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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보홀 여행記(4) / 막탄섬 풍경

질고지놀이마당 2010. 9. 25. 20:29

 2010. 9. 10. 금 흐림

 

특별한 일정이 없이 휴식으로 보낸 하루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하루를 열먼서 하루 여행에 해당하는 탐방을 마쳤다.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서 방을 나섯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일출은 고사하고 찬란한 여명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날씨였다.

대신에 보폭을 넓혀 숙소 영역 밖으로 진출했다.

첫 날은 조심스럽게 숙소 관할구역 안을 맴돌았으나 어느정도 상황파악을 해 놓았다.

 

그러나 숙소에서 내려다 보면서 점찍어 두었던 항구로 가는 길은 가까우면서도 쉽지 않았다.

바로 호텔에 잇닿아 있음에도 바닷가로 나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앞서도 잠깐 언급을 했듯이 우리나라 같으면 이름 그대로 '공유수면'인 바다를 개인재산으로 사유화 하기 때문이다.

 

물빠진 항구에는 배들이 바닥을 드러낸 갯펄에 얹혀있다.

아니, 우리네 개념으로는 물빠진 바닷가는 갯펄이어야 하는데 이곳은 갯펄이 아니라 딱딱한 바위와 모래다.

수심 변화가 급하지 않아서 바닥을 드러낸 바다는 거의 평지와 같다.

물이 덜 빠진 곳일지라도 한참을 걸어 나가도 바닷물이 무릎 정도에서 찰랑거린다.

 

 

 

 

해안선을 따라 걷고 싶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담장과 철망으로 칸이 막혀있어서 갈만한 길이 보이질 않는다.

정상적인 경로를 따라서 이동하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큰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공용으로 다니는 골목길을 찾아서 다시 들어와야 한다.

도시계획이 된 도로도 아니고, 상세한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현지 주민이 아니고서야 미로찾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현지 주민들은 첨벙거리며 물빠진 바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나도 신발과 옷을 좀 버리는 것을 감수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  

 

갯펄, 아니 석회암 위로 약간의 모래뻘이 덮인 바닥으로 내려서자 바닷속 생태계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건 뭐 불가사리 천국이다.

우리나라 어민들은 양식을 망치는 이넘들 퇴치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썪이는데 필리핀에서는 불가사리를 양식이라도 한단 말인가?

 

바닷물이 종아리를 적시는 곳으로 들어가자 성게도 지천이다.

성게 알은 쌉쌀하고 짭조름하니 먹을만 한 것인디..

이야말로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도 고뿌(컵)가 있어야 먹지'라는 말처럼 그림의 떡이다.

아니 그보다는 한 눈 팔다가는 무엇을 밟을지, 무엇에 찔릴지 모를 정도여서 조심스럽다.

 

필리핀 주민들은 매우 친절했다.

그 친절이 호의를 넘어 귀찮을 정도다.

아침에 바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고,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사를 건넨다.

"굿 모닝, 헬로~. 하이~! '

드물게는 "곤니찌와" 또는 "곤방와"(서툰 인사말이다 보니 아침과 저녁 개념이 없다)라고도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은데도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오는 경우는 일본말에 비해 절반이나 될까?(아님 내가 일본인처럼 보이는 것인지..ㅠㅠ)

 

어쨋든 그 친절을 앞세운 인사의 이면에는 셈도 담겨있다.

무엇을 팔거나, 배를 빌려 주거나..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의례적인 인사로 가볍게 응수하고 시선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뭐를 하겠느냐,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영어를 몰라도 몸짓과 표정, 그리고 상황으로 알아 들을 수 있다.

관심이 없으면 "노" "노 프로블럼" 간단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상책임을 경험으로 터득한다.

 

그래도 끈질긴 사람은 한참을 따라 다닌다.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있으니까 "나이스 픽춰"를 연발하며 졸졸 따라와서 내심 당황하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 그들을 통해서 평소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섬까지 걸어서 갈 생각을 하게 됐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영어와 발짓이었지만 저쪽에 가면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있다는 의사를 알아챈 덕분이다.

 

 

작은 섬으로 건너오자 나처럼 부지런을 떠는 한국인 관광객 찍사가 한 명 있었다.

 

물빠진 바다에서는 놀이와 산책, 혹은 생업차원에서 무엇인가를 잡는 현지인 어부들이 제법 많았다.

이른 아침, 저들의 삶의 현장에서 카메라 들고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좀 미안하다.

 

물이 차면 수상가옥처럼 바다 한가운데 둥실 떠있는듯한 건물이다.

물이 찼을때의 수면이 건물 바닥과 거의 같아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이곳 바다는 파도가 세차게 치지 않는가보다.

우리나라 같으면 건축허가 자체가 어림없고, 설사 건물을 지었더라도 태풍 하나 제대로 만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데 숱한 풍상을 거친 건물은 끄덕없다.

