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풍경사진

부처님 오신날

질고지놀이마당 2011. 5. 11. 02:08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이다.

3주간 불편을 감수했던 반깁스를 풀고 목발신세도 벗어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신새벽에, 그간 강제로 쉬느라 갑갑했던 왼쪽다리 시운전 삼아서 가까운 산사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평소같으면 왕복 40분이면 될 거리인데 두시간 걸렸다.

아직은 걸음이 빠르지 못한 탓도 있지만 어둠과 안개속에서 깨어나는 고요한 아침이 너무 좋아서 서두르지 않았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어제와 오늘의 풍경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탁하기 그지없던 공기가 빗물에 씻겨내린 청아한 자연을 보면서 세상의 질곡과 번뇌에서 해탈의 경지에 다달았을 때의 느낌이 이러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아직 인적없는 산사의 정취와 빗물 머금은 들꽃들 모습을 담으며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으로 온 누리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빗속에 깨어나는 산사의 아침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일 것이다.

아름드리 고목은 다른 생물들이 살도록 기꺼이 품을 내 주었다. 

 

 

고목의 가지가 벌어지며 생겨난 평평한 틈새에 흙이 쌓이고 뿌리를 내린 산괘불주머니가 이쁜 꽃을 피웠다.

 

 

느티나무 가지를 따라 공생하는 담쟁이덩굴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사는 삶이 아닌 상대와 더불어 공생하는 삶이기를..

 

 

'이건 아니잖아!'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일텐데..

 

명산대찰(明山大刹) 예로부터 큰 절은 명산에 깃들었다. 아니 명산은 그 넉넉한 품에 대찰을 품었다.

그리하여 불교와 사찰은 깊은 산중에 깃들며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상징과도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규모를 키우고 세력을 확장하느라 자연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왕왕 발생한다. 

 

일전에 산행차 이곳을 지나면서 축대아래 산비탈을 깎아 길을 내고 터를 닦는 공사를 보면서 어어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저런 식의 공사는 자연훼손은 물론, 안전상의 이유만으로도 공사허가를 내주어서는 안되는 조건이었다.

공사허가를 받았다면 내준 것이 잘못이고,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절집이라서 치외법권이라는 말인데 어느쪽이든 부처님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과욕으로 인해 자연을 파괴한 댓가는 축대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부처님을 모신 법당 건물의 안위를 걱정할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산아래 동네에서는 '등값도 담합을 했는지 등 하나에 10만원씩이나 받는 것은 너무 비싸다'는 원성이 들렸다.

대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정성을 표시해야 하는데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값으로 정성의 등급을 매긴다면 이 또한 부처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아닐 것이다.

 

 

비좁고 경사진 비탈면을 깎아서 세운 요사체

까마득한 축대아래 터를 잡느라 또 한층의 높다란 축대를 쌓았는데 아래서 올려다 보면 성벽위의 망루처럼 느껴진다.

 

 

절집 가는 길은 이래야 제격이다.

녹음으로 변해가는 숲이 비에 젖어 더욱 청아한 짙푸르름이다.

우거진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정취는 그대로여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산하는 길

 

 

 

길가에 빗물 머금은 야생화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대저 세상에 의미없는 존재는 없는 것 

 

  

 

 

 

 

 

 

 

 

 

 

 

 

 

'취미 &동아리 > 풍경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매실 구매정보  (0) 2011.05.26
매실 알아보고 사세요.  (0) 2011.05.26
고창 선운사 나들이  (0) 2011.05.01
노랑나비의 군무(群舞)  (0) 2011.04.29
봄빛으로 가득찬 아파트 화단  (0) 201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