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0. 일. 맑음 / 나홀로 식전산행
서해안 일대에 우뚝 솟은 오서산은 해발 790m로 제법 높은 산이지만 산 아래 동네인 상담마을 처형집에서 출발하면 내 걸음으로 두시간 남짓이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데다 빠른 걸음 덕택에 처형집에 가면 저녁에 한번, 아침에 한번 다녀올 정도니까 오서산은 그 동네 사는사람 못지않게 훤하게 꿸 정도가 되었다.
올해도 처가 형제들 김장 담그는 연례행사에 운전기사 겸, 일꾼으로 소집되어 갔다가 아침산행으로 후딱 댕겨온 기록이다.
전날(11.19. 토) 현지에 도착했으나 날씨가 흐려서 저녁노을 풍경을 기대할 바가 못되어서 저녁산행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김장 준비에 잔 손이 얼마나 많은지 밤 10시까지 배추 절임과 무우 손질과 채썰기, 파 까고 채소류 다듬기 등 노력봉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심 내일 아침 날씨가 좋으면 김장일 시작하기 전에 새벽산행을 후딱 다녀오리라는 기대를 안고서..
새벽 5시 반, 다들 곤히 자고 있는 시각에 일어나서 창밖의 날씨를 염탐하니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살포시 이불속을 빠져나와 도둑고양이처럼 현관문을 나섰다.
혹시나 일출시간을 놓칠까봐 마을에서 정암사까지는 승용차편을 이용했다.
정암사를 출발한지 50분 정도, 오서정이 있던 정상부 능선에 올랐으나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시각이다.(06:40)
그런데 그닥 춥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추위에 대비한 준비를 소홀히 하고 집을 나섰는데 산 위의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한 곳에 가만히 있으면 더 추운법,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 덜 춥기 때문에 1.5km 정도되는 능선길을 걸으며 점차 밝아오는 아침 여명을 담는다.
가릴 것 하나없이 탁트인 정상부라서 보통 부는 바람도 세차게 느껴진다.
오버트로즈 덕분에 찬 바람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으나 노출된 얼굴과 손끝이 한겨울 혹한 때보다 더 추위를 탄다.
정상석으르 지나쳐서 정상부 능선의 남쪽 끝단부에 있는 안테나탑에서 해돋이를 보기로 한다.
이제 사위는 밝아져서 셔터속도가 어느정도 확보된다.(07:10)
광천읍내를 거쳐 황해로 흘러드는 광천포구의 굽이진 물길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쪽은 오서산에서 동쪽으로 뻗어내린 광성주차장 방향 능선이다.
이윽고 지평선 끝자락에 걸린 구름띠가 빛을 발하며 찬란한 태양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07:13)
얼마 안되는 시간인데도 너무 춥고, 카메라를 작동해야 하는 오른손가락 모두가 감각이 없을 정도로 시려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왔던 능선길을 되짚어 돌아오면서 아까보다 밝아진 풍경을 재차 담는다.
이쪽은 보령시(대천) 방향이다.
조운산방님들이 산행을 왔다면 산행 출발점인 성연주차장 방향이기도 하다.
오서산 정상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정상부 능선 남쪽 끝자락에 있고, 이곳은 육각정자인 오서정이 있던 북쪽 끝자락이다.
정자가 있던 자리에 넓게 전망데크를 조성해 놓았다.
북쪽 끝자락인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정상부 능선(능선 끝부분이 오서산 정상)
거칠것 하나 없는 오서산 전망은 이렇게 탁 트였다.
북쪽으로 홍성읍과 용봉산 너머로 덕산 일부, 그리고 가야산도 조망된다.
광천포구도 더 밝고 가깝게 조망된다.
마침 밀물때인지 물길이 잘 드러난다.
구 오서정이 있던 전망데크에서 홍성읍과 가야산 방향 줌인(07:40)
오서산의 형상은 흡사 기와지붕 비슷하다.
남북으로 길게 용마루가 걸쳐있고, 북쪽 끝단은 기와지붕을 측면에서 본 것처럼 삼각형을 이룬다.
그 아래 광천읍이 자리잡고 있다.
남서쪽으로 보령시(구 대천)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북쪽해안에 하얗게 보이는 구조물이 화력발전소다.
사진 중간에 보이는 성연저수지 상류 오른쪽 산자락을 따라 오서산을 올라 주능선을 거쳐 던목고개-아차산을 지나 상담마을이나, 광천읍까지 걷는 코스가 오서산 종주에 해당한다.(그래봤자 5시간 코스^^)
오서정에서 정암사로 내려오는 능선길 중간에는 잘 가꿔놓은 분재처럼 다양한 형태의 樹形을 지닌 소나무 군락지도 지난다.
오서산 등산은 상담마을에서 출발하여 정암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다.
정암사 ~ 능선길 사이에 경사도가 가파른 구간이 있는데 이번에 보니까 등산로 정비를 통해서 계단길이나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하산길에 보니까 벌써 일하는 분들이 올라와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취미생활로 올라와도 춥고 고생스러운데 꽁꽁 언 날씨에 쇠붙이며 중량물 옮기는 것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남들의 안전을 위해 춥고 보급도 시원찮은 악조건 하에서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는 그 분들 부디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 하기를 기원한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등산로가 그분들 노고로 이렇게 바뀌었다.
등산하는 입장에서 이게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안전이란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왼쪽이 원래 그대로의 가파르고 미끄럽던 등산로, 그 옆으로 산뜻하게 정비한 목재계단길
한걸음에 정암사까지 내려왔다.(08:15)
처형댁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김장담그기 노력봉사를 시작했다.
오서산 등산객이 가장많이 이용하는 상담마을 입구 상담주차장에서 오서산행을 시작하는 행렬들
처형댁 집이 등산로 길목이어서 거실이나 마당 어디에 있어도 다 잘보인다.
오서산은 억새산행이 유명하고, 광천의 명물인 '토굴새우젓' 투어와 연계하여 초가을부터 김장철인 초겨울까지는 그 어느때보다 찾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담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넓직하게 조성해 놓았지만 태부족이라서 저 아래 중담마을에 제2, 제 3주차장을 조성했을 정도다.
처형댁 마당에서는 김장담그기가 한창, 뒷편에 보이는 산이 오서산 북쪽 측면이다.
따라서 처형집에서 정암사까지 약 20분, 정암사에서 정상까지 1시간이면 가능하고, 내려오는 길은 1시간이 채 안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걸음이 빠른 편인 나는 노을 풍경이 좋으면 저녁에 한번, 아침 날씨 좋으면 일출 보려고 아침에 또 다녀오기도 한다.
'등산&산행기 > 산행후기(종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풍계곡 탐방 1 / 계곡입구~1용소폭포 (0) | 2011.11.23 |
---|---|
응봉산 하산길의 금강송 풍경 (0) | 2011.11.21 |
덕풍계곡~응봉산 삼총사 (0) | 2011.11.18 |
덕풍계곡 용소골, 응봉산 (0) | 2011.11.15 |
벽산 삼총사 문수산 (0) | 2011.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