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1. 일 맑음
앞 글에 이어서 하산길 풍경
우리 속담에 '봄 눈 녹듯이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산행이었다.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란 말을 이럴 때 갖다 붙여도 될까?
다음 일정 때문에 하는 수없이 하산을 하지만 마음도 발걸음도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중봉으로 내려오면서 필자처럼 카메라를 목에 건 산객 네 명을 만났다.
그런데 네 명 다 공통점이 있었으니 나홀로 산행인데다 카메라를 메고 있는 폼이 영낙없이 필자와 닮은 꼴이었다.
그 중에 두 사람이 한 눈에 필자를 알아봤다.
회사 직원이어서 그렇기는 하지만 대단한 눈썰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더 반가운 법, 누구랑 친구 사이고 누구하고도 잘 알고.. 등등 인사를 나누는데 다른 한 사람이 끼어 들었다.
"고향이 어디라구요? "
지나는 길에 먼발치에서 스쳐 들어도 귀가 번쩍 열릴 정도로 고향은 정겨운 이름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생면부지로 각기 따로 가지산에 오른 두 사람은 고향 동네를 확인하며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눈에 덮인 파릇한 새싹이 안타까워서 눈길을 줬더니 거기에 노란 제비꽃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단조로운 풍경에 고마운 모델이 돼 준 첫 일반 등산객
상고대 풍경만 찍기에는 너무 밋밋해서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산객이 있었으면 하던차에 나타난 세 명의 등산객.
아마도 이분들 역시 자신들의 탁월한 선택을 대견해 하면서 환상적인 산행을 마쳤기 바란다.
중봉 직전에서 하늘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시때때로 가지산 정상의 암릉절벽도 잠깐씩 모습을 보여준다.
상고대가 맺힌 나뭇가지 사이로 온전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 준 가지산 정상부
그러고 나서도 계속 숨바꼭질이다.
운문지맥으로 내달리다 남쪽으로 뻗어내려 우뚝한 백운산 모습도 보이고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중간에 있는 쌀바위도 모습을 보여줬다.
이만하면 서둘러 내려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낸 가지산 정상
그 사이 날씨가 많이 개어서 멀리 신불산과 영축산까지 조망되기 시작한다.
구름이 걸려있는 재약산 사자봉일대
그리고 저편에 외로이 우뚝 서있는 고헌산
빨리 내려가야지 하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 때문에 정상에서 출발하여 중봉까지 한시간을 머물렀다.
이제는 진짜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대개는 아주 부지런한 산객들이 올라 올 시각인데 필자의 개념이나 오늘 일정으로는 예정보다 늦은 하산이다.
햇볕이 비치기 시작하면서 눈녹는 속도역시 순식간이다.
그래서 '봄 눈 녹듯이 한다' 말이 생겼을 것이다.
하산속도에 비례해서 상고대 녹는 속도 역시 곱배기로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바람이 불 때마다 후드득 후드득 얼음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하산길에 다시 올려다 보는 중봉과 정상, 그리고 쌀바위쪽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이제는 선명하다.
이처럼 내내 구름에 가려있다가 하산길에 구름이 걷히는 경우를 만나면 너무 부지런한 것도 탈이라는 생각과 이 또한 하늘의 섭리려니 생각한다.
중봉에서 나무계단 지점까지 내려오자 상고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야말로 一場春夢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 온 기분이다.
빠른 발걸음 덕분에 10시가 채 안돼서 하산을 마치고, 고향을 향해 출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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