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3. 토 맑음
울주오디세이를 목표로 한 산행코스 들머리를 간월산장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산 칼날능선으로 선택했다.
올해들어 단 한번도 소기의 목적(일출 혹은 운해를 만나고자 하는 바램)을 이루지 못한 코스여서 또다시 노크를 한 것이다.
칼날능선 이후 코스는 발길 닿는대로
05시 30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간월산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뿐한 걸음으로 산길로 들어섰다.
구름이 좀 많은 편이어서 일출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고, 운해라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인데 풀섶에 이슬이 맺히지 않았으니 그 또한 희박한 기대였다.
06시 32분, 칼날능선에 채 올라서기 전에 해가 떠올랐다.
나뭇가지에 시야가 가려서 돌출된 포인트를 찾는 사이 해는 벌써 저만큼 올라와 버렸다.
이윽고 칼날능선에 올라서자 시원스런 전망이 탁 트였다.
운해가 좀 깔렸으면 좋으련만 이미 예측했듯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대신 이번 산행에서는 성능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시그마 70-200렌즈를 장착한 EOS 30D 카메라를 하나 더 들고갔다.
다음은 24-70렌즈를 장착한 EOS 5D 카메라와 번갈아 찍은 사진이다.
시그마 렌즈로 줌 기능을 썼을 때 초점이 잘 맞지않는 것인지, 삼각대를 쓰지 않아서 흔들림 때문인지 사진이 선명하지는 않은 대신에 오히려 동양화 이미지를 풍긴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편에 정족산이 신음하듯 누워있다.
흡사 누더기를 입힌 것처럼 골프장 두 곳과 공원묘지 두 곳이 들어서서 만신창이가 된 산이 정족산이다.
그 너머 멀리 보이는 산은 대운산, 정족산 오른쪽(남쪽)으로는 천성산이 이어진다.
그런데 칼날능선을 한참 지나던 중에 내 눈을 의심할만한 풍경이 갑자기 펼쳐지기 시작했다.
구름사이로 햇살이 내리 쬐면서 문수산 서편, 그러니까 롯데별장이 있는 대암댐 일대가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환해지면서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골짜기 마다 옅게 드리웠던 안개가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면서 낮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야산 능선과 뚜렷하게 대비되어 나타나는 별천지였다.
아, 드디어 포기하지 않고 봄부터 가을까지 끈질기게 새벽 칼날능선을 찾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자연이 연출하는 퍼포먼스는 불과 10여분 남짓? 그 찰나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은데 운좋게 칼날능선에 올라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실패해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르니까 베풀어준 은혜일지도 모른다.
어느 동양화 대가의 그림 못지않게 섬세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산수화가 펼쳐지는 장관은 감동과 경외감 그 자체였다.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말이 필요없는, 이래서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터득하는 순간이었다.
저멀리 흐릿하지만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성안지구와 태화강 좌우편 시가지, 그리고 구영리와 천상지구 아파트 단지 및 반천 현대아파트까지
너무 멀어서 그렇기는 하지만 어둠에 쌓여 보이지 않던 울산항 바다풍경도 잠시 조명일 비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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