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5대 지부장에 이경훈 후보 당선
11월 8일 치러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 5대 지부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기호2번 이경훈 후보가 당선됐다.
이경훈 후보는 전체 투표자 42,493명의 52.09%인 22,135표를 얻어 기호1번 하부영 후보를 5.24% 포인트, 표차로는 2,229표를 이겼다.
2차 결선투표 투개표 현황은 아래 [자료-1] 표와 같다.
[자료-1] 금속노조 현자지부 5대 지부장선거 2차투표 개표결과
향후 2년간 현자지부를 이끌어갈 이경훈 당선자는 지난 3대 지부장을 지낸 데 이어 이번 당선으로 정규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는 두 번째 사례를 만들었다.
첫 번째 사례는 현자노조 1대 위원장과 5대 위원장을 역임한 이영복 전위원장이다.
이경훈 당선자는 1대 이영복 위원장 시절에 조직부장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한 현자노조 1세대 운동가에 속한다.
'온건합리노선'으로 분류되며 지난 3대 지부장 시절에는 무파업을 기록하여 '실리 집행부'란 평가를 받고있다.
그간 현자지부장(위원장 포함) 후보로 여러차례 출마하여 항상 결선에 올랐으나 2차투표에서 역전패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4전5기의 신화를 이룬 것이 지난 3대 지부장 선거였다.
지난 4대 지부장 선거에도 출마하였으나 1차에서 상당한 격차로 1위를 하고도 2차 결선투표에서 역전되는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분패를 한 바 있다.
이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노동운동에서 정치운동으로 길을 바꾼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으나 이번에 다시 지부장 선거에 도전하여 7전8기의 신화를 만들었다.
사진은 지난 11월 1일 울산공장 본관잔디밭에서 열렸던 2차 합동유세장에서의 이경훈 후보와 이경훈 당선자를 배출한 현장노동자회
2차투표 결과에 대한 평가분석
2차투표 결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1차에서 나타난 '1강 1중 3약'의 득표결과가 워낙 현격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언론에서는 1강 4약으로 분류 ^^*)
1차투표 결과는 전통적으로 '민주파' 내지는 '강성파'로 자타가 분류하던 3팀이 모두 예상 이하의 득표에 머물면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오죽하면 혹자는 탈락한 3팀 모두 선관위 기탁금도 반환받지 못하는 15% 이하의 득표에 머문 것을 두고 참패를 넘어 '몰락'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
아닌게 아니라 현자노조의 '민주파'임을 자처하며 역사성과 정통성을 다투던 금속연대, 민투위, 민주현장에 대한 조합원들 평가는 냉혹했다.
다만 민투위의 경우는 민주현장을 제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으나 최하위에 머문 민주현장은 가히 '맨붕' 수준이라 할만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직적으로 보면 가장 약체로 꼽히던 하부영 후보가 2위로 도약하며 결선에 오른 것은 또 다른 이변(?)이었다.(사실 필자는 2위로 예측했음)
그리고 결선에 오른 하부영 후보가 여세를 몰아 역전승을 점치는 관측도 있기는 했으나 박빙 승부까지는 가겠지만 뒤집기는 어렵겠다는 관측이 훨씬 더 많았다.
이경훈 후보는 2차투표에서 5% 포인트 정도(약 1,900표)만 추가로 얻으면 과반수를 넘기지만
하부영 후보의 득표율은 20%에도 못미쳤기 때문에 30% 이상을 추가로 득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갈 길이 너무나 멀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투표라면 이정도의 격차에서는 뒤집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부영 후보 진영에서 나름 기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현자노조의 특수한 전통과 조합원들 마음속에 흐르는 특별한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리의 깃발을 손에 움켜쥔 것이나 다름없는 고지에까지 가 있는 이경훈 후보진영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초긴장 상태였고, 하부영 후보 지지자들과 운동원들은 뒤집을 수 있다고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승부가 뒤바뀌지는 않았어도 2차 투표 결과를 보면 거의 이변에 가까운 투표흐름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즉 득표율로는 52% : 47%, 정확하게는 5.24% 포인트 차이, 절대 득표수로는 2,229표 차이로 좁혀진 박빙의 승부였다.