 

 

수심 1.5~2m 정도 되는 바다가 무릎정도의 수심으로 바뀐 현장이다.

덕분에 바다로 들고나는 길을 찾지 못했어도 마음껏 바다를 휘젖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낭만적인 휴양지, 작은 섬에도 숙박 가능한 가옥과 그 가옥에 붙은 부대시설들이 있었다.

섬이라고는 해도 바닷물이 차면 지면까지 그리 높지 않고 찰랑찰랑한 수준, 넓이는 기껏해야 1천평 이내일것 같다.

 

저쪽에 바라다 보이는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이 필자가 묵었던 숙소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이다.

 

 

필리핀 전통가옥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이국적이다.

이처럼 모래사장이 좋고, 시설을 잘 갖춘 곳은 모두 호텔 또는 리조트 소유여서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배를 접안하는 시설 역시 대부분 개인 소유다.

그러니까 큰 길에서 바다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길은 대부분 개인 소유인 영업장을 거치지 않고는 찾기 힘들다.

 

 

 

 

뭍으로 건너오면서 좀 전까지 사진을 찍었던 작은 섬을 돌아 본 모습

아니 이곳에서는 뭍(육지)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필리핀 전체가 섬나라이고, 세부는 제법 큰 섬이며, 필자가 뭍으로 표현한 땅은 세부섬 옆에 붙은 막탄섬이다.

그러니까 큰 섬과 작은 섬의 구분만 있을 뿐이다.

 

바다 가운데 떠있는 이 건물을 지탱하는 축대는 필자가 손을 뻗은 높이보다 약간 높다.

흔적으로 봐서 바닷물이 차면 건물 바닥과는 50cm도 채 남지 않을 것 같다.

 

바다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가족단위로 아침 산책을 하듯이 개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도 보인다.

현지인이라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여유를 누리는 부유층에 해당될 것이다.

 

여기까지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둘러봐도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나갈만한 지점을 찾아 뭍으로 올라오려니까 현지인 세 명이 뭐라 뭐라 하다가 내가 못알아듲자 손짓 발짓을 섞어 그쪽은 막혔다는 표시를 한다.

그러면서 하는 투가 무슨 패스가 있거나(숙소 투숙이나 영업점 이용권 같은) 아니면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혹시 통하나 싶어서 숙소의 카드키를 보여 줬더니 그건 안된단다.

그러면서 내가 알아들 을 수 있는 것은 "텐 달러, 텐 달러!"

이거 뭐야 통행료 10달러를 내라고?

아침에 나오면서 지갑은 물론 비상금도 지참하지 않고 맨 몸으로 나왔지만 돈이 있더라도 10달러는 너무 과한 요구였다.

실제로 돈이 한푼도 없었으므로 "아이 엠 해브낫 머니"로 응수하고 '안된되면 바닷길로 걸어가면 되지 뭐' 하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서서 철벅거리며 걸어가자 그들이 다시 나를 불렀다.

그냥 나가라는 바디랭귀지를 취하면서, 자신들도 머쓱한지 담배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담배가 있었다면 갑채로 주었겠지만 내겐 그 조차도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장난기가 동한 것일 수도 있고, 실제로 이나라의 바다는 공유개념이 아닌 사유개념에서 오는 차이였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이미지는 순박하구나 하는 추억으로 남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아침풍경으로 돌아보고 오도록 가족들은 꿈속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깨우면 그제서야 일어나 준비하고 아침식사를 하는 일정은 여행내내 계속됐다.

나는 내 방식이 진정한 여행 참 맛이라고 생각했고, 가족들은 자기들 방식이 여행다운 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루 일정이 너무 단조로우니까 오후에 잠깐 외출을 하기는 했다.

택시를 이용해서 막탄섬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힐튼호텔을 찾아갔다.

이 부근에 상그릴라 리조트를 비롯한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많이 몰려있는 편이다.

 

거기로 간 이유는 건너편에 보이는 올랭고섬이라도 한바퀴 돌아 보고 싶은데 배편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까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확인한 금액보다 많이 불렀다.

딸내미가 흥정을 잘해서 좀 더 싼 가격인 5천페소(약 12만원)로 합의를 봤으나 어둑해진 하늘이 소나기라도 쏟아 질듯이 급변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왔다.

아내와 딸은 별로 가고싶지도 않았던 터에 돈을 아끼게 됐다고 반색을 했자만, 나는 여행을 마친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빵조각을 던지면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그림처럼 보이는 힐튼호텔앞의 모래사장도 호텔 투숙객 전용이다.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한 건물 외관은 화려해 보였지만 부대시설은 우리가 묵은 임페리얼 팰리스가 나은 것 같았다.

 

 

 

숙소 창으로 보이는 작은 항구와 왼쪽은 거울에 비친 항구 모습

 

다음 11일 일정은 세부에서 보홀로 이동하여 보홀 여행을 일부 다녔기 때문에 분량이 많아서 세부에서의 아침일정부터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