이 푹푹 빠지는데 비까지 내렸다면 탐방은 못했을 것, 다행히 비를 참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조건이었다.

 

데쓰밸리의 첫 풍경 - 샌드듄(모래언덕)

 

사면을 오르려면 힘이 좀 드는데도 아내와 딸은 대자연의 신비감에 신바람이 났다.

  

 

모래언덕 능선상으로 많은 탐방객들이 발자국을 찍어 놓지만 바람은 얼마 안가서 도로 메꿔놓는다.

어디 발자국 뿐일까? 세찬 바람은 사구 형태 자체를 수시로 바꾸어 놓는다고 한다.

 

평일의 이른 아침이고 흐린 날씨여서 탐방객은 거의 없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멀리까지 이어지는 모래언덕 능선상으로  탐방객 발자국이 새발자국처럼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사진을 찍는 이 곳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구간을 다 걷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힘든다.

     

아내와 딸은 먼저 주차장으로 돌아가고 삼각대를 이용, 셀프로 인증샷 하나 남기고 철수

명암이 뚜렷한 일출이나 석양에 이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정말 환상적일 것이라는 아쉬움을 안고 데쓰밸리 중심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무시로 바뀐다는 사구에 탐방객들 발자국이 바닷가에 갈매기 발자국만큼이나 어지럽게 남아 있다.

여기는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바람이 순한 계절인가 보다. 

   

샌드 듄(모래언덕)에서 자브라스키 포인트로

데쓰밸리 북단에 위치한 샌드듄에서 중심부의 자브라스키 포인트로 가는 길

아침 식사를 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참고 이동하려니 새벽에 출발한 탓에 뱃속에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 같다.

아내와 딸은 밥도 안 먹이고 끌고 다닌다고 합세하고..

 

그냥 아무데서나 하면 되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아무데나'가 영 마땅치 않다.

그늘과 전망과 의자까지 갖춰진 좋은 장소는 귀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망설여지고, 황량한 곳에서는 너무 궁상맞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내처 이동하는 중에 '화이트 골드'라고 불렀던 천연 소금을 채취하던 유적지에 들렀다.

길에서 보기에 여기서는 식사를 할만한 장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히 마땅치가 않다.

 

멀리서 보기에 물이 담긴 호수처럼 보이거나 눈덮인 황야같이 보이던 것이 실은 소금의 결정이란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아직 기차가 발명되기 전의 시대에 수십마리의 말이 끌었다던 화차

미국이란 나라는 자연 환경 자체가 말에 의존하거나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의 운송수단을 고안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가지 수 없는 나라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예시장이란 슬픈 역사를 간직한 아메리카 대륙.

그러나 흑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화와이 사탕수수농장에 강제이민간 조선동포들이 노예수준의 노동력 착취를 당한 역사가 있고,

이곳 화이트골드 광산(?)에서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눈길을 끄는 저곳은 인공적으로 숲을 가꾸어 놓은 리조트 같은 숙박시설

 

자브라스키포인트에 도착하여 우선 한 일은 민생고부터 해결하는 것.

더 이상 마땅한 장소를 찾기에는 배가 너무 고파서 체면불구 밥먹을 자리를 골랐다.

마침 주차장에 거의 비슷한 시각에 관광버스 두 대가 도착하고 한떼의 관광객이 쏟아져 내렸는데 중국인과 한국인들이었다.

 

관광지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들은 중국인이고 그 다음이 한국인이라는, 그래서 만나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다는 딸내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들과 섞여봐야 탐방 분위기만 망칠 터여서, 시간도 보낼 겸 멀찍이 한 켠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조용해진 전망대를 올랐다.(전망대라 해야 주차장에서 1백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자브라스키 포인트는 풀한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풍경임에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오랜 세월 빗물에 씻겨 내리면서 맨살을 드러낸 지구의 한 부분이 다양한 모양과 무늬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올라 왔는데 자매를 데리고 온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같은 패션으로 치장한 두 딸이 고맙게도 무미건조한 사막을 배경으로 모델이 되어준다.

 

 

옷차림은 자유분방하지만 아내와 딸에게도 산책을 권했다.

내심은 모델이 필요해서..ㅎㅎ  

뛰어봤자 그자리겠지만 찍사의 주문에 맞추어 비상하느라 두 여자가 용을 쓴다.

죽음의계곡(데쓰밸리) 이라는 이름과 이미지가 별로여서 그다지 오고싶지 않아했던 모녀의 기분이 그런대로 풀렸다는 증거다.

