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밥 일 꿈- 도전

경선 패배로 무거운 짐을 내려 놓기까지...

질고지놀이마당 2014. 5. 29. 07:40

2014. 5 .28. 수

 

새정치민주연합 울산광역시장 후보직을 내려 놓았다.

5. 28일 정의당 조승수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낮에는 그럭저럭 보내고 밤 10시가 지나 결과 개봉을 기다리는 시간은 긴장과 초조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예측불허의 여론조사 경선이라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지만 내심으로는 솔직히 박빙으로나마 이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었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진 밤 11시 20분께 서울에서 날아온 최초의 소식은 '졌다' 한마디였다.

 

조사기관에 가 있던 사무장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 통보를 듣는 순간 좌중의 분위기는 얼어 붙고 말았다.

다들 일선에서 뛰는 우리당 후보들에게 미치는 악 영향과 시장후보였던 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뒷 일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경험을 여러번 겪어서 그런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담담함을 유지했다.

 

5층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스텝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예상처럼 스텝들은 '패배'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충격과 놀람...그리고 흐느낌과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애써 감정을 절제하며 냉정함을 유지하던 내 마음도 흔들렸지만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우선 정리해야 할 일은 미룰 수 없기에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본부캠프 스텝들이라도 중심을 잡고, 졌지만 뒷마무리까지 아름답게 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각 방송차와 연락소에 연락을 취해 다음 날 아침 선거운동 중단을 알렸다.

 

나를 돕겠다고 참여한 선거운동원들도 후보 못지않게 허탈했을 것이다.

아내와 딸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는 순간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모든게 역부족인 상태에서도 씩씩하게, 아슬아슬 이어 온 외줄 타기 선거운동을 접게 되었다.

 

선거판에서 반은 농담으로 반은 진심이 섞인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실력보다 운이 더 좌우한다는 말일 수도 있고, 실력은 기본만 갖추면 결정은 관운이 좌우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난 그동안 도전에서 매번 실력을 갖추고도 관운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의 쓴 맛을 본 것이 세 번이나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놀라우리만치 고비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주는 것 같아 운이 따라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돕는 듯한 행운도 여기에서 그치고 보니 더 이상의 운을 기대하기에는 이번 선거에서는 갖춘 실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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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경선 패배는 정치적 경제적 파산> 

 

단일화 경선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로 나뉘고, 절충이 아니라 전부가 아니면 전무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대중들은 단일화 가치에만 관심을 갖고 요구를 할 뿐, 단일화의 승부가 가려진 냉혹함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나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 파산'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정치적 '파산'이다.

울산에서 내가 속한 새정치민주연합 당 지지도(여론조사 경선 당시 기준, 약 17%)가 정의당 지지도(약 4%)에 비해 약 4배 정도 높았었다.

정당 지지도만 놓고 본다면 조승수 후보는 단기필마 즉, 개인적인 경쟁력으로 제1야당 후보를 경선에서 이긴 것이다.

반대로 나는 상대방보다 월등히 높은 당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패배했으므로 무기력한 후보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즉 정치적 파산인 셈이다.

 

패인 분석으로 이런 저런 이유를 꼽을 수 있다.

1차 단일화 합의를 중앙당의 반대로 파기하면서 단일화 논의에서 부정적인 이미지와 수세적인 입장이 되고 말았다.

당 지지층의 충성도가 낮은 이유로는 정체성이 모호한 당내 이질적인 집단들의 독자행보, 지연 혈연 학연에서 비롯되는 원심력 등을 꼽을 수 있다.

내가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노총 정치방침에서 배제된 '보수정당'으로 낙인 찍힌 것도 노동계의 지지를 차단 당하는 울타리가 쳐진 격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여론조사에서 당명을 빼는 것을 양보한 전술과 전략의 부재였다.

뒤늦게 여론조사 문항을 알게 된 여론조사 전문가는 장탄식을 토했으며, 언론기자들도 어떻게 그런 문항으로 합의했는지 의아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가장 큰 패인은 후보의 부족함 때문임을 변명할 수 없다.

 

두 번째로는 경제적 파산이다. 

누가 지더라도 기본적으로 똑같은 처지 아니냐 생각 할 수 있지만 속한 정당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예컨데 정의당은 중앙당에서 울산시장 선거를 총력 지원을 하는 상태였으므로 경선과정도 당을 대표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중앙당 지도부가 공식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중앙당에서 반대했던 단일화를 또 추진했으니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으로 남는다. 

 

기탁금, 방송차량과 홍보물 등 본선을 치를 모든 준비를 거의 다 마쳤기 때문에 법정선거비용의 70% 이상(약 4억 5천)을 투입했는데 (경선패배로) 중간에 후보직을 사퇴하게 되면 선거비용 보전대상이 안된다.

당에서 받은 지원금과 얼마간의 후원금으로 상쇄하더라도 절반(약 2억원) 정도는 후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신고 재산이 공시가로 66억원이 넘는 여당 후보라면 별 것 아니겠지만 신고 재산(1억8천)보다 많은 선거빚을 안게 됐으니 경제적 파산이나 다름 없다.

 

이처럼 단일화에 졌을 경우 선거에 미치는 정치적 타격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라도 단일화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완주하라는 요구와 충고가 많았었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단일화 패배시에 짊어져야 할 몫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현실과 대의명분을 놓고 고민이 컸다.

결국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오면서 지켰던 신념과 소신에 따라 단일화의 길을 택했으나 안타깝게 패배했다.

 

옳다는 소신과 신념, 대의명분을 지킨 것에 후회는 없으나 선거가 끝나면 뒷 감당을 어찌해야할지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