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인생이모작

친구에게 받은 우정 - 안전헬멧

질고지놀이마당 2018. 2. 10. 20:30

 

2018. 2. 10. 토. 흐림

주말오후, 운동을 겸해서 자전거 산책을 나섰다.

시원스럽게 개통된 오토밸리로를 따라서 농소까지 가면서 북구가 참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무룡산~동대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산림녹지 공간이 이미 개통된 오토밸리로와 곧 개통될 동해남부선 철로를 경계선으로 하여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는 도심녹지와 개발지역으로 양분되었다.


농소운동장~매곡천, 마동천에 이르는 구간은 간선도로망이 거의 완공단계로서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루고 있었다.

중구, 남구, 동구를 합친 면적보다도 넓은 도농복합도시 북구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이 긴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것 같다.

편리해진 도로망을 따라서 호계까지 갔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옛 동지이자 친구가 운영하는 자전거방에 들렀다.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그 친구도 목전에 닥친 고민거리가 있었다.

현재의 가게가 가건물을 임대하여 운영중인데 개발에 따라서 곧 헐리게 되었으나 세입자는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자기 가게를 가지지 못한 소상공인의 설움인데 이전을 하게되면 영업권의 손실과 공백, 새 가게를 얻으려면 훨씬 비싸질 임대료도 걱정이라 했다.

그리고 호계에서 20년째 자전거 대리(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체감하는 요즘 경기가 매우 어렵단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진열된 헬멧에 내 시선이 자주 꽂히던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나 보다.

내가 일어설 즈음 내가 '눈독을 들이던' 참하게 생긴 헬멧을 '방문선물'이라며 내밀었다.

얼핏 살펴본 가격표는 무려 18만원~!!

안전을 위해서 헬멧을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내 형편으로는 너무 부담되는 가격이라 언감생심이었는데 그 마음을 읽었나 보다. 


한사코 사양하는 나에게, 그럼 원가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반값이라도 받으라는 나를 그는 더 완강한 태도로 밀어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쳤던 산**  친구이야기와 퇴직 후에 쪽방에서 생활한다는 내 처지를 듣고는 안전을 염려해서 선뜻 내준 것이리라.

내가 공직자라면(혹은 출마할 계획이라면) 아무리 친구의 호의라도 그냥 받아서는 안되는 가격대의 선물이지만 난 이제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 고마운 마음을 가슴깊이 담고 쪽방에 돌아와서 장난감 선물받은 어린이가 사랑땜 하듯이 헬멧을 보고 있으려니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인생이모작을 시작하면서 언양~경주 정도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해야지 다짐하면서 마음에 걸려던 것이 안전헬멧이었다.

몸에 착 붙는 타이즈형태의 기능성 옷은 부럽다거나 입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안전장구는 갖춰야지 하는 작은 바람이 하나 해결됐다.

친구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가치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