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들꽃· 야생화

야생화를 가꾸는 스님, 소박한 절집 삼선사

질고지놀이마당 2019. 4. 27. 10:24

 2019. 4. 21. 일. 흐림


"야생화 보러 오세요"

도로변에 투박한 글씨로 조금은 촌스럽고 순박한 절 표지석이 있었다.

그동안 서생면 신고리원전에 자주 다녔는데도 마음이 급해서 그랬는지 보이지 않았었다.(혹은 무심코 지나쳤던)

그런데 오늘은 성미산 학생들의 탈핵순례를 함께 걷고나서 돌아가는 귀로라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리라.


실은 이 절의 스님이 환경연합 사무실을 방문하신 적이 있어서 답방을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지난 주에도 신입활동가 2명과 폐기물 불법매립 현장 답사를 위해 이 근처까지 왔다가 방문하려고 찾다가 끝내 못찾고 발길을 돌렸었다.

엉뚱하게도 온산공단 산성마을로 찾아가서 샅샅이 뒤지다가 허탕치고 돌아갔는데 무의미한 노력은 아니었다.

그 산성마을은 온산공단 가장자리여서 주거지로 생활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대기환경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곳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런 곳에 절이 있을리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오면서 부처님께서 환경운동일꾼들을 인도하셨나 보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다면 오늘은 탈핵순례 임무를 잘 마쳤으므로 부처님께서 친견을 허락하신 것 같다.


도로변에 야생화 광고를 겸한 표지석이 있고, 절집도 가까웠다.

낭랑한 독경소리가 울리는 법당안에 발소리가 들릴까 조심조심 야생화를 둘러보려는데 개가 짖고, 꽃밭을 가꾸는 처사님이 있어서 들키고 말았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아름답게 만개한 금낭화가 반긴다.


참으로 소박한, 비닐하우스에 그늘막을 덮은 절이었다.

예수님도 그렇지만 부처님도 절의 규모나 화려함에 따라 차별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절집 마당에 걸려있는 샌드백이 이채롭다.


'닥치면 닥치는대로 살아라'

마치 지금 방문자의 마음을 들킨 기분이다.ㅎㅎ


인공적인 탑 대신에 자연석 바윗돌을 포개 놓은 모습이 정겹다.

바윗돌 아래 매발톱과 으아리꽃




여염집 장독대를 연상케 하는~~


병꽃 수수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면 꽃이 서운해 할까?



연등과 매화의 조화



이꽃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날 듯 맴돌기만 한다. 생각나면 다시 올리기로~^^*

이름 생각났다, 벌깨덩굴~ㅎㅎ


만개를 기다리는 불두화



키 큰나무 아래 그늘에는 아직도 현호색이 아름다운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라, 그런데 이건 뭐지?

자연을 사랑하고 야생화를 가꾸신다는 스님이 이렇게 환경훼손을 해도 되는겨?/ 설마 그럴리는 없을텐데? 의구심이 교차한다.


그렇다고 물어보기엔 결례가 될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천도제를 진행하는 중에 잠시 휴식차 밖으로 나오신 스님을 통해 궁금증이 해소됐다.

절에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옆에 지주가 불법으로 진입로를 내려고 경사면을 파냈다가 울주군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아서 '원상복구조치'를 한 것이라는...

아니 그런데 이런 상태를 가지고 원상복구를 했다라고라?

지주도 그렇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는 울주군 담당자 눈에는 이게 원상복구를 한 것으로 보인단 말인가?


훼손 이전의 원상복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흙이 무너저 내리지 않도록 축대를 쌓고, 나무도 제대로 살도록 심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를 보니 조금만 큰 비가 와도 토사가 쓸려 내릴 것이고, 꼽아놓기만 해도 잘 사는 사철나무는 거의 다 말라 죽었다.

불법 자연훼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절에서 당할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스님이 진정을 넣기는 뭐할테니 환경운동을 하면서 오지랖 넓은 내가 울주군에 시정을 요청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