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문화재&문화탐방

"부처님 편안하십니까?"- 만불사

질고지놀이마당 2015. 11. 22. 10:51

2015. 11. 21. 토. 흐림

영천 만불산 만불사

 

만불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타고 건천을 지나 영천으로 가는 도중에 경주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속도로에서도 높다랗게 세워진 황금빛 불상이 보이는 절이다.

그렇다면 1만개의 불상을 모셨다는 뜻일까?

이 곳을 지날 때마다 가졌던 궁금증을 풀 기회가 생겼다.

 

마침 영천에서 국도를 타고 경주로 이동하는 길에 휴식을 취할 겸 잠시 들렸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경내에는 일반 탐방객이나 단체로 찾아 온 신도들은 거의 없었고, 이곳저곳 공사를 하는 장비소리만 부산스러웠다. 

따라서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찾아 간 만불사는 전통적인 절집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선입견 파괴는 해우소였다.

겉보기는 수수한 건물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독실처럼 칸막이가 된 구조마다 모두 비데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통 절집의 해우소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푸세식인 경우가 많고, 좀 세련된 곳이라야 수세식이 설치된 정도인데 만불사는 '해우소가 아닌 화장실' 이었다. ㅎㅎ

 

아미타영천대불

높이가 33m로서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대불이다.

멀리 경부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 아미타영천대불 좌우로는 수백개의 아미타입불이 호위하듯이 빙둘러 서있다.

이런 경우 주위로 심어진 나무가 수백년 된 고목 숲이어야 제격인데 옮겨심은 느티나무 모두 생육상태가 좋지 못했다.

 

 

주위 환경과의 조화로움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부처님 뒷편으로 저 멀리에는 무엄하게도 고압선 철탑도 보이고 공장 지붕도 드러난다. ㅠㅠ

도탄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러 중생속으로 내려오신 부처님상을 기대했는데 중생이 범접하기 어려운 높은 망루에 홀로 모셔진 느낌이다.

 

 

 

 

 

 

황동와불열반상을 친견하러 가는 길에

 

 

황동와불열반상

길이 13m, 높이 4m 로서 역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와불을 모셔 놓았다.

황동으로 조성했다는, 누워계신 부처님은 중생의 고통을 자비로 품으신채 열반에 드신 평온한 모습이다.

그런데...

 

 

 

 

 

 

 

누워계신 부처님의 높이가 4m라니까 와불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보시길...

 

그런데...

황동와불열반상 주변 환경을 보니까 부처님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중생의 고통을 자비로 품어주신다는 부처님께서 옴짝달짝 못할 정도로 옹색한 공간에 갇혀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집을 한 채 지어도 마당을 거쳐 현관을 들어가면 거실(응접실)이 있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방이 있는 법인데 이곳 부처님 계신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협소한 공간에 유폐된 듯, 혹은 박제된 것처럼 누워계신 부처님께서는 편안하실까?

 

전후좌우 다 마찬가지다.

뒷편은 잡목과 덩굴식물이 우거진 그대로이며, 앞 부분은 공간이 협소하기 그지없다.

요철로 파여진 홈에는 흙탕빗물이 고여있고, 낙엽도 수북이 쌓여있다.

바로 앞에 조성된 묘지공원에 심어진 구상나무와 부도탑 모양의 납골함과의 폭이 불과 5m정도밖에 안되어 보인다.

부처님을 친견하면 저절로 우러나야 할 엄숙함과 경외감은 고사하고, 불경스러울만큼 옹색하게 모셔진채로 방치된 느낌이다.

 

너무 가깝게 심어진 구상나무 때문에 부처님 전신을 한눈에 볼 수 없다.

부처님이 누워계신 앞쪽은 최소한 15~20m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고 뒷편도 조경을 해서 어느정도 '성역화'를 해야 부처님을 모시는 격에 맞을 것 같다. 

 

아미타우스 부도탑 도량/ 납골함을 부도탑 모양으로 만들어서 조성한 일반 신도들의 납골묘지(?)

 

 

뿐만아니라 영천대불 아래로 넓은 터를 닦느라 엄청난 높이로 깎아낸 절개지와 아미타우스부도탑 도량을 조성하면서 쌓아올린 수직 축대는 매우 위압적이었다.

현대식 토목공사와 최신식 시설, 최대의 불상을 조성한다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주는 탐방이었다.

 

절집이 절집다운 곳은 터를 잡은 산세부터 다르고, 산문으로 들어가는 좌우편으로 늘어선 나무숲에서 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난다.

단청이 탈색되고 쇠락했을망정 전통적인 목조건물에서 배어나는 세월의 깊이와 문화의 향기가 있다.

그런 조건들을 기본으로 불(佛) 법(法) 승(僧) 이란 3요소(다 갖추긴 어려우므로) 중 한 가지만이라도 갖춰져야 비로서 명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신>

만불사는 숫자 1만개의 만불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뜻을 가진 뜻의 만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