[자료-2] 울산공장 투표소별 2차투표 득표수와 득표율 비교
투표소 | 유권자 수 | 투표자수 | 투표율 | 기호1 하부영 | 기호 2 이경훈 | ||||
2차 득표수 | 2차 득표율 | 1차 득표율 | 2차 득표수 | 2차 득표율 | 1차 득표율 | ||||
본관 | 5,642 | 4,989 | 88.43 | 2,216 | 44.42 | 29.42 | 2,750 | 55.12 | 48.23 |
1공장 | 5,670 | 4,922 | 86.81 | 2,798 | 56.85 | 27.56 | 2,086 | 42.38 | 34.74 |
2공장 | 5,707 | 4,998 | 87.58 | 3,041 | 60.84 | 22.47 | 1,944 | 38.9 | 30.85 |
3공장 | 5,582 | 5,048 | 90.43 | 3,282 | 65.02 | 25.89 | 1,750 | 34.67 | 27.34 |
5공장 | 1,897 | 1,719 | 90.62 | 843 | 49.04 | 12.72 | 866 | 50.38 | 41.18 |
합 계 | 24,498 | 21,676 | 88.48 | 12,180 | 56.19 | 25.27 | 9,396 | 43.35 | 35.69 |
1차 결과 | 24,320 | 21,497 | 88.39 | 5,433 | 25.27 | 7,673 | 35.69 | ||
1차 대비 | 179 | 0.09 | 6,747 | 30.92 | 1,723 | 7.66 |
특히 울산공장에서는 하부영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역전한 결과로 나타났다.
5명의 후보가 표를 나눠가진 1차투표에서는 이경훈 후보가 하부영 후보에 비해 2,240표(10.42%)를 앞섰으나
양자대결로 좁혀진 2차투표에서는 거꾸로 하부영 후보가 이경훈 후보에게 2,784표(12.74%)를 앞질렀다.
하부영 후보는 구 현대정공이었던 5공장 투표소에서는 박빙 승부를 펼쳤고, 현자노조 창립당시 모태였던 울산공장에서는 최 고참 장기근속자 군이 속한 1공장식당 투표소에서만 이경훈 후보에게 뒤졌을 뿐, 근속이 짧고 연령대가 젊은 층으로 내려 갈수록 큰 격차로 이경훈 당선자를 이겼다.
참고로 현자지부 울산공장의 투표소 분류는 공장단위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번을 가지고 투표소를 나누기 때문에 1공장 투표소라 하여 1공장 조합원들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5공장은 예외여서 5공장 근무자들은 전부 5공장 투표소에서 투표함)
즉 근속연수에 따라 최고참 군이 본관식당, 그 다음이 1공장, 2공장, 3공장 순이다. 즉 3공장 투표자들이 상대적으로 근속이 짧고 젊은 연령대에 속한다.
이경훈 후보 진영은 이겼지만 간담이 서늘했던 승리였고, 하부영 후보 진영은 졌지만 정치적으로는 이겼다고 위안을 삼을만한 결과였다.
하부영 후보가 울산공장 1차투표에서의 득표율은 25.27%였으나 2차투표에서는 무려 30.92%나 수직 상승한 56.19%로 치고 올라갔다.
이에 반해 이경훈 후보는 1차투표 대비 7.66% 상승하는데 그쳤다.
아래 자료는 현자노조 울산공장 조합원들의 투개표 결과만을 별도로 집계한 것이다.
하부영 후보는 최 장기근속자 투표소인 본관식당 투표소에서만 졌을 뿐, 1, 2, 3공장 식당 투표소로 갈수록 격차를 벌리면서 이경훈 후보에게 모두 역전승을 했다.
5공장의 경우도 하부영 후보가 비록 졌지만 1차에서 득표율 12.72% : 41.18% 였던 격차가 2차에서는 49.04% : 50.04%로 겨우 1% 포인트,
득표수로는 659표 차이에서 불과 23표 차이로 거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자료-3] 울산공장 투표소별 1차와 2차투표 득표수와 득표율 증감 비교
투표소
기호 1번 하부영 후보
기호 2번 이경훈 후보
비 고
1차득표(율)
2차득표(율)
증 감
1차득표(율)
2차득표(율)
증 감
본관식당
1,452(29.42)
2,216(44.42)
764(15.00)
2,380(48.23)
2,750(55.12)
370(6.89)
사번 순(근속 1순위 군)
1공장식당
1,344(27.56)
2,798(56.85)
1,454(29.29)
1,694(34.74)
2,086(42.38)
392(7.64)
사번 순(근속 2순위 군)
2공장식당
1,145(22.47)
3,041(60.84)
1,996(38.37)
1,572(30.85)
1,944(38.90)
372(8.05)
사번 순(근속 3순위 군)
3공장 식당
1,285(25.89)
3,282(65.02)
1,997(39.13)
1,357(27.34)
1,750(34.67)
393(7.33)
사번 순(근속 4순위 군)
5공장
207(12.72)
843(49.04)
636(36.32)
670(41.18)
866(50.38)
186(9.20)
5공장(구 정공) 근무자
합 계
5,433(25.27)
12,180(56.19)
6,747(30.92)
7,673(35.69)
9,396(43.35)
1,723(7.66)
이후 과제와 전망
1차투표가 끝나고 이경훈 후보 진영은 승리에 근접했지만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하부영 후보는 갈길이 멀지만 아직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이런 비유를 했었다.