  

빠른 걸음을 이동하여 한켠의 높은 장소로 이동하여 건너다 본 자브라스키포인트 전망대(마루처럼 하얀부분)와 주위 풍경

 

저 아래편에 하얗게 보이는 곳이 아주 옛날에 바다 속이었다가, 지금은 소금사막으로 변한 데쓰밸리다. 

  

자전거를 타고 죽음의 계곡을 일주하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부럽다.

 

 해발보다 85.5m가 낮은 베드워터로

샌드듄이 있는 데쓰밸리 북쪽에서 베드워터로 가기위해 남하 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데쓰밸리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양 산맥 사이에 나란히 펼쳐진 모래사막인 셈인데 아주 오래전(1억년쯤 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남북 길이는 200km가 넘고, 폭은 대략 15~30km쯤 된다니까 그 면적이 얼마나 큰지 쉽사리 상상이 안된다.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평평한 것 같이 보이지만 달리면서 보니까 지금 이곳과 레벨이 가장 낮은 배드워터와는 고도 차이가 거의 100m나 되었다. 

 

악마의 골프장이라해서 뭔가 있으려나 했는데 아무것도 없이 황량한 사막이 펼쳐져 있을 따름이다.

무지하게 넓기는 한데 울퉁불퉁한 자갈모래와 소금이 뒤섞여 있는 사막이라서 풀도 못 자라는 황무지라서 악마에게 골프나 치고 놀라고 줬나보다.

아무 볼 것도 없는 땅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전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셈이다.

 

 

내츄럴 브릿지 캐년

안내도에 보면 계곡을 좀 더 올라가면 공룡화석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거리가 표기되지 않아서 중간 정도만 올라갔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올라가는 비포장길에 안내표지판이 있어서 흙먼지가 뽀얗게 일면서 상류 협곡으로 이어진다.

뉴츄럴브릿지는 협곡에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자연 다리로서 무척이나 투박하고 견고해 보였다.

실은 다른 곳을 보기 전이라서 신기하고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는 아치나 브릿지를 먼저 봤다면 시시했을 것이다.

 

주차장 건너편 산등성이 형태가 삭막하기 그지없다.

오랜세월 더 파이고 또 파이다 보면 자브라스키포인트에서 본 모습이 되겠지..

 

2월인데도 협곡으로 들어가는 나그네 풍경이 몹시도 덥게 느껴진다.

한여름에 이곳을 잘 못 들어왔다가는 살인적인 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단다.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을 괜히 지었을까.. 겨울에 찾아오길 참 잘했다.(실제로 협곡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관광객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고)

 

우리가족도 뒤따라 들어갔는데 협곡으로 들어가는 탐방로는 이렇다.

비가 오면 그냥 물줄기가 흐르다 곧장 말라버리는..

 

드디어 나타났다.

브릿지라고 해서 근사한 모양을 연상했는데 그냥 흙더미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있을 뿐이어서 조금 실망이다.

하지만 규모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넓고 높고 크다.(어른 키와 비교해 보시라)

   

크기는 무척 큰데 바위가 아닌 그냥 흙더미라서 밑을 지나면서 무너져 내리면 그냥 무덤이 되겠구나 은근히 걱정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맥없이 흘러내리는 흙이 아니라 오랜세월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지층이어서 바위만큼은 아니어도 꽤 단단한 지층이었다.

아무렴 우리네 무른 땅처럼 맨 흙이었다면 벌써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앞에 살펴본 지층에 대한 추측은 여기 물없는 폭포를 보니까 더 확실하다.

나무는 고사하고 풀조차 없는 산에 비가 내리면 쏟아지는 즉시 물줄기가 생길것이다.

그 물줄기가 모여서 잠시나마 폭포를 이루었다 말랐다를 반복한 흔적이다.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 자리는 이렇게 골이 파였다.

맨흙이었으면 절벽을 이루지도 않을 것이고, 정교한 골이 파이기 전에 무너졌을 것이다.

맞은편 벽은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풍경인데 사진상태가 좋지 않아서 생략했다.

  

계곡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마냥 올라갈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이쯤에서 되돌아 내려왔다.

안내도에 보니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슨 화석이 있다고 했는데 가치도 모르면서 마냥 발품을 팔기에는 거리가 멀다. 

  

내 성격에는 아내와 딸의 걸음이 느려터져 보이는데 미국사람들 세월아 네월아에 비하면 빠른편이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길에 앞에 왔던 다른 탐방객 한 커플을 따라 잡았다.

