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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인사관리 3화/ 난파선의 피해자는 민초들

질고지놀이마당 2018. 1. 12. 15:20


현대차 위기론의 실체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한다. 많은 경제전문가, 언론, 회사경영진이 위기론을 가장 많이 주장한다. 얼마 전 인터뷰 요청을 해왔던 모 방송국 시사특집 책임PD는 취재과정에서 보고 느낀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들려줬다.

그리고 5년 안에 97년의 외환위기(구조조정)와 같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면서도 허투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회사의 경영진들이 현대자동차의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한편으로 역설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재상황이 매우 심각할 정도라면 경영진이 앞서서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현대자동차가 처해있는 환경은 점점 더 어려운 여건으로 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더 큰 위기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임직원들 마음을 다잡기 위한 단도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사관계는 원인이자 열쇠

앞선 두 차례 글에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회사 경영진을 매우 불신한다는 사실과 현장에 만연된 모럴 해저드를 소개했다. 매년 위기론을 되풀이하다 보니까 노사간 단체협상에서 기대심리를 낮추고, 노동조합을 압박하려는 협상전략 정도로 치부한다. 경영진의 '불법 탈법'경영(경영세습, 불공정거래, 불법파견 등)을 이유로 과도한 요구와 수단, 현장의 모럴 해저드를 자기합리화 시킨다. 따라서 불신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내공장의 경영(고용) 유연성이 경직되어 경쟁력이 떨어지자 경영진은 해외공장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해외공장 비중확대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지만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고용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여기에 더하여 국내 소비자들의 안티 현대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불신은 독과점에 의존하여 폭리를 취해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매년 연례적이 파업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가장 확실한 고용보장은 지속발전

다시 강조하지만 98년 정리해고 아픔을 겪은 이후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책무는 고용보장이다. 그런데 겪어 보니까 가장 확실한 고용보장은 회사가 지속발전을 유지하는 것이지 대립적인 투쟁이 아니었다. 회사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아무리 강력한 투쟁을 하더라도 일자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98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몸서리치게 겪었다.

 

따라서 회사의 지속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은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위한 노동조합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회사가 지속발전을 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노조활동가들은 이런 기본상식을 터부시 하면서 '자본가의 논리, 회사 편을 드는 어용, 개량주의자' 등등으로 비난한다. 물론 악법 반대 사회개혁 요구 분배의 정의 실현을 위해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할 경우 투쟁도 필요하다. 그러나 매사 투쟁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결과적으로 고용안정을 저해하는 이율배반적인 활동이다.

 

난파선이 되면 가장 큰 피해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4년 전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보자. 정부는 절체절명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자기 살길부터 찾았다. 국가 재난상황에 대비한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고, 긴급재난구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구할 수 있었을 꽃다운 어린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스러져갔다.

수 천명의 승객을 싣고 항해하는 여객선이 난파되었을 때, 살신성인의 자세로 승객들부터 구조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는가 하면 구조할 수 있는 승객들조차 내팽개치고 나부터 살자고 도망간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도 있다. 만약에 현대자동차가 난파선이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못내 궁금하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옛말이 있다. 그냥 부자도 3년은 간다는데 재벌기업이면 망하더라도 그 가족들은 30, 아니 평생 먹고살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당장 수입이 끊기면 1년도 버티기 힘든 보통의 노동자들이다. 필자가 '배신자'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조합도 변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던 것은 경영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련산업까지 합치면 수십만 민초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그 밥줄을 스스로 지키라는 당부였다.

 

경영진의 소탐대실

다음에 소개하는 사례는 회사경영진은 물론 인사 및 노사문제를 담당하는 분들도 함께 생각해 볼 대목이다.

작년 연말에 정년퇴직을 맞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2월 중에 실시하는 전직특강 중단 및 정년퇴임식 행사가 취소되었다. 30~40년간 재직하다가 정년퇴직을 하면 곧바로 실업급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퇴직연금 관련 문제를 각자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퇴직 직전인 12월 초에 '전직특강'이란 이름으로 4시간 교육을 진행하는데 경영진에서 그 교육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매년 정년퇴직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하여 사업부별로 실시하던 정년퇴임식도 취소시켰다.

 

이처럼 꼭 필요한 전직특강과 매년 연례행사로 해오던 정년퇴임식 행사를 회사 경영진에서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이유는 노동조합에서 촉탁직 투입을 금지하는 파업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정년퇴직(예정)자들의 교육과 행사에 따른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체인력' 때문이라는 것은 표면상 이유일 뿐 객관적으로 보면 '노동조합 파업'으로 원망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전직특강은 방침을 다시 바꿔 실시하였으나 예우와 격식을 갖춘 정년퇴임식은 끝내 취소되고 부서별 약식으로 대체하고 말았다.

 

결국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노사간 기싸움 때문에 2017년 정년퇴직자들은 섭섭함을 안고 쓸쓸히 회사를 떠났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들도 얼마 후에 자신이 받게 될 대접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경영진이 이러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직원들의 애사심을 기대하며,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극복을 위한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겠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 노동조합 지도부 및 회사 경영진 모두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