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정의선 총괄부회장 외 현대차 경영진에게 공개편지

질고지놀이마당 2020. 7. 23. 07:46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부회장과

이원희, 하언태 대표이사(울산공장장) 등 경영진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79년 입사하여 2017년 정년퇴직을 한 노동자 이상범입니다.

87년 노동조합 결성에 앞장섰고, 2대 위원장으로 활동한 사람으로서 현자노조 창립 33주년을 맞는 시점에 회사와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심정이 착잡하다 못해 참담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사 간 통상임금 소송은 2012년 단체협상에서 노조가 대표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전체 직원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자노조 집행부는 20133월에 대표소송을 제기하였고, 2014년 단체협상에서 소송 결과를 대표소송 제기할 당시 재직자와 이후 신규입사자까지 포함 한다 는 것을 다시 한번 합의함으로써 소송제기 당시 재직자는 이후 퇴직을 하더라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통상임금 소송이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리전 성격을 띠면서 대법원 상고까지 6년 이상을 끌다보니 소송제기 이후 2018년까지 대략 2~25백명 정도로 추산되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퇴직자들은 2014년 별도합의서에 따라 소송 결과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는 2019년 별도합의를 통해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미래 임금 경쟁력 확보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이하 격려금)은 통상임금 소송과 관계가 없기때문에 퇴직자는 대상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며 퇴직자들을 격려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노조는 대법 상고를 취하하고, 회사는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노사합의서에도 담겨 있고, 노동조합 쟁대위속보, 노조소식지, 노조신문 등에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합의서에 임금 관련 소송취하 및 개별 부제소 동의서 제출자에 한다는 단서 조항 자체가 통상임금 소송의 반대급부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미래 임금 경쟁력 확보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급하는 격려금이 맞다면 임금 관련 소송취하 조건과 개별 부제소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은 물론,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 모두가 모순입니다. 현대차 노사는 2019 단체협상 잠정합의 이후 기아차보다 격려금이 적은 것에 대한 현장 반발을 설득하느라 통상임금 소송 1심과 2심에서 기아차 노조는 승소했고 현대차 노조는 패소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재직자들에게는 통상임금 소송취하에 따른 격려금이라고 설명하면서 퇴직자들에게는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대차 경영진 의 민낯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현자노조에서 선임했던 법무법인들이 노조를 상대로 80억원이 넘는 성공보수를 지급하라는 조정신청을 법원에 낸 것은 노조측 변호사들조차 격려금을 통상임금 소송의 성과로 본다는 증거 입니다. 이렇듯 통상임금 소송 관련 격려금이 분명한데 이걸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격려금 이름을 이상하게 지어서 억지 주장을 하니까 모순이 또 모순을 낳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궤변이 되는 것입니다.

 

통상임금 분쟁 소송의 핵심인 미지급 임금에 대한 소급분 성격임을 부정하고 퇴직자들에게는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현대차 경영진의 꼼수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것과 같습니다. 격려금 이름을 어떻게 작명하든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에 따른 격려금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제네시스 자동차에 삼성차 엠블렘을 붙이거나 쌍용차 덮개를 씌워도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 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퇴직자들에게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금액은 최고경영자 몇 사람의 연봉보다도 적습니다. 경영이 정말 어려워서 노사가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는 합의를 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이 어렵다면서도 2019년 임금과 정기 상여금 외에 지급한 성과금 및 격려금만 1인당 1,600만원을 넘습니. 노사가 협력하여 이룩한 성과는 성과금으로 지급하고, 격려금은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보상적으로 지급한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통상임금 관련 노사간 별도합의는 모순으로 가득찬 야합일 뿐입니다. 노동조합 지부장은 선배노동자들 권리를 포기하였으며, 회사 경영자는 티끌 같은 이익을 위해 2014년 노사합의와 윤리경영을 걷어 차버렸습니다. 노사대표의 부당한 야합에 분노한 퇴직자들은 통상임금 대책위를 구성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선배 노동자인 퇴직자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은 것은 현대차 노사대표들입니다. 부득이 법적 심판을 구하기 위하여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한 결과 3주 만에 837이 동참했습니다. 퇴직 후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연락처조차 모르던 퇴직자들이 삽시간에 이만큼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반증입니다. 퇴직자들이 당한 설움과 분노에 공감하며, 기꺼이 변론을 맡아주신 두 변호사님 도움으로 오늘(7. 23)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접수했습니다.

 

평생 몸담았던 회사와 노동조합을 공동피고로 하는 소송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현대차 노사는 물론 퇴직자들까지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모르지 않기 때문에 퇴직자들도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대표소송 결과를 묵묵히 기다려 온 선량한 피해자들일 뿐입니다. 대표소송 진행 과정과 입증 자료에서 보듯이 노사대표들이 잘못된 결정을 한 것입니다.

 

현대차 노사대표들은 2014년 별도합의를 번복할 명분이 없으니까 통상임금 소송과 상관이 없는 격려금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뻔할 법원의 심판까지 갈 필요가 없이 잘못된 합의였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바로잡으면 됩니다. 현대자동차 기업 이미지와 세계 정상을 경쟁하는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가치가 고작 퇴직자들에게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금액보다도 적은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결자해지 할 것을 촉구합니다. <>

 

2020. 7. 23.

2017년 정년퇴직자 이 상 범

 

 

※다음은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진행 경과를 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