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진정한 프로, 돼지국밥 사장님

질고지놀이마당 2018. 6. 21. 01:12

음식만이 아니라 정직함과 나눔, 그리고 인생철학을 함께 담아서 내놓는 돼지국밥집 여사장님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맑은 영혼과  바른 삶의 지혜를 겸비한 진정한 프로였다.


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돼지국밥이란 메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돼지국밥집을 가자고 하는 경우는 없고, 분위기상 따라 갈 경우만 가는 편이다.

지금 소개하는 국밥집의 경우도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초대자를 따라서 중구 시내에서 북구 호계까지 찾아갔다.

인품좋은 사장님을 소개할 겸, 자기가 먹어 본 돼지국밥 중 가장 맛있다며 초대하는데 어떻게 사양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나는 돼지국밥 한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으며, 국밥집 여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짬을 통해 '인생철학 특강'을 들었다.

지금 쓰는 이 글은 그 소감문인 셈이다.

검지손가락에 두껍게 박힌 굳은살은 국밥집을 경영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준비하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악수를 꺼려하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보기엔 '삶의 훈장'이지만 여자로서는 '감추고 싶은 흉터'가 있었다.


아래 소개하는 사진은 극구 거절하는 것을 어렵게 허락을 받아서 찍은 것이다.

마음을 열게 하려고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힌 내 손바닥을 펼쳐서 보여줬다.

결국 정직하게 일하는 손이야말로 자랑스러운 손인데 왜 부끄럽게 생각해서 감추느냐고 여러번 설득이 통했다.


나는 '일하는 손이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슬픈 수식어이기도 하다.

위로와 격려, 듣기좋으라고 하는 가식으로 들리기 십상이지만 나는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나를 데리고 일부러 찾아간 김**님이 인품좋은 국밥집 사장언니가 직접 조리해서 내놓는 가장 맛있는 돼지국밥이란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식사를 거의 마치고 손님이 뜸한 시간을 이용해서 대화를 좀 나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그랬고, 평범해 보이면서도 반듯한 인생관이 감동이었다.


그녀는 8남매 중에서 6남매가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던 시절에 그런 자녀를 둔 부모님의 심정, 형제들의 심적 고통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녀는 비장애인이었지만 동네사람들로부터 **집이라고 불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소년기 그녀가 감당히기 어려운 멍애였을 것이다.

하늘도 무심할 정도의 슬픈 가족력은 그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생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숙명으로 받아 안았고,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남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자신과 자녀들이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고, 돈보다 건강, 이웃에 대한 나눔과 베푸는 마음가짐이 그러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는 손님들의 아주 작은 변화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며 대안을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한다는 이야기에 숙연해졌다.

정년퇴직 동료들과 공동체적 삶을 목표로 사회적기업 창업을 함께 준비하는 나를 위한 고언으로 들렸다.

 

필자가 그녀의 손가락 굳은살 사진을 찍자고 집착을 보인 이유는 두텁게 솟아오른 굳은살에 그녀의 삶의 태도가 담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오른 손 검지 가운데 투박하게 솟아오른 굳은 살은 주방에서 칼질을 오래해서 생긴 훈장이었다.

손바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손등도, 손톱도 오랜 주방노동을 자신이 직접 담당해 왔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나는 전혀 모르던 사실인데 돼지고기 수육을 기계로 썰면 편하고 능률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고기를 자를 때 기계나 다른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고집스럽게 직접 칼로 썰어서 조리를 하고 손님상에 올린다고 했다.

나의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기계로 썰으나 직접 칼로 썰으나 그게 얼마나 다를 것이며, 그 미세한 식감의 차이를 손님들이 알아챌까 싶었다.


그렇지만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고수들은 바로 구별한다고 했다.

여하간 필자로서는 그런 마음가짐과 실천을 듣는 것만으로 그녀의 평소 의 태도가 눈에 보이는듯 하였고, 그 어떤 인생철학 수업 못지않게 감동이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수줍은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화장기라고는 없는 수수한 웃음에서 해맑은 영혼이 느껴졌다.

 

그녀의 해맑고 순박한 미소를 함께 담아서 소개할까도 생각했으나 그것은 너무 무례하고 가혹할 것 같아서 부탁을 하지 않았다.

초상권을 보호해 주는 대신에 식당을 나서면서 간판을 담아서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녀의 영업을 돕기 위한 목적의 글이 아니므로 식당위치는 울산 북구 농소1동 호계구획정리구역 내에 있다는 것 정도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