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영남알프스

가지산 상고대 풍경 (1)

질고지놀이마당 2015. 12. 13. 00:34

2015. 12. 12. 토. 흐리고 갬

 

눈이 쌓였거나, 상고대가 맺혔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불문곡직 산행에 나섰는데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진, 그리하여 머무는 내내 황홀했던 산행이었다.

불과 한 주일 전에 다녀온 산행코스를 다시 간다는 것은 내 사전에 별로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산 코스를 다시 찾은 것은 내 산행 경험상 설경(혹은 상고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비가 내린데다가 일기예보상으로 토요일엔 개인다고 했으니까 가지산 정상부에는 비대신 눈이 내려 쌓였거나, 상고대가 맺힐 가능성이 높다.

 

새벽 4시 40분경 집을 나섰다.

5시 45분쯤 석남터널 주차장 출발, 빠른 걸음으로 정상으로 향하는데 중봉가까이 오르도록 눈도없고 밋밋하기 그지없다.

예측이 빗나가서 '헛다리를 짚었나?' 싶을즈음 바람이 좀 세게 불 때마다 눈발 비슷한 것이 조금씩 날린다.

헤드렌턴 불빛을 비춰보니 나뭇가지에 반짝반짝 빛나는 결정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

마침내 7시가 채 안된 시각에 중봉에 올라서는 순간, 이야호~~~ 탄성이 절로나올 정도로 순식간에 눈꽃세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06시부터 개인다고 하던 일기예보와 달리 하늘엔 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어서 아직도 어둡다.

가물가물 하지만 언양읍과 울산시내쪽으로 아직 수많은 불빛이 어둠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삼각대 없이 장노출 사진을 찍는 임시방편인, 카메라를 바위에 올려놓고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방법으로 몇 장의 사진을 담아 보았다.(06"57) 

 

 

 

울산시내 방향 보다 재약산(천황산)쪽 하늘이 오히려 더 밝다.

 

 

천황산 쪽 사진 몇 장을 찍고 오는 사이에 주위가 많이 밝아졌다.

 

 

상고대는 능선을 기준으로 북사면쪽에만 하얗게 맺혀서 또렷한 경계를 이루니까 눈덮인 설경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풍경이다.

햇볕이 나야 금상첨화 일텐데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어서 촬영을 하기에 빛이 너무 부족하고 흑백사진처럼 우중충하다.

 

 

 

 

 

 

상고대 풍경을 촬영하며 놀고 있는 사이에 부지런한 산객 한쌍이 올라오더니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표인지 발걸음 재촉하여 부지런히 올라간다.

 

 

 

 

 

 

그렇지만 나는 원하는 풍경을 만났으므로 이제부터는 이동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촬영포인트를 찾는 것이 목표다.

최고의 놀이터에서 날씨가 좀 개이기를 기다리면서 좀 더 나은 촬영포인트를 찾아 돌출된 바위를 찾아 다녔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돌아보는 중봉 능선이 자꾸만 눈길을 잡아끈다.

 

 

 

찬바람을 맞는 북사면 쪽으로만 상고대가 맺혀서 능선을 경계로 뚜렷한 대비를 보여준다.

요때 파아란 하늘이 좀 보이고 햇살이 비쳐야 금상첨화인데~~~

 

 

 

 

 

 

 

 

 

고도를 높일수록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꽃의 두께도 두꺼워진다.

 

 

 

 

 

 

 

 

이윽고 드러난는 운문지맥 능선도 북사면 쪽에는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지체하면서 정상까지 느릿느릿 왔는데도 구름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08: 07)

다만 운문산 너머 서쪽 저멀리에는 파란 하늘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청도 귀바위

 

가지산 정상아래 대피소에 산장지기가 불을 피우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서편 하늘은 구름이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동쪽으로는 여전히 어두컴컴할 정도로 짙게드리운 구름이 그대로다.

 

 

쌀바위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

 

가지산 대피소의 명물로 티비에도 소개한 바 있는 누렁이

 

 

 

 

 

 

하매나 하매나 구름이 벗겨지려나...?

상고대 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빛이 없으면 칙칙한 흑백사진에 불과하다.

일기예보도 개인다고 하였고, 운문산 서편으로는 이미 하늘이 벗겨지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햇빛이 나기만 한다면 얼마인들 못 기다릴까.

 

 

시간을 보내느라 쌀바위쪽 능선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포인트를 찾아보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오자 운문산 하늘은 구름이 벗겨졌다.

비록 아주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하늘이 벗겨지는 중이다.

이번에는 운문산 방향으로, 즉 운문지맥 마루금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포인트를 찾기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렵쇼? 하늘이 벗겨지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는데 벗겨지기는커녕 안개구름이 몰려와서 가지산 정상을 덮어 버린다.

그러나 실은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밀려가면서 마지막 심술을 부리는 중이었다.

몇차례 덮었다 벗겨졌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햇살이 비치는 틈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즈음 바위를 이동하다가 얼음이 살짝 깔린 것을 모르고 발을 디뎠다가 쫄딱 미끄러져서 하마터면 크게 다칠뻔 했다.

새벽에 아내가 꿈자리가 몹시 사나워서 깼다면서 전화를 해와서는 산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이미 출발해서 절반쯤 이동 중이라 했더니 그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가볍게 찰과상만으로 그쳤으니 아내의 염려 덕분이라 생각하고 액땜을 했다치고 이후는 더욱 조심

 

 

 

 

반짝 햇볕이 들다가, 산아래서 짙은 안개가 몰려와서 시야를 덮다가...

 

 

 

 

 

 

 

사진을 일컬어 기다림의 예술이라 했던가.

나는 거창하게 예술작품을 찍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산행을 하면서 기념 및 기록삼아 허접하게 찍는 풍경사진 일지라도 때때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여간 간절한 바램처럼 하늘이 볏겨지고 있는 중이다.

 

 

 

가지산 상고대 풍경사진 첫번째 소개는 흑백필림이었다면, 칼라로 바뀌기 시작한 풍경사진은 다음 꼭지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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