이경훈 후보는 불과 5% 포인트, 표수는 약 1,900표만 더 얻으면 되니까 손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추수한 논에서 이삭줍기로 채워야 하는 수치여서 그리 녹록하지 않다고.
반면에 하부영 후보 진영은 31% 포인트, 표수로는 약 13,200표를 더 얻어야 하니까 갈길이 멀지만 추수할 논(3 ,4, 5번 지지자)이 남아 있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1차투표 결과 소개 및 분석을 하면서 2차투표 결과 예측에 대해서는 공개를 유보했지만 내심 승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필자 자신도 이렇게까지 근소한 차이로 좁혀질 줄은 예측하지 못하고 대략 55 : 45 이내로는 좁혀지겠구나 생각했었다.
여하간 조합원들의 선택에 따라서 선거는 끝났고 승자와 패자는 가려졌다.
'온건 합리성향의 후보'가 당선됐고, 함께 결선에 오른 후보는 '중도 합리 개혁'을 내건 후보였다.
조합원들은 '강경노선'을 걸어 온 후보진영에 대해서는 냉혹할 정도로 표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결선투표에서는 당선자도 자만하지 못할만큼, 낙선자도 낙담하지 않을만큼, 거의 황금분할로 표를 나누어 줬다.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이경훈 당선자 혹은 온건 합리노선에 대한 비판적 정서는 당선자로서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요인이다.
조합원들은 선거에서 투표권 행사는 동등하지만 실제 조합활동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즉 지역위원회 조합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위원회(공장)의 현안에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현자지부 전반적 활동은 중심이자 상징인 울산공장이 주축을 이룬다.
따라서 이경훈 당선자는 이후 2년동안 집행을 하면서 울산공장을 근거로 활동하는 현장조직들로부터 수많은 견제와 비판을 감당해야 한다.
하부영 후보자는 비록 낙선했지만 노동계 안팍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했다.
노조운동가로서의 하부영, 혹은 하부영이 속한 현장조직의 발언권은 그만큼 확대되고 무게감이 실릴 것이다.
지금까지 조직력의 뒷바침이 약한 가운데 정기 간행물 '들불'을 통한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해 와다면 앞으로는 조직력 확대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번에 후보연합이 아닌 조건없는 선거연합을 펼친 '소통과 연대' 및 여타 조직과의 조직개편을 통해 일약 제1야당의 위치로 발돋움을 할 가능성도 있다.
1차투표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한 '민주파' 현장조직 3팀은 이후 재기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내부 혁신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런 중에도 민투위는 상대적으로 재기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체평가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보인다.
금속위원장, 울산본부장을 자파에서 배출했으며, 이번 선거에서 받은 득표율이 낮긴 하지만 종전에 비하면 바닥을 치고 올라 온 상승기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 4대 지부집행을 공동으로 맡았던 민주현장과 금속연대는 민투위의 전철을 되밟으며 재기를 위한 호된 자기 혁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자노조는 이번 5대 지부장 선거를 기점으로 중도 합리노선으로 우클릭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온건 합리노선의 집행부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노사관계의 안정을 조기에 기대하기는 성급할 것 같다.
물론 당선자가 소신과 뚝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실리의 성과가 조기에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약 절반의 조합원들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울산공장은 그 비율이 56%나 된다.)
이제 각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은 다음 대의원(대표) 선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겨 당선된 5대 지부 집행부가 초기에 안정적인 출발을 할 것인가는 곧 치러질 대의원 선거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마찬가지로 여타 현장조직들도 대의원 선거에서 자파 당선자를 얼마나 내느냐가 조직의 위상과 서열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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