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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봄맞이꽃 서식지 훼손현장 답사보고서

질고지놀이마당 2019. 3. 11. 22:30

2019. 2. 27. 수. 흐림

업무가 밀리고 탈핵주간 등으로 바빠서 현장답사를 다녀온지 보름이 넘어서야 답사보고서를 쓰게됐다.


2급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북구 모처의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한달음에 다녀왔다.

5월이 되어야 꽃이 피는 다년생 식물이어서 아직은 새싹도 보이지 않고, 안내판을 통해서야 이곳이 군락지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평소에 꽃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꿈이룸' 블로그에 아주 좋은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이 모셔와서 출처를 밝히고 공익목적으로 사용(감사합니다.~^^)


2. 27 현장확인

훼손을 우려해서 군락지 위치를 상세히 밝히는 것은 바랍직하지 않다.

그러나 갯봄맞이꽃 서식지 옆에 오토캠핑장 조성공사를 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설명하려면 최소한의 현황도 작성은 불가피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갯봄맞이꽃 서식지는 큰파도가 치면 바닷물이 바다절벽을 넘어오는 곳이다.

즉 갯봄맞이꽃은 짠 바닷물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이다.


일반 상식으로 보더라도 아래 서식지에서 자생하는 갯봄맞이 꽃은 왼쪽의 산과 밭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표수 및 땅 속으로 스며들었던 지하수(민물)와 오른쪽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칠 때 갯바위 절벽을 넘어오는 바닷물이 섞이면서 형성된 작은 습지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상태

갯봄맞이꽃 서식지 바로 옆에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기 위한 토목공사 진행중에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북구청은 완만한 경사면을 이루던 사유지 경작지를 사들여서 오토캠핑장 조성하기로 했는데 공사업체가 성토작업을 진행 중에 공사가 중지된 것이다.

이곳에 캠핑장을 조성하게 되면 갯봄맞이 꽃 서식지로 흘러들던 지표수 및 지하수 유입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빗물을 모아서 경작지의농업용수로 사용하던 작은 저수지(둠벙)를 없애거나 물길을 변경시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인분석

그런데 문제는 훨씬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갯봄맞이꽃 서식지는 '여기가 진짜 군락지 맞나?' 싶을 정도로 낚시꾼들에 의해 반질반질하게 길이 나 있었다.

북구청에서 갯봄맞이꽃 군락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고, 팬스를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판도 붙여 놓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답사를 갔던 날도 갯바위에는 10명 가량의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갯봄맞이 꽃 서식지가 바로 갯바위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전혀 거리낌없이 팬스를 넘어 갯바위로 나가는 낚시꾼들에 의한 훼손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훼손행위는 낚시꾼들의 발길이고 관리소홀의 책임은 관할관청인 북구청이라 할 수 있다.



책임소재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그 이전에 이미 관할관청에 의해 훼손되었던 사실이 있었는데 다시 되풀이 되었다는 점이다.

북구청에서 해안선을 따라 강동누리길을 조성하면서 인공데크를 설치할 때 이미 갯봄맞이꽃 서식지를 한차례 파괴했던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도 2017년에 보도자료를 발표했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도 북구청 관계자를 고발조치 했었다.


그 결과 누리길 데크 중 원형 전망데크를 뜯어서 옮겼다.

그게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훼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식환경이 바뀌어서 멸종될 수 있는 공사를 허가한 것이다.

같은 북구청에서, 그것도 오토캠핑장을 시공하는 부서와 2년 전 데크공사를 실시했던 부서가 같은데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했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오토캠핑장 조성을 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고 하는데, 환경영향평가를 맡았던 업체가 멸종위기 식물 서식지를 몰랐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데크 전망대를 옮겨야 했고, 멸종위기식물 안내판이 설치된 현장을 가 보지도 않고 평가서를 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구청은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업체의 귀책사유라고 핑계를 댈지 모르나 북구청은 이중 삼중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 것, 보호 팬스 설치 이후 관리소홀, 용역에만 의존하여 공사허가를 내 준 것 등


이렇게 따져보니까 지금의 시공업체는 자기 잘못이 아닌 일로 몇 달째 공사중단을 당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관급공사라는 이유로 갑의 요구에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는 셈인데 북구청에서 향후 어떻게 해법을 마련하는지 주목된다.

