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2. 토
밀양역 광장
지난 토요일 저녁, 108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밀양역 광장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대개 권역별 집회니 전국집회니 이름을 붙여서 조직을 해도 몇 백명 대오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현실인데 각 마을에서 나오신 할매 할배들께서 밀양역 너른광장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으니까.
밀양의 송전철탑 반대투쟁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더욱 그렇다.
집회에 마지못해 얼굴 내밀기식으로 동원된 군중이 아니라 한분 한분이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고 계신다.
70이 넘으신 할매 할배들이 '독립군'을 연상케 하는 '전사'가 되어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선봉에서 싸우신다.
'세상 살만큼 살았다, 내 고향 내 자식 내 후손을 위해서라면 죽음을 마다않고 싸우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개인적으로 많은 반핵집회에 참가해 봤지만 밀양 어르신들이 이처럼 끈질기게 흔들림없이 투쟁하는 모습에 숙연함이 앞선다.
108번째 촛불문화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화보로 소개한다.
노동단체 대표들의 연대발언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을 나온 대학생들도 함께
중간중간 문화공연도 곁들이고...
어둠이 짙어지는 것에 비례하여 가녀린 촛불이 빛을 발한다.
마치 민초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탄압에 맞서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그리고 탄압이 부당하고 거셀수록 저항도 세어진다.
할매 할배들이 앞장서는 투쟁에 손자 손녀들도 함께
밀양 송전철탑 반대투쟁의 중심은 할매들이시다.(물론 할배들도 함께 한다. ^^*)
'할매가 간다' - 주인공 할매 한 분이 결의에 찬 절규를 토하는 중
손자 손녀뻘 되는 대학생들이 할매 할배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겠다고 농활 틈틈이 연습한 공연을 하는 중
전국순례중인 해직기자들도 밀양 송전탑 투쟁에 대한 진실보도를 약속하며 연대 차원에서 참석했다.
밀양의 미래는 우리들 미래의 바로미터다.
집단 퍼포먼스, 이 광경은 이후 동영상으로 만나보게 될 것이다.
송전철탑 건설현장 농성투쟁 할매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패션쇼
참석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내용인즉 숙연하고 처절한 퍼포먼스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살을 에이는듯한 혹한을 견디며 농성장 움막을 지키는 것만도 힘겨운 싸움이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이러한 사계절 투쟁을 몇 년째 이어오고 계신다.
사계절 패션쇼 출연자들의 복장과 익살에 웃음보를 터트리다가 일순간 숙연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남의 일이 아니고 자신들이 직접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매들이 목에 걸고나온 이 병은 수류탄에 해당되는 '특수 화생방 무기' 란다.
힘없는 할매들인지라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경찰과 공사인부들의 완력을 당할 수가 없다.
이럴 때 할매들이 마지막 저항수단은 맨몸뚱이와 바로 이 것!
씻어도 쉽사리 악취가 제거되지 않는 분뇨와 오물 엑기스. ^^*
분노 한 설움을 표출하는 퍼포먼스
보상을 원하는 것 아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안가리는 한전도 싫고, 핵발전소도 싫고 고압송전탑도 싫다!!
이넘들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밀양역 광장에 운집한 할매 할배들은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듯한 카타르시스를 느꼇을 것이다.
밀양 송전철탑 투쟁을 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여전사
밀양시의회의 홍일점인 문정선 시의원(민주당)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가냘퍼 보이는 그녀는 그러나 당차고 대차게 늘 할매 할배들의 투쟁현장에 함께 한다.
구호를 외치는 할매 할배들의 열기가 여느 노동집회 이상으로 분출되는 현장.
대개 집회가 후반부로 가면 파장분위기로 변질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전혀 자리이탈이나 흔들림이 없는..!
한껏 고조되었던 열기를 다시 문화공연으로 가라앉히고...
질기고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싸움을 축제처럼 할 수 있어야 함을 밀양 할매 할배들이 보여주고 계신다.
흥겨운 문화공연에 맞춰 어깨춤 들썩이는 춤판이 펼쳐졌다.
이번 108번째 촛불문화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연대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 했는데 울산에서도 50명 이상이 함께 참여 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비롯한 노동단체와 민주당 진보신당 등 야당, 울산시민연대, 생활협동조합, 문화일꾼 등이 적극 연대에 나서고 있어서 울산의 탈핵운동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중이다.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울산 참가자들 기념촬영
많은 인파가 동시에 흩어지니까 장내가 어수선해서 그냥 간 이들은 가고 남은 인원만 찍었는데도 이만큼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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