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지리산 심설산행을 마치고 하산길에(2009. 1. 27)
필자가 법계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리나라(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절' 이라는 것이다.
문화재적 가치와는 상관없는 요소인데도 보물(473호)로 지정된 3층석탑이나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 보다도 강한 이미지로 심어진 것이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절이라는 것이 뭐 대수일까만
사석에서는 간혹 엉뚱하거나 하찮은 일로 핏대를 세우다가 말싸움으로 발전하거나 내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도 그러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자료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설악산 봉정암이 가장 높은 절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자리에서 진주가 고향인 친구가 법계사가 더 높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나는 내 주장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지지않고 우기다가 결국 내기를 통해 확인 결과 법계사가 200m쯤 더 높았다.
그런데 지금도 봉정암과 법계사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서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절(암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뭐 특별한 의도를 지녔거나 사실 왜곡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러한 오류는 설악산 봉정암을 먼저 찾는 사람은 그쪽이 가장 높다는 안내글을 보고 별 의심없이 받아 들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봉정암에 가 보면 암자가 위치한 높이나 주위 풍경과 전망 등등이 이런 주장을 의심할 여지없이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게 입력된 정보에 대해 객관적 검증과정이 없었음에도 틀림없는 것으로 믿고 자기확신을 갖는다. (필자가 그러했다.)
말이 나온 김에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법계사는 해발 1,450m이고, 봉정암은1,244m니까 법계사가 204m 높다.
(필자가 이 자료까지 검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여러 정황상 믿어도 될 것 같다.)
어찌됐든 법계사에서 올려다 보면 천왕봉이고, 내려다 보면 '바다 산'인지 '산 바다'인지 모를 '일망무제' 전망이다.
법계사 적멸보궁
법계사에서 가장 오래된(?) 삼층석탑
나무로 지은 절집은 돌로 만든 불상이나 석탑, 부도 등등보다 오래 견디지 못하니 석탑이 가장 오래 됐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기록에 따르면 법계사 창건연대는 신라 진흥왕시대(544년)로 거슬러 올라가니까 고려초기 기법으로 추정되는 3층석탑의 나이는 천년쯤 추측된다.
큼직한 자연석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천년세월동안 비바람과 전쟁의 포화 속을 지켜온 석탑이라 생각하니 작지만 당차다는 생각이 든다.
3층석탑 아래에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는 요사체.
절 정면 중앙에 중산리로 내려가는 칼바위능선이 자리잡고 있으며, 좌우로 탁 트인 전망아래 수많은 산들이 천왕봉과 법계사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듯이 엎드려 있다.
가장 높은 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산신각
법계사 위로는 하얗게 눈 덮인 천왕봉과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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