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5. 일. 맑음
어린이날이자 공휴일인 지난 5일 북한산 코스 중에서 아직 미답구간인 숨은벽능선을 거쳐 북한산을 올랐다.
그간 숨은벽능선을 타려면 가파른 암릉구간을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줄로 지레짐작, 도전할 엄두를 못냈는데 막상 올라보니까 암릉구간은 골짜기로 우회하는 코스였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안부를 지나는 구간은 좌우 양쪽으로 인수봉과 백운대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지척에서 볼 수 있었다.
휴식과 사진 촬영을 겸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한시간 반을 보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거의 직벽에 가까운 바위절벽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보니 감탄 연발이다.
인수봉에 비해 난이도가 덜해 보이는 백운대 암벽에서 훈련(?) 중인 산악인들
이쪽은 경사도가 덜해서 초 중급자들 훈련장이 아닐까 싶다.
문득 도전욕구가 땡긴다. '저 정도의 경사면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이 양반, 절벽을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아무런 장비의 도움없이 바위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내 눈에 비친 그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인간거미가 따로 없는, 대단한 내공을 보니 주눅이 들어서 방금 전의 도전욕구가 오히려 사그라든다.
넋을 놓고 마냥 퍼질러 앉아서 구경을 하니까(물론 사진을 주로 촬영~^^) 훈련팀의 일행들이 와서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훈련팀 중에 여성 참가자도 거뜬히(?) 오르는 것을 보면서 까짓거 하면 못하겠나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자칫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사양했다.
하지만 여러차례 권유를 받다 보니까 호의를 마다하는 것도 그렇고, 겁쟁이로 보일 것 같아서 안전장구를 빌려 착용하고는 도전했다.
그런데 밑에서 보기와 달리 경사도가 급하고 중간에 잡을만한 돌출부가 전혀 없는 구간은 줄을 당겨주지 않으면 초보자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겠다.
어쨋거나 기왕 도전한 것, 끝까지 올라다가 내려오니 '소질이 있다' '하면 잘 하겠다' 공치사가 이어진다.
실은 한번도 안해 본 것은 아니고 현자 산악회 시산제에 참석하여 달음산 절벽에 도전할 사람 손 들라고 해서 참여했던 적이 딱 한번 있어서 두려움이 덜했다.^^*
하강하는 폼은 그럴듯~ㅎㅎ
화창한 봄날씨를 맞아 백운대 암벽 곳곳마다 암벽훈련팀이 진을 치고 있다.
건너편 인수봉은 전문클라이머들(?)이 오르는 코스일 것 같다.
거대한 바위벽에 붙어있는 개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멈춰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시간 흐름에 따라 조금씩 이동하고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무려 1시간 반을 지체하고 백운대로 오르기 위해 이동하는 구간에도 바위벽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어느 외국인팀은 아래서 안전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 앳되어 보이는 두 여성이다.
내게는 위험해 보이는 암벽타기인데 이들 표정에서는 긴장감 보다 즐거움이 더 커보인다. ^^*
하긴 이쪽 코스라면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유경험자의 코치를 받으면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까 경이롭게 보였던 전문가(?)는 맨몸으로 중간까지 올랐을 정도니까...
백운대 암벽 너머로 인수봉
인수봉은 헬기를 타고 내려앉지 않는 이상 암벽을 통해서만 오를 수 있다.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통해 정상에 오른 기분이 어떠할까?
훈련코스(?)로 적합해 보이는 백운대 암벽은 주욱~~ 이어진다.
백운대 오르는 길이 인산인해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중간에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줄을 서서 밀려 올라갔다 밀려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단념했다.
그간 수시로 올랐으므로 자료사진도 풍부한 터라 굳이 욕심을 낼 필요가 없어서다.
백운대 남쪽 직벽에도 암벽등반을 하느라 개미처럼 달라붙어 있는 산악인들이 많이 보인다.
백운대 정상을 포기한 대신에 전망이 아주 좋은 노적봉에 올랐다.
이곳에서 조망하는 백운대와 인수봉 망경대 그림은 압권이다.
더욱이 아직 산 위에는 진달래가 한창이어서 삭막한 암릉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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