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들꽃· 야생화

'바람난 여인' - 얼레지를 찾아서

질고지놀이마당 2013. 3. 18. 00:11

2013. 3. 17. 일

천성산 군락지에서

 

내가 얼레지꽃을 '바람난 여인'에 비유하는 것은 웃자고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꽃잎을 말아 올리는 자태가 마치 치마를 걷어 올리고 한껏 유혹하는 것 같아서다.

실제로도 야생화 출사를 나온 찍사들이 앵글을 낮추기 위해서 바짝 엎드려서 궁둥이를 하늘로 치켜드는 자세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누군가 내모습을 보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장의 사진은 그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다.

 

아침에 현지로 가는 도중에 자동차 네비가 표시하는 외기 온도는 영상 4도, 9시경 도착했더니 골짜기에는 아직 햇살이 퍼지지 않아서 쌀쌀한 느낌이다.

시동걸고 출발 직후의 연비만 다소 낮을 뿐, 약 5분을 지나면서 부터는 매우 양호한 연비를 보여준다.

영하 5도 정도에서 뚝 떨어지던 아침 연비가 영상 4도 정도에서 이렇게 달라지나 싶어서 나 자신도 의아스러울 정도다.

어쨋든 나홀로 야생화 탐방 및 산행을 가는 길이어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정속주행을 했더니 쏘나타하이브리드 차량의 진가가 발휘된다.

 

차가 막힐 요인이 없는 아침이라 국도를 따라서 기분좋게 달려 약 1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인지, 올해 처음 친견하는 얼레지는 헤프게 풀린 모습이 아니라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이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도도한 모습이다.

 

 

개체수가 좀 더 많은 위쪽으로 올라갔더니 여기는 아직 피어나질 않았다.

참고 기다려? 그냥 산행이나 하고 말어? 갈등을 하는 사이에 햇살이 퍼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상 오후에는 비소식이 있어서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햇살이 나오는 오전이 타이밍이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양지쪽을 찾았더니 그새를 참지 못하고 꽃잎이 말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사대부집안의 요조숙녀처럼 조금전까지 빈틈없어 보이는 매무새는 온데간데 없고, 한껏 유혹의 몸짓을 펼친다.

 

 

열시쯤이 되자 이제는 꽃잎을 말아 올리지 않은 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도나도 다 치마를 걷어 올렸다.

어디다 눈길을 줘야 할지... 찍사의 정신이 혼미해진다.

개체가 적당히 있어야 귀하다는 느낌이 들텐데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ㅎㅎ

올 봄 얼레지꽃과의 데이트는 딱 한번만에 바람맞지 않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개체가 워낙 귀해서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흰얼레지꽃을 만날 수 있을까 찾아보았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