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국내여행

고흥여행, 외나로도~팔영산 가는길

질고지놀이마당 2008. 11. 23. 13:53

2008. 11. 16(일). 맑음

고흥읍~외나로도(우주항공센터)~팔영산 구간

 

고흥에 간 것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었다.

아무 생각없다가 문득 마음이 동하는대로 방향을 꺽어서 찾아간, 말하자면 즉흥적인 여행이다.

전남 나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로에 영암으로 내려가서 도갑사쪽으로 월출산 반쪽 산행을 마친 길이었다.(월출산 산행기는 산행후기방에 따로 소개)

어둠이 내린 남도에서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 주말인데 굳이 무리한 야간운전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초행길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가다보니 고흥읍내까지 들어섰다.

저녁요기를 하려고 골목을 기웃거리다 허름하지만 믿음이 가는 기사식당에 들었다.

거기서 비슷한 처지(서울에서 출발하여 설악산과 거제도를 경유하여 발길 닿는대로의 여행길에 나선) 부부를 만났다.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간단한 수인사 끝에 금방 말문이 트여 숙소를 함께 찾아 이웃방에 나란히 투숙했다.

그리고 잠지리에 들기 전에 캔맥주를 나눠 마시며 다음날 아침 일정을 함께하기로 의기투합했다.

필자의 예정에 없던 외나로도는 저쪽 부부의 반도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희망에 따라 함께 찾아가게 되었다.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있는 해변에서의 아침

해돋이가 시작되는 시간보다 10분쯤 지각했다.

제 시간에 도착했더라도 날씨가 맑지 않아서 황홀한 일출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제법 먼길을, 그리고 중간 중간 공사중이어서 흙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길까지 달리며 찾아 온 수고에 비하면 참 황량한 풍경이다.

고흥 우주항공센터(?)는 아직 건설 중인데다 비공개여서 덩그라니 서있는 우주선 상징 조형물을 먼발치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포구의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른 새벽을 달려왔는데 그저 헛 웃음이 나온다.

 

 

방파제에는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고기를(혹은 세월과 풍경을?) 낚고 있다.

특징없는 외나로도 길, 하지만 이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일 터.

함께 온 부부는 모처럼 떠나 온 부부여행이어서 그런지 내 보기에 평범한 풍경에도 곧잘 감동을 한다.

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서로 경쟁하면서 즐거워하는 그들 부부 모습에서 감동과 행복의 제1조건은 자신의 마음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 부부의 다정하고도 순박한 모습을 얼마간 카메라에 담고 작별을 고했다.

그들은 갑작스런 호출로 귀경길을 서둘러야 할 입장이었고, 우리부부는 고흥을 찾은 가장 큰 동기인 팔영산 산행에 마음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나로도를 돌아서 나오는 길, 들어갈 때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어서 차를 세웠다.

수확한 고구마를 빚어서 흙밭에 그대로 널려 말리고 있었다.

흙과 먼지가 묻을테니 그냥 식용은 아닐테고 사료용이라면 저렇게 공을 들일 이유가 없을것인데 용도가 궁금하다. 주정의 원료일까?

 

 

들어갈때 그냥 지나쳤던 나로도해수욕장에 잠시 들렀다.

모래사장을 따라 울창하게 늘어선 송림(해송)풍경이 좋다.

 

 

 

 

팔영산으로 가는 길 간척지구를 지나면서 갈대숲 풍경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주저없이 기수를 돌렸다. 즉흥적인 여행, 나홀로 여행의 장점이다.

이 풍경을 보면서 외나로도에서 작별한 부부가 생각났다.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소녀처럼 탄성을 질렀을 것을 상상하니 빙그레 웃음이 떠오르며 사진이라도 잘 찍어서 보내줘야지.. ㅎㅎ

 

금상첨화로 우리 부부가 찾아가는 목적지인 팔영산의 암봉도 함께 조망된다.

초행길이지만 어림짐작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지형이었다.

 

 

 

 

제법 먼 거리인데도 한가롭게 노닐던 새떼들은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그리고는 안전하다고 생각될만큼의 더 먼거리로 가서 다시 자리를 잡는다.

그들만의 질서와 생존의 지헤인 셈이다.

 

 

 

 

 

 

 

 

 

팔영산 암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금 보이는 봉우리는 왼쪽부터 4~8봉으로 보인다.

4~5봉은 붙어 보이고 가운데 뾰족한 7봉(칠성봉)과 8봉(적취봉) 사이의 완만한 봉우리는 무명봉이다.

 

  

 

이쪽에서 가는 길은 팔영산의 정남쪽에 있는 팔영산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된다.

휴양림 외에 산행 들머리는 종주코스에 해당되는 명남면 남포미술관 들머리와 공강마을에서 선녀봉을 거쳐 오르는 코스가 있다.

지나는 길에 금사이제(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팔영산 깃대봉(중앙)과 깃대봉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암릉

깃대봉 오른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이 남쪽방향으로서, 바른등재를 거쳐 명남면 소재지에 앴는 남포미술관으로 연결되는 팔영산 종주코스다. 

 

나중에 팔영산에 올라 내려다 본 간척지구 풍경

외나로도에서 고흥읍으로 올라오다가 바다를 가로막은 간척지 방파제길을 따라서 팔영산으로 건너왔다.

위에 소개한 갈대풍경사진을 찍은 위치는 아래 사진의 가운데 섬산 오른쪽으로 펼쳐진 갈대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