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미티 국립공원(5. 20 오후 ~ 21일 오전)
어떤 형용사, 어떤 수식어를 앞에 붙여도 그 아름다움이 부족하지 않을 대자연!
요새미티 국립공원에 대한 필자의 감상이다.
실은 필자는 요새미티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 곳에 대해 잘 몰랐다.
미국 어느 곳인가에 자연경관이 빼어난 국립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의 이름이 요새미티라는 것 밖에는...
따라서 현지 여행 계획을 짜면서도 딸한테 강력한 추천을 받기 전까지 요새미티는 여행 후보지에 오르지도 못했었다.
내가 잘 몰랐기도 하였지만 머리 속에는 그랜드캐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꽉 차 있었고, 라스베가스에서는 너무 먼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현지 여행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곳이 바로 요새미티 국립공원이다.
물론 이어서 찾아 간 브라이스캐년이나 그랜드캐년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요새미티 국립공원을 첫째로 꼽는 것은 필자가 평소 동경하던 경관이 완벽할 정도로 갖춰지고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과 암벽과 협곡, 풍부한 물과 원시림에 가까운 숲에서 더불어 사는 야생동물, 맑은 공기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면서 계곡을 이루고 폭포가 되고 마침내 강물 되어 흐른다.
사람은 다만 삶의 여유를 찾아서 잠깐씩 다녀가는 나그네일 뿐
이 곳의 주인은 태고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곳에서 나고 자란 숲과 바위, 물과 야생 동물들이었다.
우선 규모와 연혁을 간단히 살펴보면 공원면적 3,061㎢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지리산 국립공원의 여섯 배가 넘는다.
규모로만 따진다면 미국에서는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약 120년 전에 미국 최초로 지정(1890년)된 국립공원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위상이나 가치를 짐작할 수 있겠다.
사전 지식이 없었던 필자는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한나절 정도 부지런히 돌아보고 이동할 심산이었다.
마치 국내에서 설악산에 가면서 설악동 소공원 주변만 휘이~ 둘러보는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까 다른 여행시간을 줄이더라도 이곳을 대충 스쳐 갈 수가 없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 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루를 묵은 다음, 이튿날 오전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처럼 장광설을 늘어놓는지 독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열 마디 설명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현실감있게 전달하는 법.
이제부터 풍경사진 위주로 소개하는 요새미티 국립공원 탐방을 함께 떠나자.
요새미티 국립공원은 규모가 방대한만큼 편의상 다섯 곳의 탐방 포인트로 나누어 소개한다.
수령 2천년 높이 100m 직경 3m에 이르는 메타스퀘어 나무들이 즐비한 숲인 메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
요새미티 국립공원의 절경을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는 그레이셔 포인트(Glacier Point)
수많은 폭포와 호수 중에서 버널폭포(Vernal Fall)와 미러호수(Mirror Lake)
그리고 요새미티 국립공원을 동서로 횡단하는 120번 타이오가 도로(Tioga Road)
1. 메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
첫 소개는 탐방한 순서에 따라 메리포사 그로브, 즉 메타스퀘이어 숲 탐방이다.
LA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약500km, 사막지대와 캘리포니아의 넓은 농업지대를 번갈아 통과하여 산악지대로 들어섰다.
도중에 길을 잘 못 들어서 약간 우회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지체됐으나 오후 2시쯤 남문(South Enterance)에 도착했다.
이동 동선을 미리 검토하였으므로 입장료(25$)를 낸 다음에 곧바로 우회전 하면 메리포사 그로브에 닿는다.
요새미티 국립공원 남쪽 출입문
이넘의 나라는 워낙 넓어서 국립공원에 들어 갈 때도 거의다 자가용 승차입장을 한다.
승차 입장의 경우 입장료를 개인별로 받지 않고, 유효기간 1주일을 주는데 그 기간에는 얼마든지 들락거릴 수 있다.
남문에서 메리포사 그로브는 우측으로 2마일로 가깝지만, 그레이셔 포인트는 34마일, 요새미티 빌리지는 35마일이나 된다.
그리고 그레이셔 포인트에 가려면 중간에 다른 길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와야 하는데 편도 16마일, 왕복 32마일이다.
나무들이 얼마나 크고 높은지, 그에 반비례해서 사람이 얼마나 작게 보이는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이방인은 거인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놀라움도 반복되면 감동이 무뎌진다.
사진으로 나무의 크기와 울창한 숲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독자들은 실감하기 어려울텐데 아래 사진에 관광객을 태우고 순회하는 무개차와 비교해 보시길...
숲 탐방은 걸어도 되지만 숲 해설사가 동행하면서 설명까지 해 주는 무개차량을 타면 50분쯤 걸린다고 했다.
시간을 절약할까 싶어서 이용하려다가 유료인데다 영어로 해주는 설명을 알아들을 수도 없으니 천천히 걸었다.
쓰러진 나무의 크기를 가늠하기 쉽도록 곁에 아내와 딸을 세웠다.
나무의 크기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수십명의 사람과 말이 이 나무에 올라선 사진이 팜플렛에 실려있다.
이처럼 수명을 다한 나무는 그 자리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이 녀석이 가장 큰 나무인가 싶으면 더 큰 나무가 나타나고, 삼형제 나무, 가장 큰 나무, 가장 오래된 나무
밑둥치에 마차가 지나갈 정도의 터널을 뚫은 나무 등등 기억에 남는 나무들을 많이 보았다.
메리포사 그로브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이나무의 수종은 소나무로 보임)
밑둥치에 터널을 뚫어 놓은 캘리포니아나무
터널로 마차가 지나가는 사진이 이곳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실려있다.
선순환을 거듭하는 숲
고목은 썩어서 자양분을 제공하고, 빈 자리는 2세 3세 나무들이 대를 이어 메꾸어 간다.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라 바꿔바도 나무의 크기를 실감나게 표현하기가 여의치 않다.
곳곳에 수명을 다했거나 태풍에 쓰러졌을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진 채 그대로 누워있다.
가능한 한 인공미를 가미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대로 두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탐방로를 가로막은 나무는 이렇게 중간만 잘라내서 소통을 시킨다.
숲의 주인은 야생동물이었다.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녀석들...
자연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인지 앙상할 정도로 마른 모습이 안쓰러웠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가슴 아픈 사실 하나.
1851년 곰 사냥을 하느라 산악지대인 요새미티에 들어왔던 일단의 백인들이 원주민이었던 인디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백인들이 총을 들고 쳐들어 왔으므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침입자로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인들은 백인이 살해당한 보복으로 메리포사 기병연대를 파견하여 인디언들을 몰살시켰다고 한다.
메리포사 그로브라는 지명은 이처럼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요새미티 공원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곳곳에 불에 탄 숲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산불이니까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단다.
산불을 관리한다고라고라..?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람.
암만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짐작하건데 숲이 워낙 우거지니까 일정한 면적을 번갈아 가면서 태우기도 하고,
더 큰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군데군데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필자의 추측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숲을 일정하게 태우는 일)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 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을 싣고 3박4일 동안에 약 2천마일(3,200km)을 달린 엘란트라(아반떼XD)
덥다가 춥다가, 사막과 고도 3천m 이상 산악지대 등 어떤 조건에서도 잘 달려 주었다.
다음에 소개할 순서는 요새미티 국립공원의 절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그레이셔 포인트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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