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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선시골/ 선녀의 날개옷보다도 감춰두고 싶은 곳

질고지놀이마당 2007. 7. 4. 18:24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벗어 놓은 날개 옷보다 감춰두고 싶을만큼 오염이나 훼손이 되지 않은 청정지역이었다.

이 곳을 소개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한참을 고심할 정도로.

 

언제 : 07. 6. 30(토) 흐리고 안개 비

누가 : '연하고질'멤버 9명

탐방코스 : 맨 아래 지도상 표기 참조

   

대저 길이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한사람 두사람... 열 사람이 가다 보면 만들어 지는 것이 길이다.

 

등산이라 해서 높고 험한 산, 그리고 산꼭대기를 반드시 오르라는 법은 없다.

때론 보리밥도 먹고, 칼국수 수제비도 별미로 찾듯이 세속의 때가 덜 묻은 오지를 찾아가는 것도 산행의 별미다.

 

'오지 산행의 대가'라 해도 전혀 실례되지 않을, '연하고질'의 좌장이자 방장인 '한돌'님이 남몰래 아껴둔 메뉴를 내놓았다.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는터라 일행은 출발부터 한동안은 길도 없는 경사면에 나뭇가지를 헤치며 빡신 신고식을 치렀다.

역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서 사열하듯 늘어선 낙락장송 숲길이 환상적으로 이어진다.

 

울진 백암산은 익히 들어 알지만 필자도 그 치마폭에 감춰진 선시골의 존재는 이번에야 알았다.

하여간 선시골 가는 길에 늘씬하고 늠름한 기상의 소나무숲부터 걸었다.

 

나무들도 육체미를 자랑하고 싶어서 웃통을 벗었을까? 아님 날씨가 무더워서...?

낙락장송 아래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걷는 발걸음이 나비처럼 사뿐하게 느껴진다.(실은 땀으로 범벅~)

 

 

 

 

 

거기 누구 없소?

 

때맞춰 안개가 드리우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나무 숲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걷던 능선길에서 선시골 계곡으로 내려서는 지점.

두 갈래 계곡물이 만나 휘돌이치는 '몸부림 사랑'이 바위를 깎아 용솟음 치듯 소(沼)를 만들고 폭포를 이룬다.

 

흰 바위산(白岩)이란 이름처럼 계곡의 바위도 흰 빛을 띈다.

굵은 자갈과 시멘트를 배합한 콘크리트처럼 올망졸망한 돌멩이들이 뭉쳐서 이루어진 바위(퇴적암)가 이채롭다.

 

 

바위가 물에 닳아 이토록 신비스런 작품으로 탄생하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억겁의 세월동안 한우물을 판 물과 바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선시골의 비경을 탄생 시켰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그저 감탄과 경외감만이...

 

하류에서 바위틈 사이로 올려다 본 모습, 소를 휘돌아 내려오면서 작은 폭포를 이룬다.

 

이곳은 또 어드메뇨?

선시골은 아름다운 비경(秘景)이 많음에도 마땅히 있을법한 이름을 찾기 어렵다.

이름이 있는데도 필자가 아둔하여 못 찾는 것이 아니라면, 그만큼 발길이 뜸해서 이름없이 감춰진 아름다움이 아닐까!

 

바위틈새로 저만의 길을 내어 굽이치며 흐르는 계류에 몸을 맡기고 싶은 곳.

'이화월백'님이 소녀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하는 말, "봅슬레이 경기하듯 물놀이 하면 좋겠다"

(순간, 全裸의 몸으로 머리엔 헬멧을 쓰고 미끄럼타는 모습을 상상하며 실없는 사람처럼 혼자 킥킥 웃었다.)

 

벼락치듯 떨어지다 부드럽게 흐르는가 하면, 때론 유유자적 머무는 물과 바위의 사랑은 강약, 중강약을 적절히 배합하며 이어간다.

 

비경에 취한 '연하고질'님들의 발걸음도 물흐름처럼 강약, 중강약... 

 

일명 '도끼다시'라 불리우는 건물 바닥을 확대한 듯한 선시골 일대 바위의 단면

 

작은 지류가 선시골 큰 계곡에 합수하면서 깎듯한 예(禮)를 갖추는 것 같은 '가마소'

 

선시골은 계곡과 등산로가 나란히 이어지지만 나무숲과 낭떠러지로 가려져 있어서 계곡의 내면을 좀체 보여주지 않는다.

주위 산세를 보고 직감과 억척스러움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다녀왔어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말 그대로 비경(秘景)이다.

 

 

백암산 지도를 보면서 추측하기에 '용소'로 짐작되는 곳이다.

 

목숨을 걸고(?) 찍어 온 선시골의 하일라이트, 4개의 소(沼)와 3개의 작은 폭포가 연이어 층을 이루며 꼭꼭 숨어 있었다.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좀 더 나은 위치를 찾느라 비가 내려 미끄럽고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바위에 올라서...

 

4련폭포(?)/ 비상한 재주와 내공을 지닌 '월지'님이 그리 부른 까닭이 있으리라.(풍경을 보고 명명을 한 것인지도^^*)

천사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천사의 날개옷을 감추기 보다 이 곳 전체를 감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비경의 하류쪽

 

선시골 풍경/ '용소' 부근 하류쪽으로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이 많아 큰 물이 지면 통행이 어렵고 위험한 곳이므로 여름철에 탐방을 갈 경우 꼭 유념해야 할 구간이다.

 

선시골 초입의 매미소/ 위에서 본 '가마소' 및 '4련폭포'가 선녀들이 목욕하는 은밀한 독탕이라면 이곳은 왁자지껄한 대중탕에 해당되겠다.

 

여기서 소개를 마치기 전에 잠깐!

선시골 탐방에서 만난 야생화 & 풍경을 덤으로...(비와 안개, 어둠까지 내려서 선명도가 떨어지는 사진이 있습니다.)

 

 

망태버섯

선시골 탐방길에 눈 밝은 '자운영'님 덕분에 망또를 둘러쓰고 있는듯 요염한 자태를 보았다.

'이화월백'님 설명에 따르면 피어난지 4시간 정도면 시든다고 한다.

그 짧은 순간을 용케 만났으나 절정을 지나서 모양이 조금씩 일그러진 아쉬움이...

 

 

 

  

 

산옥잠화/(비비추?)

이 둘은 잎이나 꽃 모양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야생화 도감에 비비추는 산에 자라고, 산옥잠화는 냇가 바위틈에 자란다고 씌어 있으니 그러려니 할 따름.

선시골 바위틈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태가 장맛비에 계곡물이 불어나면 다 휩쓸려가 버릴 운명이다.

 

 

 

 

 나리꽃 이름도 하도 많아서 이게 땅나리인지 참나리인지...?

  

 

굴참나무 껍질

 

병아리난초(꽃이 워낙 작아서 제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노루발풀꽃(남들 필 때 뭐하고 가리늦게 혼자서...)

 

 

바위채송화 (돌나물과 구분을 잘 못하겠다. 꽃이 비슷한 넘으로는 기린초도 있다.)

 

 

 

벌노랑이(비와 안개, 어둠까지 내려서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다.)

 



 


소나무 숲을 돌아 상류에서 따라 내려온 선시골 탐방은 '알탕'을 할 때까지 참아 준 장맛비와 안개 속에 잠기듯 이곳 매미소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백암산 선시골 탐방코스 / <필자가 드리는 당부말씀>

많은 인원이 단체로 가거나 계곡 물놀이를 염두에 둔 산행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마저 오염시킬까 두렵고, 놀이삼아 가기에는 험하고 위험합니다.

진실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다녀온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산행을 하시는 분만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