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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직 사퇴, 조승수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질고지놀이마당 2014. 5. 30. 07:00

2014. 5. 29. 목

 

아침일찍 단일화 경선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 함께 섰다.

한 사람은 승자로, 한 사람은 패자로.

패자가 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제 단일후보가 된 승자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다.

그렇지만 나는 기꺼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니 나를 지지하는 일반인들이 보면 여론조사 경선은 내가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발표된 언론사 여론조사나 자체조사에서 오차범위에서나마 조승수 후보에게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정당 지지도가 네 배나 높았으니까...

오죽하면 우리 당내 기류는 조 후보쪽에서 명예로운 퇴로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낙관할 정도로 상황인식이 안이했었다.

 

그런데 표면적인 현상과 달리 내면적으로 상황이 심상찮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3자 단일화 구도가 이영순 후보의 사퇴로 양자 단일화 구도로 바뀌고 나서다.

울산 kbs와 mbc 공동 여론조사에서 단순지지도는 여전히 앞섰으나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1% 뒤진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라는 말처럼 이렇게 야권단일화 3자 구도에서 양자구도로 바뀜과 동시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우리 시당이나 시장캠프에서는 안이하게 보고 있다가 발등의 불이 되고 말았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당 내부와 각 후보진영에서는 시장후보가 단일화 경선에 패했을 경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위험부담이 큰 단일화에 연연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완주하자는 주장이 훨씬 강했다.

그럼에도 대의명분을 저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일화 정면돌파를 고집한 것은 나였다.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위가가 닥치면 '필사즉생'의 각오로 돌파해 왔던 것처럼...

 

그러니까 결과에 대한 책임도 누굴 탓해서는 안되고 온전히 내가 짊어질 몫이다.

기자회견장에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단일후보의 당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졸지에 시장후보가 사라져버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받게 될 타격이었다.

동시지방선거에서 한묶음으로(소위 패키지선거) 표를 받는 것, 즉 시장 구청장(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까지 다 2번이라는 통일성은 매우 유효한 득표수단이다.

그런데 시장후보가 중도에 탈락했으니 그 유용한 수단을 나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다.

 

조승수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하면서 한편으로 시장후보를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도 도와달라는 호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호소를 듣고는 조승수 후보도 정의당 후보(단 2명)와 겹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의 당선을 돕겠다며 화답했다.

조승수 후보와 나는 비록 당이 달라서 단일화 과정까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둘 사이는 이런 관계다.

사전에 조건을 걸거나 주문하지 않아도 서로가 알아서 상대방에게 가장 필요한 바를 먼저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리고 오후에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앞으로 정산해야 할 선거비용을 생각 해보니 아득하기 짝이 없었다.

앞에 글에서 쓴 것처럼 정치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파산에 가까운 타격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펀드와 후원회를 통한 선거자금 모금 계획이 있었지만 펀드는 어차피 되갚아야 하는 돈이다.

후원회 모금이 실질적 도움이지만 후원회는 본 후보 등록 이후부터 가능한데다 선거운동이 더 급하고 단일화 협상 등 후보가 직접 신경 쓸 여력이 없다보니 자발적인 후원금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경선에 탈락해서 후보직 사퇴수순을 밟으면서 후원금을 내달라고는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후원할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일화 경선은 당연히 통과할 것이라고 낙관하여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지인들만이라도 챙겨야 했다.

사퇴서 제출을 며칠 늦추면서 내가 직접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면 상당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경선에서 탈락한 내 입장에서야 사퇴서 제출을 하루라도 늦추면 실리가 되지만 명분은 잃는 일이었다.

단일후보가 된 조승수 후보측에서는 당연히 내가 사퇴서 처리를 바로 해주길 바라는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일 당장 사전투표가 진행되는데 내가 오늘 중으로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나를 찍는 표는 모두 무효표가 된다.

즉, 내가 사퇴서를 제출해 사전투표에 참가하는 유권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 있으며, 나 대신에 야권단일후보인 조승수 후보로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냉혹한 현실이자 실리와 명분의 충돌이었다.

 

그래, 앉아서 구차한 연명을 하기보다는 서서 싸우다 죽기를 자처했듯이 경제적 파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나는 명분을 택했다.

사퇴서는 중앙당에서 발급하는 사퇴증빙서류가 있어야 하므로 중앙당 서류가 도착하는대로 사퇴서 처리를 약속했다.

그리고, 남은 한나절 동안 후원회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중에 누락된 사람을 찾아서 최대한 노력하고는 18시 직전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서를 제출한 다음 홀가분한 자유인(?)의 신분이 되어 캠프로 돌아오는데 조승수 후보가 시청사거리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었다.

수행했던 참모들이 오늘은 합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조 후보측에서도 오늘 당장 마이크 잡아달라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지원유세를 요청해오지 않았단다.

 

그렇지만 나는 지나쳤던 차를 돌리라고 해서 기어코 조승수 후보의 연설대담차에 올라 나란히 섰다.

그리고 단일후보가 된 조승수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시민들에게 조승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