 

내츄럴브릿지 탐방로 주차장과 저 아래 데쓰밸리 소금사막과는 고도차이가 꽤 나는데도 워낙 광할한 개활지여서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해수면보다  무려 85.5m나 낮은 베드워터

베드워터(나쁜 물)의 안내판에는 -85.5m라고 씌어있다.

바닥은 온통 소금결정으로 마감공사를 한 것 같다.

 

아래 사진에 보면 바위산 7부능선 부근에 하얀글씨로 SEA LEVEL(점선안 '해수면' 아래 작은 글씨)이라고 씌여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해수면보다 무려 85.5m나 낮은 곳에 서있는 것이다.

이 넓은 땅에 바닷물이 저 높이까지 채워진 모습을 상상하니 환경이 이만큼 바뀌려면 억겁의 세월이 흘렀겠다. 

 

주차장 아래 현재의 지표면에 보이는 물이 배드워터, 깨끗한 물도 좋은 물도 아닌 나쁜물이다.

그 이유는 앞에 설명했으니까 패스!

 

  

표면이 거친 마감재로 공사를 해 놓은 것 같은 데쓰밸리 모래사막의 표면이다.

아래 사진의 안내판에 소개된 결정은 비가 오고 난 다음에 빗물에 녹았던 소금이 다시 응고하면서 형성된다고 한다.

이 또한 계절과 날씨 등 시절인연이 닿아야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서릿발 비슷한 소금결정만 실컷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진짜로 짤까?(소금인데 당근 짜지요~~)

대개의 관광객들이 품는 의문은 비슷한 모양이다.

한조각씩 집어들고 짠가 어떤가 확인을 망설이고 있는데 장난기가 동한 딸내미가 들고있던 소금덩어리를 마눌님 입에다 쑥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후환이 두려우니까 날 살려라~냅다 튄다.

"야, 너 거기 안 서~~ 잡히면 죽었어!"

쫓고 도망가는 모녀를 보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데쓰밸리를 소개하면서 소금사막 건너편에 병풍처럼 등장하는 산이 계속 눈길을 끌었는데 궁금증을 해소하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텔레코프 피크봉,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그냥 보기에도 높아보이는데 11,000피트가 넘으니까 대략 3,500m쯤 되나보다.

 

 

이름하여 아티스트팔레트

자연이 지구의 속살에다 그린 컬러 추상화다. 

 

배드워터에서 차를 돌려 다시 북상한다.

탐방목표로 삼은 곳이 두 세곳 남아 있는데 오전에 들렀던 자브라스키 남쪽의 단테스뷰는 겨울이라서 도로가 폐쇄되어 차를 돌려야 했다.

남은 두 곳인 아티스트팔레트와 골든캐년은 북상하는 길가에 있다.

아티스트팔레트를 둘러보는 길은 일방통행로여서 배드워터를 본 다음 귀로에 들르는 동선이 효율적이다.

 

아티스트팔레트로 올라가는 길, 저만치 앞서가는 NF소나타가 무척 반갑다.

이번 방문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자랑스런 현대 기아차를 수시로 만날 수 있어서 몇 년 사이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확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도중에 조망하기 괜찮은 위치가 보여서 차를 세우고 주변 경관을 보기 위해서 올라갔다.

아무데나 둘러봐도 맨살을 들어낸 바위산이 아름답다. 여기가 거긴가?  

 

데쓰밸리 소금사막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서쪽) 텔레코프 피크 산맥에서 흘러내린 토사무늬도 한폭의 그림이다.

우기에 하천이 따로 없이 제멋대로 흘러내린 물 흐름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탐방도로는 곡예운전을 하듯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다른 사막도로만큼은 아니어도 중간중간 롤러코스트 기분도 내면서 달리는 드라이브 길이다.

 

 

한참을 달려서야 한눈에 봐도 아티스트팔레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포인트에 도달했다.

얼마 안되는 탐방객들은 거의 다 주차장에서 먼발치로 잠시 건너다 보고 갈 뿐이었지만 난 두 발로 직접 다가가서 봐야했다.

마눌은 강행군에 피곤하다며 차에 있겠다고 했고, 딸은 아빠를 따라 나선다.  

    

 

가가 가고 거가 거같은 그림이지만 미끄럽기 그지없는 탐방로를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위치와 각도를 달리하며 찍은 사진이다.

 

 

 

그러는사이에 조용하던 주차장에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 사람들 그냥 저렇게 차에서 잠시 내려서 씩 둘러보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먼저 돌아간 딸이 전망대에 올라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내겐 하늘사진을 배경으로 한 모델이다.

