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8. 금. 울산지역 10개 시민단체 합동 초청강연회를 마치고/ 울산교육청 대강당
암흑의 세상에서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꽁꽁 언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화롯불처럼
그 분이 쓰신 붓글씨 '처음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과 웃음으로 채워진 자리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대와 객석은 박수와 웃음으로 공명을 일으켰다.
강연이 끝나고 강당 입구에 마련된 저자 사인회도 참으로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십시일반, 울산지역 10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강연회는 대성황을 이룬 열기는 강연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까지 이어졌다.
강연료나 공연료를 받지 않고도 기꺼이 울산을 찾아주시겠다는 선생들께 최소한의 예의와 비용이라도 보태쓰라는 자발적 성금이 성금함을 채우는 현장.
시민단체의 힘은 이처럼 늘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앞서가는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먼길 이동과 강연 및 대담으로 몹시 피곤하실텐데도 저자 서명을 받고자 장사진을 이룬 이들이 다 빠져 나갈 때까지 '처음처럼' 꼿꼿한 선비의 자세를 유지하셨다.
선생께서 무욕과 언행일치의 삶을 사시는 모습은 저자 사인회에서도 나타났다.
강연회에 온 수백명 청중을 상대로 당신께서 쓰신 책을 팔면서 사인을 해도 허물은커녕 흥행이 될텐데도 "책 장사를 하러 온 게 아니다"며 거절하셨다고 한다.
대신 선생께서는 언제 구입했든지 직접 책을 가지고 온 독자들에게 정성들여 또박또박 친필 서명을 해 주셨다.
그러다보니 어느 독자는 20년도 더 된, 그러나 고이 간직한 정성이 갸륵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초판?) 을 내놓았고, 선생께서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줄서서 기다려도 짜증나지 않는 작가와의 만남
좀체로 줄어들지 않는 줄
뷰파인더에 비치는 얼굴들을 보니 오랫만에 보게되는 여러 단체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어린아이를 안고 오랫동안 기다린 어느 부부에게
신영복 선생께서 진보적 지식인들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고 있음은 강연회장을 찾은 청중들의 숫자 못지않게 다양한 면면에서도 확인됐다.
같은 진보진영에서 활동하면서도 노조 및 정당에서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등 돌리고 외면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나오게 하는 힘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시대의 양심적 지식인' 답게 그를 존경하는 이들로 가득찬 강연회장을 스케치 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했다.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신영복 선생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에 의해 통혁당 사건에 엮여서 무기징역형을 언도받고 꼬박 20년 감옥생활 후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석방
이후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정년퇴임
저서로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이 있다.
선생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더 빨리 기억을 떠 올릴만한 검색어는 '처음처럼'이라는 붓글씨(아래 사진 참조)
'늘 처음처럼'이란 붓글씨 표구는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만날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다.
울산에 있는 분들(특히 북구)이라면 북구청사에 세워져 있는 문주석에 새겨진 글씨가 신영복 선생님 친필임을 알아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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