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김연민 교수가 밀양 송전철탑 농성장 현장을 돌아 본 소감을 울산저널에 기고한 詩다.
할머니가 쓰러져 간다
할머니를 살려다오
푸른 산이 파헤쳐지고 있다
푸른 산을 살려다오
노인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노인을 살려다오
이십층짜리 철탑을 쌓아 76만5천v의 특고압을 흘리지 마라
그저 소박한 인간의 규모를 따르라
우리의 탐욕은 결국
후쿠시마처럼 단죄 받을 것이다
바드리에서 화악산에서
노인들은 목에 쇠사슬을 걸고
무덤을 준비하고
탐욕의 행진을 저지한다
헬기에 실려 산으로 수송되는 것은 그냥
흉물스런 송전탑 자재가 아니다
우리의 기름때 낀 도시의 슬픈 욕망이다
헬기를 멈추어야 한다
우리의 탐욕이 가을 햇살을 받아
조금씩 허물을 벗기도 전에
마고 할미의 노여움을 부르지 마라
밀양의 산하에 비치는
밝은 빛을 더욱 머물게 하라
파멸을 저지하는 움막을 철거하는 대신
내속의 사악한 욕심과 거짓 위선을 내던져라
할머니의 절규를 외면하지 마라
땅에서 자란 그들의 육성은
신의 섭리에 닿아 있다
순박하고 여린 빛을 내치지 마라
탐욕 뒤에 찾아올 암흑과 혼돈을 이길
당찬 빛을 머물게 하며
대추 열리듯 히망이 자라게 하라
비리로 삐걱대는 고리원전은 이미 파멸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의 317만 명은 어느새 핵발전의 볼모가 되었다
핵발전 확장을 위한 특고압 송전선망을 물리쳐야 한다
수려한 밀양을 재산과 생명을 가로채는
특고압 송전탑으로 망치지 않아야 한다
후쿠시마의 오염으로 태평앙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또 무엇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나
아이의, 나의, 노인의, 고향의, 조국 산하의, 동해의
생명을 허접스러원 한전과 한수원이 지켜줄 리 없다
우리의 삶과 고향은 우리만이 우리의 어버이만이 지킬 수 있다
밀양을 지키는 노인은 우리의 따뜻한 어버이이며
조용히 미소 짓는 수줍은 햇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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