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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태극종주 사진보기4/ 만복대~노고단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24. 19:05

만복대에서 성삼재 가는 길(6km)은 유유자적이다.

2박3일 일정으로 연하천까지 가려던 일정을 3박4일로 늦추면서 첫날 숙박지를 노고단으로 정한 까닭에 시간이 넉넉한데다 완만한 내리막이 많아서 천천히 가도 시간이 넉넉하다.

 

13:00  만복대 출발 ~ 중간 점심식사 및 휴식 ~ 15:10 성삼재 도착 휴식 ~ 16:30 노고단 대피소 도착

 

만복대에서 성삼재로 향하는 능선(특별한 표시가 없는 한 사진 설명은 아래 있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

 

아침에 맑던 날씨가 점점 구름이 많아지면서 지리산 주능선에 드리운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니 만복대가 아스라하게 바라다 보인다.

 

노고단 ~ 종석대 아래 성삼재가 시야에 잡힌다.

길을 내고 휴게소를 지음으로써 편리함도 있지만 멀리서 봐도 도드라지는 상채기가 깊다.

 

15:10 성삼재 도착,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휴게소에서 사 마시는 맥주 한캔의 시원함이란!

 

화엄사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시멘트 혹은 돌 포장이라서 팍팍하다.

 

16:30 노고단 대피소 도착, 오늘 행군 끝이다. 오늘 걸은 거리는 약25km 소요시간은 14시간이다.

 

대피소 예약날짜가 틀려서 걱정을 했는데 여유가 많다.

여장을 푼 다음, 남는 시간이 무료해서 카메라 들고 노고단 고개에 올라 전망대길을 한바퀴 돌았다.

 

해질녁 구름이 더 많아지면서 찬 공기와 더불어 안개구름이 반야봉을 덮기 시작한다.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통제구간이라 전망대가 있다는 길을 따라 걸었다.

전망데크는 여러번 지나치면서도 처음 와 보는 곳이다.

노고단에서 남쪽(왕시루봉?)으로 뻗어내리기 시작한 암릉 능선이 용마루를 닮았다. 

 

노고단 남부능선 저 끝이 왕시루봉(?)으로 짐작되는데 시야가 흐리다. 

 

 

안개가 몰려와 삽시간에 시야를 가린다.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밤안개가 노고단을 덮었다.

 

 

옛 선교사들의 휴양소 터와 건물잔해

 

노고단 대피소 주위에는 민들레 홀씨가 군락을 이룬다.

2년전 북구청 직원들과 2박3일간 연수프로그램으로 종주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풍경이다.

 

저녁에 시끌벅적한 취사장에서 혼자 쓸쓸히(?) 저녁을 때웠는데 여기서 아주 귀한 첫 인연을 만났다.

식사하는 동안에 수시로 바라보며 눈길을 주던 나이 지긋해 보이는 그 분은 놀랍게도 2년전에 지리산 종주 150회를 기록하고 계속 기록갱신을 하는 중이었다.

 

식사를 마친후 잠자리를 정리하고 물을 뜨러 취사장에 다시 갔더니 그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일행과 담소를 나누던 그 분이 날 보자 "어이, 자네 이리와 한잔 받아" 사뭇 명령조다.

아까 식사중에도 술 못한다고 사양을 했던 터라 또 사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앉으니 대뜸 반말이다.

 

자네에서 너, 다음에는 야 임마, 이름을 알려주자 oo야! ... 거침이 없다.

예상치 못한 파격에 어찌 처신해야 할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아, 이 어른은 어디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면 군더더기같은 세속의 체면이나 질서를 초월하는 기인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응대를 해야 옳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형님으로 부르니 순식간에 호형호제가 되고 말았다.

지리산 산행이 처음이라며, 태극종주가 뭐냐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묻던 그 분은 알고보니 2년 전에 150회 종주기록을 달성한 백전노장의 까마득한 산행선배님이셨다.

 

부산에서 오셨다는 그 분은 60대 후반답지 않게 젊어 보였으며, '지리산 산길따라' 카페에 닉네임은 '자이언트'라고 했으니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으리라.

  

지리산의 넓은 품만큼이나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의 폭도 그만큼 넓은가 보다.

나홀로 산행에 나서면 꼭 거기에 걸맞는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도 기이하면서 가슴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