 

점심을 걸른 탓에 이곳의 은폐엄폐가 되는 골짜기로 들어가서 간식으로 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또 길을 나서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변한다.

참았던 비라도 쏟아 지려나? 대신에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산 풍경이 더 산뜻하게 드러난다.

 

 

아티스트파레트를 돌아보고 다시 원래도로에 접속하여 북상하는 길 우측의 풍경도 조명을 받은 것처럼 산뜻하다.

도로는 소금사막과 산이 경계를 이루다시피 하는 가장자리를 따라서 곧게 곧게 뻗어있다. 

 

골든캐년

골든캐년은 배드워터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포낸스크릭 부근의 갈림길 가까이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갈길이 그다지 바쁜 것도 아닌데다 아직 햇살이 남아 있으므로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골든캐년 들머리)

 

 

 

협곡좌우측 풍경이 범상치 않다.

이름이 골든캐년이니까 금을 캐던 곳이거나 아니면 빛깔이 온통 금색이어서?

그러고보니 저녁햇살을 받는 절벽의 풍경이 황금색에 가깝기는 하다. 

 

 

카메라 장비를 제법 갖추고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직감적으로 괜찮은 풍경을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중충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좀 벗겨지면서 하얀구름 사이로 파란하늘도 좀 보이니까 풍경이 더 돋보인다.

아내와 딸도 군말없이 앞서간다.

 

이윽고 저기 보이는 능선에 개미처럼 올라선 사람들을 보니 멀리서 보기에도 단체로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다.

순간의 선택을 참 잘했구나 싶다. 하마터면 여길 모르고 지나칠뻔 했으니..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까 고수(?)의 인솔아래 단체 출사를 나온 아마추어 사진가들 모임이 맞다.

외모로 풍기는 포스나 스스로도 자칭 대가처럼 행동하는 이 분, 자청해서 한 수 지도를 하신다.

그러면서 우리의 다음 행선지를 묻더니 모뉴멘트밸리, 앤틸로프캐년에 가면 자기 이름을 대고 누굴 찾으면 잘 해줄거라며 소개한다.

말하자면 작품사진을 찍는 노하우를 갖고있는 가이드를 소개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분이 찍어 준 우리 가족사진을 보니까 구도가 아무래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진가팀이 먼저 철수를 하고..

이들이 자리잡았던 능선에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까 낯이 익다.

 

아하~! 바로 건너편 오른쪽이 자브라스키포인트였다.

오전에는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알고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전에는 東에서 西로, 오후에는 西에서 東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소발에 쥐잡기 격이지만 선택은 잘 한 것이다.

진작에 알았다면 이 두 곳을 잇는 트레일을 직접 걸었을텐데 아쉽다.

이러니까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겨났고, 아는 것이 곧 힘이기도 하다.

 

  

해가 떨어지는 시각이어서 기념사진과 풍경사진 몇 장을 더 찍고는 우리도 하산을 서두른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그다지 멀지 않아서 걱정할 것은 없다.

   

협곡을 벗어나서 소금사막으로 나왔다.

그사이 해는 일몰을 연출하고 있다.

구름이 조금만 적었으면 멋질텐데..

 

앞서 내려 온 촬영팀도 여기서 노을풍경을 찍기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시한번 인사를 건네고 우리도 라스베가스로의 귀환을 서두른다.

  

퍼낸스크릭 근처에 해수면 높이와 레벨이 같다는 표지판이 서있다.

이 곳과 저 아래 남쪽에 있는 배드워터는 거의 평평한 것 같이 보이는데도 무려 85.5m의 고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사막에서 어지간한 경사는 얼핏 보면 평평해 보이는데 워낙 넓기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데쓰밸리 탐방에서 목표로 했던 것 중 두 가지를 못했다.

단테스뷰에 가는 길이 폐쇄되어 들리지 못한 것과 해가 질 무렵까지도 맑은 하늘이 열리지않아 사막에서의 별밤풍경을 못보고 돌아 온 것이다.

하긴 날씨가 좋았다면 샌드듄이나 자브라스키포인트의 풍경이며 저녁노을도 더 멋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여행에서 날씨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인데 일정이 정해지면 하늘에 맡길 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그랜드서클 여행에서는 좋은 날씨를 간절히 바라면서 귀로에 올랐다.

 

지도는 크게 확대해야 알아 볼 수가 있겠기에 원본을 올렸다.

다운로드 받아서 열어보면 크게 보일지 모르겠다.

 

다음 소개할 순서는 본격적인 그랜드서클 탐방 첫번째로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