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6. 금 흐림
5월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산행을 거의 다니지 못했다.
한동안 다니지 못한 산행의 갈증을 풀고자 등산카페를 검색하여 백두대간종주팀에 따라 붙었다.
코스는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 백두대간 코스 중에서는 편안한 코스에 속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그 곳까지 가고 오는 길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아홉마리 용이 어우러진 것을 풍자할 정도로 구비구비 돌아 오르는 구룡령(九龍嶺)과
나는 새도 자고 간다는 조침령(鳥寢嶺)을 오르내리는 고개길은 어지러울 정도다.
이제 초여름, 날씨는 덥고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에 접어들게 되니까 산행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집에서는 우중산행을 간다고 걱정을 하는데 밤을 달려 도착한 구룡령 고개마루에는 구름만 걸쳐있다.
시야는 가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도 감사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05:30)
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뵈는게 없으니 사진 찍을 일도 없고, 따라서 이동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출발한지 1시간 10분만에 4.2km를 이동했다.(이정표 상으로는 2시간 표기)
울창한 숲속길이어서 날씨가 좋았다 하더라도 탁트인 조망을 할만한 곳은 거의 없다.
바람처럼 내닫는 선두조를 따라 정신없이 걷다가 잠깐 드러난 하늘이 반갑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도 시계도 별로다.
출발한지 두 시간
표지판에 거리를 표시해 주면 알기쉽고 훨씬 유용할텐데... 이곳 산림공무원들은 고상하고 유식해서 그런지 위도 경도로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백두대간종주팀의 선두그룹, 출발한지 두 시간만에 첫 휴식이다.
조금 더 가다보면, 저 봉우리만 올라서면 웅장한 백두대간 산세를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나겠지...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실망으로 이어지고, 기대와 실망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됐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쉬는가 싶으면 또 내달리는 선두그룹.
야간산행은 물론, 눈쌓인 겨울 산행에서도 항상 맨 앞에서 길을 잡아 나가는 산행대장님을 볼 때마다 참 멋있고 존경스런 산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치가 빼어나거나 아니면 전망이라도 좋거나, 그도 아니면 야생화 군락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 수준이다.
10:16 이정표가 서 있으나 위도와 경도 좌표만 표시해 놓았으니 GPS용인감?
도대체 최첨단 장비를 갖지 않고는 산행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닭대가리 수준이 아닌지 원!
10:40 역시 마찬가지의 이정표만 나타난다.
존경스런 선두대장님이 지도를 펴고 여기가 어딘가 대조를 해 보지만 긴가민가 할 뿐이다.
귀한 세금 들여서 안내판 만드는 님들, 그냥 단순무식하게 여기는 어디고 어디까지 거리는 얼마고 시간은 얼마쯤 걸린다 써 놓으면 좀 좋을까?
우리 일행처럼 답답함을 느꼈는지(?) 어느 산객이 '(지도상) 황이리 갈림길'이라고 써 놓은 것이 훨씬 도움되는 정보다.
'닭대가리'들이 세워놓은 이정표 덕분에 쉬는 짬마다 지리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다.
정감어린 안내문
위에 이정표가 어설프게 짚신 신고 양복 입은 것처럼 서양문물 흉내를 낸 것이라면 요거이 토종 안내판이래요.
비록 자신의 생업을 위한 것일망정 얼마나 정감있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지 고맙기 그지없다.
선두그룹을 따라 줄창 걷기만 한 까닭에 조침령까지 7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찍 도착한들 후미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 즈음에서 부터는 혼자 쳐져서 뭔가 찍을거리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조침령으로 내려서는 길에는 목재데크를 예쁘장하게 깔아 놓았다.
새들도 자고 넘는다는 조침령
동서를 가로질러 태산준령을 넘는 새들은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는 것이며, 이 고개 어드메서 자고 갈까?
인적 드문 산길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작년에 조침령에서 한계령 구간을 걸을때는 보이지 않던 커다란 바위돌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조침령에서 바라 본 동남쪽 산군
이번 종주길에서 산세를 조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다.
임도수준인 조침령은 일반차량은 통행하지 않는다.
개통된지 1년쯤 되는 조침령터널을 통해 백두대간 동쪽의 양양과 서쪽의 인제가 418번 지방도로로 연결된다.
전망을 허용하지 않는 날씨와 울창한 숲 덕분에 대간산행은 예상보다 일찍 마쳤다.
조침령 고개마루에서 이곳 418번 지방도가 지나는 터널입구까지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내려오면서 길가에 찍을 거리를 찾아봐도 마땅한 것이 별로 없다.
이곳 조침령터널 입구가 백두대간 구룡령-조침령, 조침령-한계령 구간을 마치거나 시작하는 지점이다.
선두와 후미조는 1시간 넘게 차이가 나는지라 운영진에서 준비한 회무침을 안주삼아 하산주를 마시며 후미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대간산행에서 이번 구간은 가장 편하고 널널하면서 한편으로는 볼거리 없던 산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가을이나 겨울이면 좀 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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