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처럼 때깔 좋고 잘 생긴 고구마 *^^*
남편 체면도 좀 생각하고 씰데없는 짓 말라고 면박을 주어도 아내는 꿋꿋하게 텃밭을 일구고 가꾸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런 아내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고구마를 수확 했다.
짐짓 무심한척 했지만 그래도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는 모른체 할 수가 없어서 가끔 도와주기도 했다.
고구마 순을 사다가 심을 때는 모종값만 3만원쯤 들었나?
그 돈으로 사먹는 게 낫겠다고 핀잔을 했었는데 텃밭을 가꾸면서 경제적 가치 이상의 결실이 있었다.
아내의 표정이 밝아진 것이다.
요즘 아내는 외손녀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고, 그 다음은 텃밭을 가꿀 때와 어항속에 기르는 물고기 '구피'를 돌 볼 때다.
그 다음은 아마도 손 바느질(퀼트)과 풍물을 하는 동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경우는 마음대로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남편인 내가 아내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대상이구나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내가 사랑을 쏟을 대상이 있어 갱년기 변화무쌍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소일거리들이 고맙기도 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내는 틈만나면 손바닥만한 텃밭에 나가서 이것저것 심고 가꾸면서 수확물을 밥상에 올리기도 했다.
상치, 고추, 깻잎, 가지, 호박,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고구마 수확이다.(올 겨울 아내의 간식 해결~^^)
난 사실 고구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내는 그 반대로 밥보다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어린시절 식생활 환경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됐다.
빈농이었던 우리집은 겨울에 고구마나 죽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구마를 지금도 안좋아 하는데,
아내 친정은 잘사는 편은 아니어도 어촌이라서 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고구마가 귀했기 때문에 기호식품이었던 것이다.
"신랑, 좀 맞을래?"
고구마 캐는 작업을 도와주기보다 배짱이처럼 사진 찍으러 주변을 서성거리니까 아내가 혼내는 시늉을 하는 중이다. ^^*
땅은 정직했고, 정성들여 가꾼 수확의 기쁨은 컸다.
하여간 고구마를 좋아하든 안하든, 수확하는 기쁨은 똑같았다.
특히나 어찌나 탐스럽고 빛깔이 고운지 보기만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풍경사진방 참조)
조그맣게나마 텃밭을 가꾸어 농작물을 수확해 보니 땅의 정직함과 농부의 성실함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아내가 텃밭을 가꾼 농지는 LH공사(구 주택공사)에 수용된 땅으로서 공사전까지 묵혀진 땅이다.
따라서 택지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어서 텃밭을 더이상 가꿀 수가 없다.
내가 아내의 텃밭 가꾸기를 말렸던 이유도 그곳이 택지개발지여서 시공사 쪽에서 경작을 말리는 곳이라서다.
아내가 애지중지 정을 쏟을 대상을 무엇으로 대체할지 마땅치가 않아 걱정이다.
왠만하면 아내가 걸어서 오가면서 시나브로 가꿀 수 있는 텃밭을 하나 마련해 주면 좋으련만
그만한 주변머리도 없으니..내꼬라지가 늙으막에는 더 설움을 받지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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