낙동강유역 환경청은 멸종위기식물 보호에 대한 결정권한은 갖고 있으나 관리책임은 해당 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이번 일처럼 지정과 관리 주체가 이원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일관성 연속성 책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갯바위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하필 누리길 데크에서 이 갯바위로 나가는 길목이어서 낚시꾼들의 발길에 의해 훼손이 심하다.


북구청에서 설치한 국가지정 멸종위기식물 서식지 안내판


오토캠핑장 공사업체는 농사용 작은 저수지 물길을 반대쪽을 돌렸다.




북구청에서 강동누리길을 조성하면서 설치한 인공데크 및 전망데크

갯봄맞이꽃 서식지는 인공데크 조성공사로 인해 한차례 수난을 당하고도 살아 남았다.

그런데 북구청은 그동안 제대로 보호관리 조치를 하지 않았고, 급기야 서식환경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오토캠핑장 조성공사를 허가했다.



북구청에서 조성한 강동누리길

데크 및 전망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갯봄맞이꽃 서식지를 훼손함으로써 환경단체의 거센 항의와 고발까지 당했으면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된 것이다.


향후 해결방안

오토캠핑장 조성을 완전 백지화 하든가,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서식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부터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낚시꾼들에 의한 훼손 및 이곳이 알려짐으로 인해 채집자에 의한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시급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북구청 관계자에 대한 엄중문책도 따라야 한다.



붙임: 2017. 5. 29 울산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


북구청은 우가마을 멸종위기종 갯봄맞이 서식지

인공 데크 철거하고 원상회복에 만전을 기하라

 

울산북구 강동 **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해안가 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앞의 바다에서 생명에 필요한 염분을 얻고 위쪽 산림이 머금은 지하수가 해안에서 수많은 공극을 통해 서서히 용출되면서 소박하지만 완벽한 습지 생태계를 이룬 곳이다.

 

이 습지 생태계에는 개구리가 알을 낳아 가정을 꾸리고 여러 초본식물들이 자리하는 가운데 멸종위기종 2급인 갯봄맞이가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고 있다. 원래 추운지방에서 자라는 갯봄맞이가 기후변화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는 최남단의 지역에 서식함을 보여주고 있어 기후변화의 생물사례로서도 희귀하고 중요한 종인 것이다.

 

하지만 북구청이 해안 둘레길 공사를 하면서 갯봄맞이 서식지인 습지가 완전히 훼손 일보직전이다. 다 자란 갯봄맞이조차도 공사 잔재물로 덮어버려 의도적인 훼손의 혐의조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해안경관 조망용인 타원형태의 넓은 데크는 하부 지지 콘크리트가 지하수 물길과 공극들을 막아 더 이상 습지로서의 명맥을 완전히 말살시키고 있다. 우리단체가 지난 21일 모니터링 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의 저장된 습지가 보였으나 일 주일사이에 습지의 물들은 현저히 말라있었다.

 

북구청은 시민단체의 신고와 구의원을 통한 문제제기를 받고도 엉성하게 주변에 테이프로 접근 금지를 알리고 있을 뿐, 꼼꼼한 조사와 적극적인 생태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타원형 전망데크가 있는 곳이 특이한 지형의 자연형 습지이다. 이곳을 복원하지 않는 이상 멸종위기종 갯봄맞이는 다시는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데크가 막아버린 공극과 물길을 살리려면 현재의 데크는 철거해야한다. 북구청은 데크를 철거하고 속히 멸종위기종 갯봄맞이를 살려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