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날자 : 2013. 9. 21. 토 맑음
코스 : 법주사 입구 상가단지~매표소~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매봉 근처에서 신정리로 하산(약 12시간)
새벽 5시 좀 넘어서 법주사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날머리인 신정리까지 차를 갖다놓고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더욱이 신정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송이버섯 불법체취를 막기위해 당국의 허가를 받아서 입산통제를 철저히 하느라 '보초'까지 서고 있었다.
06시가 채 안됐는데도 매표소 직원들이 나와서 표를 팔고 있다.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절 안으로는 얼씬조차 않는 산행에서도 문화재 보호비 명목으로 표를 사야한다.
아깝다면 아깝고, 사찰에 달린 숲과 길도 사유재산이라면 통행세로 생각하거나 정말로 문화재 보호에 쓰인다면 감수할 수도 있는데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다.
문장대로 오르는 마지막 깔닥고개 오르막길에 개구리 형상의 바위가 있는데 오가는 길손들이 잔돌을 얹어 놓아서 두꺼비 형상으로 변했다. ㅎㅎ
이른 아침이라 걸음을 빨리하여 약 두시간만에 문장대 마루금에 올라섰다.
안개가 깔렸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시절인연이 닿질 않는다.
눈에 익숙한 문장대에서 돌아보는 풍경들
저 멀리에 운해가 깔린 곳도 더러 있지만 거리가 멀고 속리산 일대는 거의 영향권 밖이다.
08시 30분경 관음봉을 가는 등산로로 안개처럼 스며들었다.
얼마쯤 지나 문장대가 전망되는 곳에서 숨을 고르며 비로소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후는 완전 자유로움이 지배하는 시공이었다.
유유자적, 바쁠 것 없이 놀멍쉬멍... 이런 맛에 시간과 비용부담 감수하면서 먼곳까지 산을 찾아 떠나는 것.
관음봉이 가까워졌다.
이윽고 관음봉 도착,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안전에 유의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약 1시간 반 걸렸다.
오늘 가야할 방향이 아직 멀다.
연무가 살짝 끼어서 시계가 맑지는 않지만 이만한 날씨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봉우리로 이동했는데 이곳에서 그만 길을 잠시 잃고 말았다.
내려가는 길 흔적을 따라 가다 보니까 길은 없어지고 골짜기로 내려가는 급경사다.
되돌아 가기가 멀다 싶어서 주능선 방향으로 개척하며 이동, 불과 얼마 안되는 거리다 싶었는데 꽤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 있었다.
맑은 날씨니까 어림짐작으로 길없는 곳을 찾아서 주등산로를 찾아오지 안개가 짙거나 어둠내린 상황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길없는 곳으로의 알바 덕분에 얼음골처럼 냉기가 스며나오는 자연 동굴도 탐험하고..ㅎㅎ
시간이 많이 지체한데다 새벽에 출발하느라 부실한 아침으로 이쯤 무명봉 전망바위에 올라 점심을 때웠다.
드디어 묘봉 도착, 시간은 벌써 14시 40분
묘봉에 오르자 일단의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다.
주말에 묘봉~상학봉 구간이 이처럼 한가한 이유는 명절이 낀 연휴라는 점 외에도 신정리쪽 입산통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상학복와 매봉을 거쳐 활목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여전히 암릉미가 빼어나다.
상학봉으로 이동하면서 돌아다 본 묘봉
묘봉에서 상학봉 구간도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암릉으로 이어진 난코스가 많다.
일부 구간은 계단을 만들어 놓기도 했는데 아직 밧줄구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등산객 안전을 위하여 안내판은 험로를 대부분 우회하도록 안내한다.
필자 판단에 이 구간은 국립공원 중에서 밧줄구간이 가장 많고, 보존(?)되는 등산로가 아닐까 싶다.
안전을 생각하는 배려는 좋지만 지나치게 편의 위주로 등산로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아직 때가 덜묻은 자연산 등산로라 하겠다.
지리산의 웅장함, 설악산의 섬세함과 빼어난 경관을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연산 등산로를 선호하는 등산객에게는 매력적인 코스다.
어찌 해볼 수 없는 대표적인 병목구간인 이곳도 한산했다.
묘봉을 지나쳐서 하산하기까지도 등산객 한명을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ㅎㅎ
험로를 고집하며 이동하다 보니까 지척인 묘봉과 상학봉 구간을 이동하는데 2시간 걸렸다.
어둡기 전 하산하려면 이제 하산길을 찾아 내려가야 하는데 '개구멍 바위'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으니 매봉쪽으로 계속 전진이다.
까마귀떼가 날아 오르는 저 봉우리를 거친 다음이 매봉일 터이다.
매봉으로 가면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면 무조건 신정리로 닿는데 표시된 등산로가 없다.
분명히 몇 년전에 그 길로 올라온 기억이 있는데...
매봉 직전에서 희미한 길 흔적을 발견했다.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고, 사람들이 다닌 흔적도 낙엽으로 덮여서 잘 분간이 안된다.
계속 전진하면 활목고개로 내려가는데 너무 멀고, 오른쪽을 빠지는 길은 운흥리다.
이제는 하산을 서둘러야 하는데... 또다시 내 판단을 믿고 희미한 길흔적을 찾아 내려오니 짐작대로 첫 산행을 했던 그 길이 맞다.
대개 알바를 하는 경우는 길이 또렷하다가 점점 희미해 지는데 이 길은 내려 올수록 예전에 관리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덕분에 랜턴을 켜지 않고 예정했던 신정리 마을까지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산행 경로
지도상으로 표기된 코스 거리는 들머리인 매표소에서 문장대까지나 문장대에서 날머리인 신정리까지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코스의 난이도가 워낙 차이가 나서 매표소~문장대 구간은 2시간 남짓 걸린데 비해 문장대~신정리 구간은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다.
물론 걸음을 여유있게 걷기도 했고, 중간에 알바도 있었으며, 휴식시간을 널널하게 가지기도 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문장대~묘봉~상학봉 구간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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